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 옌칭도서관 한국관 방문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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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버드 옌칭도서관 한국관 방문기(하)
  • 승인 2008.02.2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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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귀본은 1평 크기 유리방에서 열람

다시 옌칭도서관 이야기로 돌아가서 내가 찾고자 하는 목록을 희귀본자료[Rare book]담당자에게 주면 담당자는 전용서고에 들어가 내가 원하는 자료를 카트에 싣고 나온다. 그리고 나서 대출일지를 작성하고 서명을 한다.
이곳 옌칭도서관에는 희귀본을 보는 공간이 별도로 있다. 사방이 유리벽으로 되어있는 이곳은 문이 밖에서도 안에서도 열리지 않도록 되어있고 관리자가 카드로 문을 열어 주어야 하는 즉, 안에 들어간 사람은 초인종을 눌러서 관리자를 불러야 나갈 수 있도록 되어있다.

1평 남짓한 공간인데 컴퓨터가 한 대 놓여있어서 자료를 검색하거나 인터넷은 자유롭게 쓸 수 있고 책상 앞에는 짧은 몽당연필이 잔뜩 놓여있는데 이 공간 안에서는 연필만 사용하도록 되어있다. 유리문에 붙은 안내문에는 친절하게 한글로 “이곳 貴重本 使用室에서는 연필만 사용하여 주십시오. 연필이 필요하시면, 사무실에 부탁하여 주십시오.”라고 적혀있다.
그리고 들어갈 때는 가방은 두고 들어 가야하며 카메라, 노트, 노트북PC는 가지고 들어갈 수 있다. 특히 감동적이었던 것(?)은 상업적인 목적이 아닌 경우에 한해서 플래쉬가 터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자유롭게 촬영할 수 있다는 점이다.

■ 한국고서 3900권 소장

여기에 있는 고서들 중에는 중국고서가 단연 많지만 한국고서도 3850 여 종이나 된다. 이 고서들은 현재 해제가 되어 있고 2005년에 경인출판사에서 간행하였다. 제목은 ‘하버드 燕京圖書館 韓國貴重本 解題’, 영문이름은 ‘Harvard-Yenching Library Bibliographical Series’의 하나로서 ’The Annotated Catalogue of Korean Rare Books at the Harvard-Yenching Library, Harvard University’이다.
전 한국관 관장 윤충남 박사가 십 수년간 정리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에서 전문가 세 사람이 교대로 파견되어 완성한 것이다. 분량은 색인포함 5권이며 한국 의서의 경우는 해제집 4권의 자연과학부분에 의서목록 19종이 있다.

필자는 2년 전에 한의학연구원 안상우 부장님, 경희대 김남일 교수님과 ‘해외소재 한국한의학 자료조사연구사업’을 시작하면서 국외에 있는 한국의서는 대개 어떤 것들이 있을까라고 자문해 본적이 있다. 그리고 지금, 비록 중국이라는 제한된 곳의 조사를 마친 잠정적인 결론이기는 하지만 결국 한국에서 유명한 의서들이 국외로 전파된 것이다. 그 의서들이 그곳의 의학발전에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뭐라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국외에 까지 조심스럽게(?) 모셔져 갔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일반적으로 한국한의학의 역사를 설명할 때 이정표가 되는 의서들이 있다. 『향약집성방』을 거쳐 『의방유취』 그리고 『동의보감』, 『동의보감』의 영향을 철저하게 이어받은 『제중신편』과 『광제비급』 그리고 구한말의 『동의수세보원』과 『방약합편』 등이 그것인데, 한국한의학의 역사의 흐름을 대변해주는 의서이면서 한국의 한의학을 형성하는데 저변을 형성하고 있는 의서들이다.
이번에 하버드에서 확인한 한국의 의서들도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동의보감』, 『의학입문』, 『동의수세보원』, 『방약합편』을 이역만리 떨어진 곳에서 확인하는 느낌을 글쎄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여기에 더해 『향약집성방』 필사본과 『광제비급』도 필자에게는 인상적이었다.

『향약집성방』은 규모가 작지 않은 책인데 군데군데 좀이 슬기는 했지만 正書로 필사되어 있는 꽤 깨끗한 판본을 확인할 수 있었고, 『광제비급』의 경우는 저자는 李景華이지만 이경화라는 저자보다는 이 책의 간행을 후원한 당시 함경도 관찰사 李秉模라는 사람이 더 알려져 있다. 후에 영의정을 지낸 당대의 명인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광제비급』이라는 책은 책 내용의 가치 여부를 떠나 1790년에 단 한차례 간행하고 다시 간행한 일이 없는데도 현존하는 판본이 꽤 많다. 작년의 중국조사에서도 확인했는데, 이곳 하버드에까지 와 있을 줄이야...
이밖의 한국의서의 목록을 이 곳 소장번호순으로 간단하게 정리해 보았다. 목록은 윤충남의 ‘解題’에 나온 한국의서를 발췌하여 정리한 것이다.

■ 주요 한국의서 소장 목록

19세기말의 저자미상 필사본인 『壽域要訣』, 1905년에 간행된 盧光履의 목판본 『保幼新編』, 1938년 간행된 鄭在鎭 의 석인본 『麻方大要』, 1884년에 간행된 황필수의 목활자본 『方藥合編』, 1887년에 간행된 목활자본 『證脈方藥合編』, 1799년 간행된 康命吉의 목판본 『濟衆新編』, 1814년 목판본 『東醫寶鑑』, 1820년 간행된 조선판 중국의서 목판본 『醫學入門』, 1790년 간행된 이경화의 목활자본 『廣濟秘笈』, 1929년 간행된 연활자본 『東醫四象新編』, 1941년의 석인본 『東醫壽世保元』, 1887년으로 추정되는 필사본 『藥性歌』, 1928년에 간행된 趙鼎允의 석인본 『一金方』, 1928년 간행된 金宇善의 목활자본 『醫家秘訣』, 1927년 간행된 정순중의 목판본 『紅疹神方』, 1923년에 최석모가 펴낸 목활자본 『疹科精義錄』, 필사본 『鄕藥集成方』, 1905년에 간행된 李普의 목판본 『養病心鑑』, 조선목판본 『銅人腧穴鍼灸圖景』 등이다.

현재 알려진 것 외에도 중국의서나 일본의서의 범주에 속해있는 한국한의학 관련자료들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 하버드 소장기호 T7924/1383인 『類經』은 중국의서이긴 하지만 판본이 일본판본이다.
그리고 중국의서로 분류되어 있는 『新刊婦人良方大全補遺』는 안상우 부장님의 견해로는 조선에서 간행된 것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하버드소장 고의서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 및 확인 그리고 각 한국의서에 대한 자세한 연구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자료조사와 귀찮은 질문에 성심을 다해 협조해주신 강미경 옌칭도서관 한국관 관장님과 조사자료 자문을 해주신 안상우 부장님, 김남일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차웅석(경희대 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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