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이 분별없이 대중의료를 범람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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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이 분별없이 대중의료를 범람시킨다
  • 승인 2008.12.1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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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노리고 경쟁적으로 무면허·유사의료업자 조명
한의계, 한의사 이미지 개선 등 장기홍보전략 가동 촉구

방송사가 지나치게 의료의 대중화에 집착한다는 느낌이다. 건강 프로그램, 의학관련 드라마, 시사 고발 프로그램 등을 통해 의료를 조명, 국민의 건강을 계도하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지 않고 무자격자와 유사 의료업자를 지나치게 부각시킴으로써 의료를 누구나 할 수 있는 값싼 치료수단으로 전락시키고 궁극적으로 국민의 건강을 악화시키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야기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 값싼 의료 조장하는 방송사

한의계의 항의에 대해 모 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우리 침뜸의 역사와 효능을 알아가는 방송으로 이해해 달라”면서 “한의계에서도 방송에 나올만한 스타성 있는 분이 있다면 추천해 달라”고 말해 자신들의 행위를 성찰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12개의 정규 한의과대학과 한의학전문대학원, 1만 5천여 명의 한의사와 면허를 가진 한의사로 구성된 대한침구학회 등 전문가가 수두룩한데도 굳이 무면허자 혹은 유사의료업자를 우리 침뜸을 알리는 주체로 선정한 것이 의아스럽다.

대중성을 고려했다면 기존 한의사 중에도 얼마든지 많이 있고, 스타가 없다면 참신한 신인을 발굴할 수도 있는 문제인데 이런 부분을 전혀 고려치 않았다는 게 한의계의 지적이다.
방송사 스스로 무면허자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는 ‘근거의 부족’, ‘전문가로부터 치료받을 기회의 박탈’, ‘부작용’ 등 상식적으로 지적될 수 있는 문제들조차 어찌된 일인지 방송이 나갈 때 전혀 문제 삼지 않았다.

오히려 방송사는 무면허자들이 ‘능력은 있는데 자격이 없어 안타깝다’는 동정여론을 방송의 명분으로 삼는 경향을 보였다. 일종의 포퓰리즘이 최근 방송의 일반적 현상으로 자리잡았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포퓰리즘으로 정규 의료는 실종되고 스타성이 강한 유사의료업자가 주인의 자리를 꿰찬 것이다. 이런 결과는 시청률 지상주의가 낳은 폐해이기도 하지만 본질의 성찰보다 자극적이고 단순한 사실에 열광하는 우리 사회의 병리현상이기도 하다.

방송사가 가진 여론독점성도 왜곡현상을 더욱 가중시켰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한의계에 대해 방송사가 가진 힘을 내세워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고압적인 자세를 견지한다거나 하다하다 안 돼 고소·고발이라도 하면 마지못해 사과자막을 내보낸 뒤 기회를 보아 더 큰 불이익을 주는 식으로 의료전문단체를 압박하는 게 관행처럼 되다시피했다. 방송사의 권력 앞에서 합리적이고 전문적인 주장은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 고소·고발-사과-폄하방송 반복

대한한의사협회(회장 김현수)가 지난 10일 뉴스후 관계자들을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 위반, 의료법 위반, 명예훼손, 신용훼손, 의료법 위반 방조 등의 혐의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고소한 것도 더 이상 방송사와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결과로 추정된다.
한의협 최방섭 부회장은 “언론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는 것이 역효과를 낳는다는 주장도 있지만 효과 여부를 따지기 이전에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고소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언론의 횡포 앞에서 가만이 있으면 언론은 더 큰 권력이 되고 폐해도 커진다고 본 것이다. 그러므로 뉴하트 소송과는 달리 이번에는 취하하는 일이 결코 없을 것이라는 게 한의협 측의 단호한 입장이다.
이번 소송에 대해 한의계 일각에서는 법적으로 쐐기를 박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소송 자체를 반대하지 않지만 너무 즉흥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소송을 한다고 방송사가 잘못을 인정하는 것도 아닌데 소송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오히려 이들은 ‘전문의료의 대중화는 어느 정도 이루어져야 하지만 의료정보를 포퓰리즘 식으로 다루는 것은 위험하다’는 관점에서 이성적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고 구체적인 플랜을 준비할 것을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아가 대중의료의 범람현상에 대해 이왕이면 인문학적이고 사회학적인 고찰까지 곁들여 문제점을 정확히 짚어냄으로써 잘못을 승복케 하고 추후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근원적으로 차단할 것을 주문했다.

■ 이성적 접근으로 대중의료 범람 차단을

언론홍보에 일가견이 있는 모 인사도 “가장 우려스런 상황은 감정싸움을 하는 것”이라면서 “의욕만 앞세우지 말고 도움을 요청할 것은 요청하고 안 되는 것은 분명히 밝힐 때 최종적인 승자가 된다”고 조언했다.
전임 홍보이사를 역임한 다른 한 관계자도 “요새 홍보는 기자 선을 떠난 것 같다”, “여론을 만드는 시민단체나 블로그, 카페, 아고라 등의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주변상황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의사와 한의계 이미지 개선이 중요하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한의계는 90년대 한약분쟁을 거치면서 과거의 신뢰받는 이미지였던 수염을 기르고, 환자와 같이 아파하는 인자한 할아버지 상 대신 머리 깎고 시위하고, 탐욕스럽고, 목청 돋우는 기득권층 이미지로 변한 만큼 한의사와 한의학이 사회적 선에 기여하는 집단으로 인식되도록 이미지 메이킹을 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결국 방송사에 대해서는 한의학의 전문성에 입각해 올바른 의료정보를 제공하도록 합리적으로 설득하고, 한의계 내부적으로는 좋은 이미지를 만들 장기 전략을 수립하는 일이 홍보의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인 셈이다. 김남수 씨를 조명하는 일련의 방송으로 빚어진 한의계 내부의 논란이 올바른 홍보전략 수립의 계기가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민족의학신문 김승진 기자 sjkim@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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