한의학 바다에서 살아남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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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바다에서 살아남기(1)
  • 승인 2009.09.2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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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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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天氣와 地氣로 구성된 존재
기(氣 Energy)는 만물의 공통재료…질병 건강 기와 관련

에너지 변형에도 음양질서 그대로 유지
영기 경맥 맥중으로, 위기 맥외로 운행

본고는 먼저 영기와 위기의 생성에 대해 알아보고 영기와 위기의 순환장애가 생기면 어떤 질병이 생기는지, 영기와 위기의 정상적인 순환은 어떤 경로로 운행되는지를 고찰하면서 침구 본초 등 임상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해결 방법을 제시하려 한다. 그 과정에서 <황제내경> <상한론> <금궤요략> <동의수세보원> <동의보감> 등 여러 경전의 고찰과 함께 생물학 식물학 천문학 등 다양한 지식을 참고자료로 활용할 것이다.

또한 행침의 좌우, 보사법과 관련한 여러 문제도 거론할 것이며 체질과 관련한 여러 문제(체질 감별의 기준, 감별 방법, 심리적 특징, 치료 원칙, 침법 등)와 내용 역시 다룰 계획이다. 여러 학회, 연구하시는 동료 분들의 관심과 발전적인 토론을 기대한다.

건강 영위의 순환, 질병 영위의 부조화
음식물의 정기 몸속에서 영위로 나뉘어

‣‣‣영위(營衛)의 생성= 인간을 연구하는 의학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개념은 기(氣 Energy)다. 인간을 비롯한 천지 간의 모든 만물은 에너지인 기로 이루어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음양응상대론(소.05)>의 “적양위천, 적음위지(積陽爲天, 積陰爲地)”는 만물의 어버이인 천지 역시 음기와 양기의 기(氣), 즉 에너지가 쌓여 만들어진 존재임을 밝히고 있다. <보명전형론(소.25)>은 “부인생어지, 현명어천, 천지합기, 명지왈인(夫人生於地, 懸命於天, 天地合氣, 命之曰人)”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 역시 천기(天氣)와 지기(地氣)의 기, 즉 에너지로 만들어진 존재라는 것이다. 이처럼 경전은 천지도 음기와 양기의 기로 이루어진 존재이며, 인간도 천기와 지기의 기(氣)로 이루어진 존재라고 기술한다. 기야말로 모든 존재를 구성하고 있는 공통재료(共通材料)로, 만물의 영장인 인간 역시 기로 만들어진 존재인 것이다.

현대 물리학에서도 물질이 에너지이고 보이지 않는 전자기파를 포함한 빛과 소리 역시 에너지라고 하는 것은 상식적인 내용이다. 천체물리학은 이런 성질을 이용해서 별의 구성 성분, 크기, 질량, 온도, 거리, 별의 수명 등 많은 정보를 알아낸다.

그렇다면 당연히 질병과 건강 역시 기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비론(소.43)>의 저자는 “역기기즉병, 종기기즉유(逆其氣則病, 從其氣則愈)”라고 기록하고 있다. 건강이란 영위(榮衛)의 순조로운 순환을 의미하며, 질병이란 영위의 부조화를 의미한다는 말이다. 의학의 1차적 목표는 침을 이용해 영위의 경이(傾移)를 바로 잡아주고, 뜸을 떠서 영위의 조화를 북돋아 주며, 약을 써서 영위의 순환을 조율(調律)해 주는 것에 다름 아닌 것이다.

우리는 한 개의 쌀알이라도 천지를 부모로 하여 탄생하며, 그 속에는 하늘의 일월지기(日月之氣)가 그대로 복사되어 운행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한 개의 쌀알조차 천기와 지기가 하나의 단일체로 통합된 생명체라는 것이다. 인간의 몸 속에도 역시 음양의 에너지가 흐르고 있다. 우리가 매일 섭취하는 수곡의 정기는 음양의 법칙에 따라 우리 몸 속에서 영기와 위기의 두 종류로 나뉘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면 음식물의 정기(精氣)는 어떻게 음과 양으로 나뉘며, 영위는 무엇으로부터 생성되는 것일까? 영(榮)과 위(衛)는 우리 몸 속을 순환하는 생명-에너지이다. <영위생회(영.18)>에서는 인체는 생명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매일 섭취하는 음식물에서 얻고 있다고 하고 있다.

