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재 안전성 인식 한의사부터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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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재 안전성 인식 한의사부터 바꿔야
  • 승인 2008.03.0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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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것이냐, 말 것이냐”가 먼저, 기준은 다음
위해 물질을 독극물로 인식, 한약 왜곡 부추겨

한의사들부터 한약재의 안전성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단순히 위해 가능성이 있는 성분이 검출됐다는 것만을 가지고 한약을 평가하는 방식이 계속 이어질 경우 한의사는 한약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것이 빤하기 때문이다.
양방의 경우 급성 신부전증과 고혈압 등 각종 질환을 유발하는 것이 확인된 항생제를 염증 치료 혹은 예방 차원에서 아무런 꺼리낌 없이 투약한다. 감기와 관련이 없는 소화제와 제산제를 약물투여에 따른 위장장애 방지와 빠른 흡수를 이유로 투약한다.

이 같은 실태가 간혹 언론에 보도되지만 큰 반향을 불러 오지는 못한다. 국민들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의사들은 한약의 ‘안전성’에 보통 민감해 있는 것이 아니다. 경기도 안양시에 개원하고 있는 한 한의사는 “환자들이 TV 보도 내용을 이야기를 하며 ‘괜찮을까요’라고 물어오면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이제는 “진짜 먹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지 자신이 없어질 때가 있다”고 말했다.

한약은 일률적인 공정을 통해 나오는 화학약품과는 달리 품질에 차이가 나는 게 당연하다. 단지 위해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중금속 등 위해성물질의 허용기준치를 정해 놓았을 뿐이다.
그러므로 엄밀한 의미에서 납이 기준치인 0.1ppm 이하로 검출됐다고 해서 완벽하게 안전한 것도 아니고, 이산화황이 30ppm 이상 검출됐다고 해서 유해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그런데 마치 언론에서는 이를 독극물 취급을 하고 있고, 한의사들도 따라가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식품도 마찬가지이지만 위해성 기준을 마련한 이유는 먹을 수밖에 없으므로 최대한 위험 요소를 줄여보자는 의도다. 중금속 허용 기준치가 0.2ppm으로 규정돼 있는 쌀의 예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사용’이 먼저라는 지적이다.
다만 인공적으로 투여되는 위해물질은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는 데는 이의가 없다. 색을 희게 보이게 하려거나, 부패 또는 충해를 막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화학약품이 살포되는 것은 차단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필요에 의해 할 수밖에 없는 것을 무조건 막는 것도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현실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나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는데 이산화황 기준을 강화한 것이 가장 대표적인 예라는 것이다.
중금속의 경우 문제가 더 심각하다. 창출·백출·황련 등은 카드뮴에 쉽게 노출된다. 같은 지역에서 자란 다른 약재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데 이들 약재는 0.2ppm 기준을 지키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기준에 맞는 창·백출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양이 적어 수요를 맞추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한약재의 안전성 기준은 “이 약을 쓸 것인가, 말 것인가”를 먼저 결정하고, 다음에 기준을 잡아야 한다. 카드뮴, 납, 이산화황 등 특정 성분의 유해성에만 집착할 경우 한약재는 아예 쓰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일부 한의사들은 “언론이나 사회단체로부터 공격을 차단하고,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아예 기준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한의사들이 한약재의 현실을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센노사이드A 0.25% 기준을 맞출 수 있는 대황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제까지 정부는 “기준에 맞는 것도 있으니까 그걸 수입해 와라”라는 입장이었고, 수입업자는 종대황이라고 하고 대황을 수입해 오면 그만이었다. 한의사들도 큰 관심을 갖지 않았었다.
곧 한약규격집에서 종대황이 삭제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야 수입업자들은 대황의 수급을 우려해 삭제를 반대하고 나섰으나 대황의 기준을 바꾸려는 시도는 미미하다.

종대황이 삭제되면 대황이 수입될 수 있는 길은 아주 좁아진다. 당고특대황 중 일부 기준에 맞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물량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기준에 의해 약재를 쓰기 힘든 사례가 곧 발생될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쓸 것인가 말 것인가’를 먼저 정하고 기준을 마련했어야 했는데 일본의 공정서를 복사하다시피 한 결과가 이러한 현상을 낳게 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의사 스스로 먼저 ‘쓸 것인가, 말 것인가’를 정하고, 쓰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며 대중을 어떻게 설득시킬 것인지를 생각해야 할 단계에 왔다는 지적이다.

민족의학신문 이제민 기자 jemin@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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