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만의 티베트 이야기(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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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만의 티베트 이야기(18)
  • 승인 2008.06.2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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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가는 것만이 아름답다!

---- (前略) ----
가는 것만이 아름답다
한 군데서 살기에는
너무 큰 세상
해질녘까지
가고 가거라
그대 단짝
느린 그림자와 함께
흐린 날이면
그것 없이도
그냥 가거라
-고은 〈그대 순례〉

고은은 젊은 날에 방황하다 머리를 깎고 입산한다. 그러나 오래 머물지 못하고 곧 하산한다. 그의 예술적 열정은 엄숙한 수도승의 울타리에 가두기에 너무 뜨거웠다. 늦게 결혼하여 부인과 딸을 두어 一家를 이루고 한국에서는 드물게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도 추천된 그의 시는 나이가 들면서 빛을 더 발하는 것 같다.

그는 ‘황혼에 마시는 술은 하루의 일상을 마감하는 장엄한 잔치’라 하였다. 후배 시인들에게 ‘시인이여 술을 마시자’고하면서 제대로 술을 마실 것을 일갈하고 있다. 우리는 ‘흘러간 세월을 생각하며 다정한 술잔을 나누세(로버트 번즈)’라는 시구처럼 추억을 안주삼아 술을 마실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에겐 ‘가는 것만이 아름답다’는 말 이상 美學은 존재하지 않는다.

락파라의 1/3 정도까지 권오상 기자, 서성준 대원과 동행했지만 자기만의 호흡과 체력과 리듬을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거리가 벌어지기 시작한다. 한참을 오르다보니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던 독사 김연수가 독일 선수 1명과 함께 가고 있었다. 이들과 만난 역사를 사진으로 남겼다.

道路 공사를 하고 있는 남루한 티베트 人民들이 보인다. 중국 공산당을 만든 마오쩌뚱은 참으로 단무지(단순·무식·지독)해서 많은 人民의 피를 불렀다. 마오의 〈대약진운동〉은 1958년 ‘15년 내에 영국을 따라잡겠다’고 선언하고 풍부한 노동력으로 농업과 공업 생산을 최대화하여 조기에 선진국에 진입하겠는 운동이었다. 집단농장인 ‘인민공사’는 개인의 사유재산을 금지하고 공동생활을 하며 모든 소득을 공평하게 분배하게 했다. 잠시 이상적 공산주의가 실현된 것이다. 1958년에는 大豊과 마을마다 鎔鑛爐에서 엄청난 철이 생산됐다.

그러나 노동을 주도할 청장년들은 오직 철 생산에 매달려 秋收에 ‘收受’傍觀해 엄청난 식량난을 초래했다. 낫, 칼, 호미, 도끼, 삽, 톱, 화로, 자물쇠, 트랙터 등 거의 모든 철은 용광로로 들어갔고 불을 땔 수 있는 모든 나무들은 용광로 아궁이로 들어갔다. 산은 민둥산으로 변했다. 작업 도구나 생활용품을 거의 쓸모없는 고철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마오는 全知全能하게 근대 중국을 잠시 석기시대로 바꿔버린 것이다.

이 엄청난 비효율과 모순이 마오式 선동과 구호에 의해 획일적으로 이루어졌다. 〈대약진운동〉으로 餓死한 인민이 ‘세계 2차 세계대전 사망자(대략 4182만명)’에 버금가는 3,000~4,000만 명으로 추산된다. 마오는 그것을 보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정도로 시력은 강했고 얼굴은 두꺼웠다. 6억 인민에게 그 운동은 엄청난 餓死者(5~7%)를 남기고 처절하게 끝났지만 그는 이성적 판단력이 없는 어린 홍위병(9~18세)들을 선동하여 1965년 〈문화대혁명〉을 일으켜서 또 다시 피비린내 나는 光風을 일으킨다.

중국 人民들은 이 때 심하게 愚民化된 것으로 보여진다. 모든 나라에서 2차대전 전범재판을 했지만 마오는 목이 잘리지 않고 1976년 자연사했다. 죽은 마오가 아직도 중국인의 가슴에 붉게! 살아있는 이유는 참 不可思議해 보인다. 위안화(圓貨)에 그려진 초상화 때문일까?

라체에서 고개 정상까지 지도상 거리 23km를 훨씬 지났지만 정상은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높은 고개를 장시간 오를 때는 가슴을 활짝 펴고 고개를 들어 깊게 숨을 쉬며 증기기관차처럼 가야 한다. 이 고난의 순간 어린 시절 이발소 액자에 키치(kitsch)풍 그림과 시가 절실하게 떠오른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픔을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은 결코 오리라.
현재는 언제나 슬픈 것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모든 것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지난 것은 모두 그리워만 진다.
-푸슈킨 〈삶〉

이 ‘苦毒’한 행진과 괴로운 시간(현재)도 흘러가고, 흘러간 시간은 刹那(미래)로 변할 것이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경사가 완만해지지만 바람은 더 강해진다. 정상이 가까워지면서 유난히 작은 양떼와 목동의 휘파람소리가 바람 속에서 들려온다. 하늘이 맞닿는 곳, 억센 관목과 추위를 피하기 위해 무더기로 피어있는 작은 풀들이 보인다.
높은 곳으로 올라갈수록 다들 작아지고 작은 것은 그저 아름다워 보인다. 푸른 하늘에 感染된 파르스름한 낮은 산들은 아득한 그리움을 산산이 뿌리고 있다. 정상을 알리는 아치가 보인다. 락파라(5220m)가 눈앞에 있다. 〈계속〉

김규만
서울 은평구 굿모닝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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