● 人受氣於穀, 穀入於胃, 以傳與肺, 五臟六腑, 皆以受氣。其淸者爲營, 濁者爲衛

“곡입어위(穀入於胃)”는 유형의 음식물이 위(胃) 속으로 들어가는 1단계에 해당되며, “이전여폐(以傳與肺)”는 무형의 곡기가 아직 분리되지 않은 채 폐(肺)로 전송되는 2단계이다. “기청자위영, 탁자위위(其淸者爲營, 濁者爲衛)”는 수곡의 정기 가운데 청기는 영기로, 탁기는 위기로 변형(變形)되는 3단계이다. 음식물 속에 들어있는 정기(精氣)가 인체의 생명-에너지로 전환되는 것이다. 에너지의 변형 자체에도 고유의 질서, 음양의 질서가 그대로 정확하게 유지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에너지 변형에도 음양질서 그대로 유지
영기 경맥 맥중으로, 위기 맥외로 운행

또한 곡기 가운데 맑은 것은 영(營)이 되고, 탁한 것은 위(衛)가 된다는 말은 영이 되느냐, 위가 되느냐 하는 것이 단순히 청탁(淸濁)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말이다. 만물은 대립되는 반대, 즉 음극과 양극이라는 양극성을 통해 존재하기 마련이다. 청기와 탁기, 구심력(求心力)과 원심력(遠心力)으로 비롯된 음양의 내외 구성은 정해진 자연의 법칙이다. 알맹이와 껍데기는 음양의 청기와 탁기, 구심력과 원심력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청기(淸氣)가 쌀알이 되고, 탁기(濁氣)가 쌀알을 둘러싸고 있는 껍데기인 왕겨가 되는 것은 불변의 자연의 이법(理法)인 것이다.

<영위생회(영.18)>는 수곡 가운데 구심력의 청기는 영기가 되며, 원심력의 탁기는 위기가 된다고 하였다. 안쪽을 향해 응집되는 맑은 기는 영(榮)이 되며, 밖을 향해 움직이는 탁한 기는 위(衛)가 된다고 기록하고 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비론(소.43)>의 저자는 “영자, 수곡지정기야(榮者, 水穀之精氣也)” “위자, 수곡지한기야(衛者, 水穀之悍氣也)”라고 조금 더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정기(精氣)는 세련되고 정제된 에너지를 말하며, 한기(悍氣)는 거칠고 투박한 에너지를 말한다. 한기가 밖으로 퍼져 나가는 에너지라면 정기는 속으로 모여드는 에너지이다. 정기가 오곡의 정수라면 한기는 오곡의 껍데기라는 말이다.

이렇게 생성된 영기와 위기는 경맥을 따라 흐른다. 그런데 기혈의 통로인 경맥 역시 천지 간의 모든 사물이 음양의 이법(理法)에 따라 중심(中心)과 외곽(外廓)의 두 부분으로 구성되는 원리에 따라 내(內)와 외(外)의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영위는 각각 경맥의 어느 부분을 통해 운행될까? <영위생회(영.18)>는 “영재맥중, 위재맥외(營在脈中, 衛在脈外)”라고 대답하고 있다. 영위의 흐름은 경맥이라고 하는 신비의 공간 안에서만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경맥 역시 맥중(脈中)과 맥외(脈外)의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청기인 영기는 맥중으로 운행되는 반면 탁기인 위기는 맥외로 운행된다고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경맥이라는 신비의 공간이 음양의 내외로 분리되어 몸 속의 작은 해와 달, 영기와 위기가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부터 우리 몸속의 작은 해와 달을 따라가는 여행을 시작해 보자.

대표집필/ 이정우 동의형상의학회 반룡수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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