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408] 石谷散稿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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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408] 石谷散稿②
  • 승인 2009.03.13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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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해가는 세상물정, 救療見聞記

石谷 李圭晙(1855~1923)이 생전에 남긴 유고집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은 그가 주창한 扶陽論의 의철학적 토양과 의학사상의 배경을 이루고 있어 2009년도 전통의학국역총서의 국역 대상 자료로 선정되었기에 한 번 더 지면을 할애하여 주목할 만한 내용을 살펴보기로 한다.

지난주에 소개한 西遊路程記 다음에는 京都志가 수록되어 있다. 개인의 문집에 어찌하여 지방지가 실려 있을까 의아해 하면서 들여다보니 이 역시 서울을 방문한 기행기이다. 三角山의 산세에 대한 기술로부터 시작하는 경도지에는 도성안의 여러 봉우리와 물줄기, 그리고 대궐의 殿閣들과 八方의 門樓들에 대해 기술하고 각 관아의 위치와 특징을 상세하게 그려놓았다. 아울러 당시 서울 장안의 변화된 모습 속에서 신세계의 도래와 변혁의 조짐을 감지하고, 耶蘇堂의 서양인 모습에서 외래문화에 경악해 하는 선비의 심경이 잘 표현되어 있어 꼭 한번 읽어 볼 만하다.

현재 복원공사가 한창인 광화문과 경복궁을 탐방한 내용 중에 해태에 관한 언급이 보인다. 광화문 밖에 돌로 된 해태(石獬豹)가 있는데, 크기는 황소(犍牛)만 하고 고개를 마주보고 있다. 모두 4마리인데 남쪽을 향해서 물을 내뿜는 듯한 형상으로 만들어 화재를 막으려 했는데, 紺岳山이 火體를 지니고 있어 밖으로 불기운을 비추기 때문이라고 설명해 놓았다. 石獸가 4마리였다는 사실도 새롭고 도성의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갖가지 類比로써 백성들에게 경각심을 제고하였다는 점도 되새겨볼만한 지혜이다. 崇禮門처럼 서울에 큰 화재가 발생할 때마다 해태가 화제가 되곤 하는데, 높은 건물에 가려진 탓일까, 아니면 짝을 잃어버려서일까?

한편 기록 가운데 환구단(圜丘臺)에 대한 내용도 보이는데 병신년(1896년)에 稱帝建元하면서 짓기 시작한 것이라고 하였다. 또 앞서 언급된 西遊路程記에 신축년 4월9일에 경성의 南門에 이르렀다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보아 석곡은 1901년에 서울에 이르러 보고 들은 바를 경도지에 담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에 金剛日記, 湖遊日記, 湖上再遊日記 등의 기행기가 이어지는데, 金剛日記는 1902년(壬寅) 4월에 천하명산이라는 금강산과 관동지방 여러 곳의 경승지를 탐승한 기록인데 이 일기에는 금강산의 초입에 있다는 溫井 이야기가 등장한다. 溫井의 물은 따뜻하고 뜨겁지는 않은데, 부스럼이나 가려움증을 나을 수 있다고 하였다.

또 湖遊日記는 1911년(辛亥) 여름 전라도와 충청도 여러 곳을 여행하며 겪은 일들이 소상하게 기재되어 있는데, 내용 가운데 東學敎徒를 만나 문답한 것도 들어 있다.
한편 湖上再遊日記는 1913년(癸丑) 가을에 역시 호남과 호서지방을 기행한 것으로 그 가운데, 이런 내용도 들어 있다. 연일 돌아다니다보니 바쁜 일정인데도 10여일이 지나도록 문자와 道義로서 서로 토론할 사람은 만나지 못하고 藥方을 구하러 찾아오는 자가 10여명인지라 묻는 말에 대답하는 것만 해도 한가히 쉴 여가가 없었다고 적혀 있다. 이미 석곡의 명성이 팔도 전역이 퍼져 가는 곳마다 병자들의 요청이 쇄도하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시기 석곡이 교유한 기록이 다른 사람의 글속에 남아 있다. 대표적인 예로 深齋 曺兢燮(1873~1933)의 문집인 『嚴棲集』에 석곡에게 보낸 편지글(答李石谷, 1910년) 1통과 함께 평론이 1편 실려 있다. ‘批李石谷(圭晙)遊支錄辨’이 바로 그것이다. 遊支錄은 일본인 德富蘇峰猪一郞이 지은 것으로 석곡이 그 내용에 관해 옳고 그른 것을 분변한 글에 대해 조긍섭이 다시 비평한 글이다.
이렇듯 석곡은 독자적인 의철학적 기반을 토대로 당대 거유들과 유학적 논쟁을 벌이고 견문과 교유를 통해 임상적인 지견을 확고하게 다져나갔던 것으로 여겨진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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