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만의 티베트 이야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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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만의 티베트 이야기(4)
  • 승인 2008.02.29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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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멀고 험한 티베트 가는 길

골치 아픈 대원 모집과 원정준비가 끝나서 마지막으로 여권 안가지고 온 사람만 없다면 ‘고생 끝 행복 시작’이라 생각하고 여권 소지여부를 전화로 확인하니 문제가 없다. 그러나 호사다마(好事多魔)라는 예언적인 사건이 터졌다.
Custom(세관)을 선택할 때 관상을 보고 줄을 서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무서운(?) 세관원이 아닌 무서운 여직원에게 걸렸다. A항공사의 체크인 카운터 여직원에게 걸린 것이다.

대원 중 한 명이 오래 쓴 여권의 낱장이 떨어지지 않게 안쪽 앞뒤로 투명 스카치테이프로 붙인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이 여자는 혹 일어날지 모를 중국 출입국관리소의 트집을 빙자해서 자기가 여권의 변조여부를 확인해야 하니 붙여놓은 스카치테이프를 떼라고 한다. 종이에서 스카치테이프를 떼면 여권이 당연히 훼손되어 출국을 못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 그래서 산전수전 다 겪은 막강한 대원 8명은 사색이 되어서 인천공항에서 헤어드라이기를 찾으러 다니는 해프닝을 벌였다.

관상학(觀相學)은 아니라도 한의사로서 관형찰색(觀形察色)하지 않은 죄과였다. 장시간 실랑이에도 불구하고 이 여자는 일수불퇴다. 급기야 책임자를 불러와서 얘기를 했다. 책임자는 ‘떨어지지는 않았고 떨어지지 않게 테이프를 붙인 거군요’라며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 맹견(?)은 자기의 뜻이 관철되지 않아서 기분이 나쁜지 식식거리며 볼펜도 아닌 굵은 색연필을 주면서 각서까지 쓰라고 한다.

대부분 사람의 외모에는 마음이 그려져 있다고 한다. 반드시 인상을 확인하고 줄을 서고 만약 이 같은 직원을 만나면 다른 카운터로 옮겨서 일을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스카치테이프를 붙인 여권은 위조여권으로 오해받을 수 있습니다. 중국에 입국하는 한국인 중에 Immigration에서 가끔 무고한 피해를 보는 사례가 있습니다. 이 문제는 항공사와 관련이 없으니 스스로 책임지셔야한다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고객을 생각하는 항공사라면 이런 내용의 게시나 안내는 기본이 아닐까?

단체 승객이 엄청난 짐과 함께 기다리고 있는데 여권에 스카치테이프를 떼지 않는다고 버티던 항공사 여직원의 고압적인 자세를 보면서 혹 우리 한의원에 이런 직원이 없는지 타산지석으로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았다. 그 난리통에 우리 일행은 허겁지겁 비행기가 문을 닫기 직전에 겨우 탈 수 있었다.

스칸디나비아 항공사가 적자였는데 흑자로 바꾼 것은 새로운 CEO의 노력의 결과라고 한다. 그가 강조하는 것 중에 기억나는 것은 ‘따뜻한 미소와 몇 초간 고객과 눈 맞춤’이 만들어낸 고객만족주의였다고 한다.
“고객만족주의는 선택사항이 아니다. 고객이 외면하면 당장 회사가 망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삼성 이건희 회장의 말이다.

비행기의 용어는 모두 배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옛날 범선은 우측 후미에서 방향 조정을 하므로 배의 좌측편을 Port에 접안시켰다. 그래서 오른쪽을 Starboard, 왼쪽을 Port라고 한다. 모든 배나 비행기의 출입구는 좌측에 있다.
배를 인도하는 수로 안내인을 파일럿(Pilot), 선원을 크루(Crew)라고 한 것도 같은 기원이다. 바다가 아닌 하늘로 가는 항구라서 Air Port(空港)라고 한다. 만남과 떠남의 애환이 서린 곳이 Port인 것 같다.

여행의 달인들은 기내 좌석을 배정받을 때 ‘장거리는 복도 쪽, 단거리는 창문 쪽’을 선택하라고 한다. 필자는 당연히 보딩패스를 받을 때 복도 쪽 자리를 요구한다.
일단 장거리에서 복도 쪽에 앉으면 화장실을 가거나 필요한 짐을 올리고 내리며 몸을 움직이고 이동하기가 쉽다. 만약 뒤 자리가 비어있다면 그쪽에 가서 넉넉하게 누워서 갈 수도 있다. 또한 복도 쪽은 승무원들의 서빙을 받기가 쉽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잡지에 나온 세계 지도를 보면서 잠시 여행의 행로를 확인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기내식을 먹는 순간이 여행의 출발이라고 생각된다.
복도 쪽에 앉으면 곁을 지나다니는 승무원에게 부탁해서 와인이나 맥주를 부탁해 필요한 만큼 마실 수 있다. 술을 많이 마시면 다른 사람들의 눈총을 받으므로 동일인에게 2번 이상 절대 부탁하지 말라고 한다.

술의 약성은 ‘주통혈맥 소수견흥 소음장신 다즉손명(酒通血脈 消愁遣興 少飮壯神 多卽損命)’이라고 한다. 주정(酒精)을 영어권에서는 Spirit(정신)이라고 한다. 술을 마시는 것은 정신(?)을 마시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영혼이 알콜의 힘으로 서서히 은화처럼 맑아지면서 미래의 알 수 없는 고행 길도 장밋빛으로 황홀하게 각색이 된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횡단 계획을 점검하다보니 4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사천성의 쳉뚜(成都)공항이라는 기내방송이 나온다. <계속>

김규만
서울 은평구 굿모닝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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