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비평] 병 안 걸리고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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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 병 안 걸리고 사는 법
  • 승인 2009.04.03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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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적 관점에 가까운 위장전문의의 건강법

“처음 찾아온 환자라도 얼굴만 보면 나는 그 사람의 장상(腸相 ; 저자의 신조어로 내시경으로 보았을 때의 장내 상태를 뜻함)이 좋은지 나쁜지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실제 나이보다 늙어 보이는 사람은 장상이 나쁘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장상과 얼굴의 인상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인상이 좋은 사람은 장상도 좋고, 장상이 나쁜 사람은 인상도 좋지 않다. 오해가 없도록 미리 언급해두지만, 여기서 말하는 인상이란 피부상태나 얼굴빛, 표정, 눈동자의 광채 등이다.”

이번에 소개할 『병 안 걸리고 사는 법』의 저자 ‘신야 히로미’ 교수가 최근 펴낸 『불로장생 탑 시크릿(Top Secret)』이란 책의 맨 첫 단락에서 서술한 내용입니다. 그런데, 어떤가요? 이 짧은 글만으로는 지은이가 ‘양의사’라기보다는 오히려 ‘한의사’ 같지 않습니까? 환자의 피부상태·낯빛·눈동자의 광채 등과 같은 외양으로 장상, 곧 속내를 유추한다는 건 바로 우리들의 장상론(藏象論)이기 때문입니다. 환자에 대한 이른바 관형찰색(觀形察色) 시 피부의 윤택(潤澤)과 고조(枯燥) 여부로 체내 기혈(氣血)의 성쇠(盛衰)를 가늠하고, 소위 ‘정명지부(精明之府)’에서 신(神)의 유무(有無)를 살피며 “득신자창 실신자망(得神者昌 失神者亡)”과 같은 『내경』 구절을 떠올리는 것은 진료 시 우리 한의사들의 모습인 것입니다.

저자는 위장내시경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라고 합니다. 세계 최초로 대장내시경 삽입법을 고안하여 개복 수술을 하지 않고도 장내의 용종(茸腫 ; polyp)을 제거하는 수술을 선도적으로 시행한 의사이며, 30만 번 이상의 위장내시경 검사와 9만 번 이상의 용종절제술을 실시한 경험 많은 의사입니다. 이런 그가 고희(古稀)를 넘어 질병과 건강에 대해 최종 결론처럼 내뱉은 말이 위와 같이 한의학적 관점과 거의 일치한다면, 비록 그가 양의사일지라도 한 번쯤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읽고 나서는 대부분 신야 교수의 견해에 공감하시겠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신야 교수님의 여러 주장 중 저는 특히 다음과 같은 의견 -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억지로 맛없는 것을 먹어서는 건강해지기 어렵다”, “자연 환경에서 자란 먹을거리를 먹지 않는 사람이 자연 속에서 건강하게 살기는 어렵다”, “병에 걸리는 사람은 반드시 이유가 있다”, “병에 이르는 과정은 하나가 아니다. 모든 요인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정신적·신체적·환경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나쁜 사이클이 만들어졌을 때 병에 걸리는 것이다”, “우리 몸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전부 몸에 나타난다” - 에 적극 동의하였습니다. 1957년 일본 후생성에서 만든 ‘성인병’이란 용어가 1996년 ‘생활습관병’으로 바뀐 점을 떠올리면, 누구나 수긍하실 겁니다.

저자의 한글판 책은 서너 종 있지만, 위(胃)와 장(腸)이 좋아야 건강하다는 주장은 이 책에서 가장 충실히 드러납니다. 경제가 어려운 만큼 책을 구매할 때도 절약해야 하지 않겠어요? <값 1만1000원>

안세영(경희대 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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