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만의 티베트 이야기(5)
상태바
김규만의 티베트 이야기(5)
  • 승인 2008.03.14 13: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5. 아! 風景, 바람과 빛

우리는 4시간만에 사천성 쳉뚜공항에 도착했는데 9월 말인데도 아직도 후끈거리는 여름이 남아있었다. 대기하고 있는 버스에 짐을 싣고 호텔로 향했다.
오버차지가 걱정되어 우리는 무게가 나가는 짐들을 쳉뚜에서 다시 한 번 줄였다. 짐을 줄일 겸, 버너 시운전도 할 겸해서 무게가 많이 나가는 캔으로 안주를 만들고 무색, 무취, 무미라 三無酒로 통하는 Vodka로 축배를 들었다. 그러다 보니 잠은 1시간도 제대로 못 잔 것 같다.

아침 일찍 티베트의 공가공항으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위스키 한병은 서성준 대원의 배낭에 넣고 가다가 검색대에서 압수당했다. 반드시 액체는 카고로 보내는 것을 잊은 처사였다. 스카치 위스키 한 병 만들어 지는 과정은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란 시가 무색할 정도이다.

15년, 20년의 세월이 함께한 숙성과정을 통해서 위스키는 생명의 물(The Water of Life)이 된다. 위스키는 포도가 생육하지 않는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가 원산지이다. 위스키는 보리로 엿기름을 만들어 이탄(유연탄)으로 그을려 말리고 발효시켜 술을 만들고 증류하여 Oak통에 넣어 숙성시킨다.
위스키는 아일랜드와 영국의 음산하고 우울한 기후를 밝히는 빛이었다. 영국을 우울증에서 구해주고 활력을 준 것이 바로 이 위스키라고 한다. 대영제국을 만든 해적질의 원동력이었다고도 평가된다.

대륙! 에서는 포도주를 증류하여 브랜디(꼬냑)를 만들고, 섬에서는 맥주를 증류하여 위스키를 만들었다. 맥주의 종주국은 독일이라고 하지만 아일랜드의 기네스 맥주는 아주 기억에 남는 맛있는 술이다.
세계 어디를 가건 술꾼들의 비약은 알아줘야 한다. 위스키나 브랜디를 ‘생명의 물’, ‘불사의 靈酒’, ‘신의 눈물’ 등으로 미화하기 바쁘다. 주정을 정신(Spirit)이라고 부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술은 철저한 야누스의 얼굴을 하고 있다. 그 양면성에 속아서 수많은 Artist와 시인, 묵객 들이 술독에 빠져 죽었다.

라사행 비행기 안에서 기내식을 먹을 때까지 다들 신바람이 난 듯 창밖으로 보이는 험준한 산과 고원과 계곡을 아래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만년설이 내려다보인다.
한 3시간 가량 非夢似夢 정신도 꿈처럼 날아가고 있었다. 해발 3,600m에 위치한 공가공항에 내리는 순간 티베트의 강렬한 햇볕과 맑고 찬 공기가 현기증처럼 와 닿는다. 피부와 살을 당기는 메마른 공기를 폐부 깊숙이 마시면 아득한 고원과 황량한 산맥들의 환영이 따라 들어온다.

초록이 없는 황량한 대지와 산들 그리고 수심이 낮은 넓은 강과 황무지의 외로운 잡목과 초원이 가을에 젖어서 눈에 들어온다. 희박한 공기는 바람과 빛이 만들어 낸 다양한 유채색 風景을 순간순간 흑백의 무채색으로 단순화시켜 버린다. 아직 본격적인 고소증세는 없지만 현기증과 숨 가쁨이 스쳐 지나쳐간다.

공가 공항에서 넓고 낮은 라사 강을 따라서 간다. 가을 강은 맑고 투명하며 유장하다. 달리는 차창 밖으로 밀려왔다 밀려가는 거대한 산들을 스쳐 지나가다보면 티베트의 성도이자 포탈라 궁이 있는 라사에 이른다. 해발 3680m, 산소분포량은 68%라고 한다. 이곳 히말라야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점심을 먹고 나니 두통과 어지럼증, 소화불량, 구토감 등이 벌레처럼 스멀거리기 시작한다. 수면부족과 스미르노프를 너무 많이 마신데다 갑자기 3600m로 고도를 높인 탓이다. 숙취와 고산병의 합병증 증세로 머리가 엄청나게 아프고 구역질이 난다. 일단 뱃속을 깨끗이 비우고 서성준 대원에게 펜잘 1알을 얻어 먹고 이불을 덮고 땀을 내며 잠이 들었다 깨어보니 오후 해걸음이다. 땀이 축축이 나면서 숙취가 풀리기 시작한다.

반군, 테러리스트를 연상시키는 두건을 머리에 썼다. 아무래도 머리가 차가우면 피가 걸쭉해져서 흐름이 더디면서 두통이 오기 쉽다. 머리를 따뜻하게 하는 것은 초기 고소적응 시 아주 중요한 방법이다.
너무 야만적인 방법이지만 일단은 고소적응에 성공한 것 같다. 필자는 고소 경험이 많은 편이다. 그러나 과음을 해서 고소적응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러한 고소적응방법은 부분적으로 일리는 있지만 절대 따라 해서 안 되는 위험한 방법이다.

사람의 뇌는 체중의 2%이지만, 산소소모량은 25% 정도 된다. 이 말은 심장에서 분출되는 피의 25%가 뇌를 지나가게 되어있다. 그러므로 머리의 보온이 매우 중요하다. 잘 흘러가게 따뜻한 물을 마셔주는 것도 역시 중요하다.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먹고, 소식을 하되, 포도당을 공급해주는 것도 고소증세에 도움이 된다.

고소증세에 이뇨제인 Diamox를 썼는데 최근에는 Viagra도 많이 쓴다. 고소증세는 산소를 많이 필요로 하는 부위에 문제가 온다. 산소를 많이 쓰는 곳은 머리와 위장이다. 산소가 없으면 머리가 몹시 아프고 음식이 소화되지 않는다. 이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춰 한약으로 고소증 예방약을 만들 수 있다. <계속>

김규만
서울 은평구 굿모닝한의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