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정 칼럼] 한의학의 주인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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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정 칼럼] 한의학의 주인은 누구인가
  • 승인 2008.07.1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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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적인 관점에서의 뛰어난 치료효과에 있어서도 그것을 대국민적으로 홍보할 때 우리는 매번 그것이 “과학적 근거가 있는가?” 라는 질문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만다. 한의계가 대정부 요구와 질의를 할 때도, 우리가 듣는 답변은 언제나 “고려해보겠다”, “시행 가능한 한의학계의 근거가 필요하다”라는 답변이다. 한의계의 각종 현안을 보면 그 문제점의 끝에는 언제나 “학회의 역할부재”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의학은 순수과학과 응용과학의 총합이요 나아가 사회적 규범 안에서 의술을 행하게 하는 복잡한 위치에 놓여 있다. 의학의 증명은 그 의학이 놓여 있는 사회의 과학에 의해 검증이 이루어지고, 마찬가지로 한의학 역시 한의학이 발달되어온 동양과학의 검증과 발견 속에 발전을 이루어왔다.

과학은 단 한 가지의 과학만을 인정하지 않고 다양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사회는 마치 중세암흑시대의 교회가 ‘절대적 진리’의 표준이었던 것처럼 ‘절대 유일 과학’을 당연시 하고 이러한 과학에 대한 포용력의 미숙함은 한의학을 증명하는 동양과학을 한의사 스스로 권위를 추락시키고 비과학으로 만드는 콤플렉스의 지경에 이르렀다.

증명할 과학을 상실한 한의학은 ‘과학적 근거’를 가지게 되는 순간 그것은 양방의료체계에 편입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가지게 되었고, 또 한편으로는 과학적 근거가 없으면 제도당국과 국민에게 아무런 발언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딜레마에 놓이게 된 것이다.
과학자가 개발한 약물과 의학이론 기기들은 당연히 양의사 것이라고 생각하며, 한의사가 아닌 재야의 사람들이 만든 의학이론 치료술은 돌팔이라고 매장한다.

서양의학은 서양과학을 근거로 한다. 의학의 주인은 의사라는 발상은 “과학의 주인은 의사”라는 말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의학이란 과학의 총합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순수 자연과학의 토대에서 의학은 발전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과학과 “응용과학-의학”은 서로가 이론과 실증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권위를 인정해주게 된다. 우리가 인정받지 못한 것은 우리를 증명해줄 우리의 과학을 상실했기 때문이며 그것은 우리의 과학을 하는 과학자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더욱 적극적으로 ‘동양과학’을 하는 사람들을 철저히 매장하고 역사 속에서 지워가고 있다.

한의학은 한의사에 의해 만들어지고 한의학의 신기술의 기원은 한의사라고 기술하는 것은 학문 앞에 비웃음거리요, 역사 앞의 자가당착이다.
학문에 주인이란 없다. 단지 사회 시스템 속에 ‘의료행위자’로서의 면허제한이 있을 뿐이다. 그 누가 한의학, 학문 그 자체를 한다고 한다면 그것이 재야의 무명씨이든, 물리학자든, 공학자이든, 한의계는 환영하고 적극 수용하며 다듬고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의학계에선 화학자였던 파스퇴르를 역사에서 지우고 의사가 병원체 개념을 정립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생물학자였던 왓슨과 물리학자였던 크릭을 역사에서 지우고 의사가 DNA구조를 밝혔다고 하지 않는다.
이제마 선생님이 한의사가 아닌 한의학자였듯이 우리 주변엔 현존하는 한의학자 또는 동양학자들이 있다. 그 학자들의 업적을 모두 한의사가 행한 양 역사를 왜곡하고 인위적인 논거를 끼워 맞추는 불편한 모습이 후대에 21세기 한의계가 가진 콤플렉스의 증거로 남지 않게, 역사 앞에 우스꽝스러운 짓을 멈춰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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