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407] 石谷散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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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407] 石谷散稿
  • 승인 2009.03.06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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理氣論辨 체현된 瞖障病錄

조선조 의학의 마지막을 장식한 의학자로 東武 李濟馬와 함께 石谷 李圭晙(1855~1923)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조선 후기 유학의 흐름 속에서 心性理氣論에 천착하였지만 기존의 經學說에 따르지 않고 六經을 재해석하는 한편 서구의 자연과학에 흥미를 나타냈던 과학사상가였다. 또한 잘 알고 있는 것처럼 『素問大要』(70회)와 『素問句讀俗解』(71회)를 집필하여 독자적인 『黃帝內經』해석의 새로운 장을 열었으며, 『醫鑑重磨』(154회)를 통해 『동의보감』을 되새김질 하였다.

이 책은 이미 소개한 바 있는 『石谷心書』(221회)와 짝을 이루는 저작으로 저자 사후 수습된 원고들을 모아 훗날 간행한 것이다. 발간사에 따르면 1968년에 제자인 崔鍾洛의 집안에서 발견된 선생의 원고를 서로 베껴서 돌려 보다가 1981년에 이르러서야 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석곡은 이외에도 『浦上奇聞』(210회), 『石山人別錄』(154회)과 같은 산문을 남겼고, 경학에 있어서도 『儀禮訂疑』, 『春秋讀法』과 함께 詩書易 3經에 대한 刷管을 기술하여 전통적인 경학사상을 정립하고자 하였다.

본서는 불분권 1책으로 되어 있으며, 石谷書堂記, 石谷書堂原韻을 필두로 詩와 輓詞가 96수, 지인들과 주고받은 편지글이 4편, 祭文 10편, 그리고 記文이 6편 수록되어 있다. 또 본고 외에 부록으로 輓詩와 제문, 碣銘이 붙어있는데 이것들은 선생의 擧喪때 제자인 石齋 徐丙五, 草廬 鄭萬載 등이 작성하여 추록된 것이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石谷書堂記는 그가 45세 되던 1899년 여름 石洞書堂의 문을 열고 지은 것으로 뒤에 붙은 石谷書堂原韻, 그리고 『석곡심서』의 첫머리에 있는 石谷書堂學規, 布德文과 함께 모두 이 시기에 지어진 일련의 문장으로 여겨진다.

이어지는 시문은 주로 서당의 문을 열 때 부쳐진 축하시와 선생이 여러 곳을 편력하면서 지은 애송시, 지인들과 주고받은 和答詩가 들어 있다.
특별히 편지글에는 한말의 의병장 면우 곽종석에게 보낸 글도 수록되어 있는데, ‘上參贊郭俛宇(鍾錫)先生’이 그것으로 1909년 12월에 지은 것으로 한일합병을 목전에 둔 시점이어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한편 목차에는 드러나 있지 않으나 ‘答李朗山’의 뒤에는 ‘病錄’이라고 덧붙인 글이 수재되어 있는데, 眼病瞖障에 대한 병리기전과 치법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져 있어 흥미롭다.
그는 환자의 안증을 肝腎虛冷에서 비롯된 虛火上升으로 진단하고 여태까지 복용해 왔던 淸凉瀉火劑를 무심히 지속할 경우에는 더욱 더 심해질 뿐이라고 경고하였다. 치법으로는 元陽을 補하면서 겸하여 赤爛生瞖를 다스릴 수 있는 藥味를 試用하라 하였다. 호소증의 病機에 대한 자상한 해설과 함께 石谷 특유의 扶陽學說에 근거한 입론이 돋보이는 기록이라 하겠다.

6편의 기행문에는 入伽倻山記, 西遊路程記, 京都志, 金剛日記, 湖遊日記, 湖上再遊日記가 들어 있는데, 맨 먼저 수록된 伽倻山記에는 곽종석과 함께 시국을 염려하고 이기심성설에 관하여 논변한 내용이 들어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조선 말기의 학자 艮齋 田愚(1841~1922)와 면담한 내용도 실려 있는데, ‘西遊路程記’에 보면 1901년 3월 대구를 출발하여 서쪽으로 여행하여 충청도와 서울을 두루 유람하고 천안에서 간재 선생을 뵙고 『論語』와 六藝에 대하여 문답한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간재집』에는 ‘答李叔玄(圭晙)’이라는 서한문이 실려 있어 이때 문답한 내용을 추측할 수 있으며, 서신왕래가 지속되었음을 알 수 있다.
여행은 다시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대략 2달이 걸렸는데, 가는 곳마다 학자들을 방문하여 학술 토론한 사실이 기록되어 있어 산천풍광을 즐기기 위한 유람이 아니라 일종의 학문적 구도여행이었던 것을 알 수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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