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만의 티베트 이야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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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만의 티베트 이야기(2)
  • 승인 2008.02.1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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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안일한 삶에 필요한 소금과 소스

인간은 늘 자아도취에 빠져서 사는 것 같다. 필자의 행동은 가끔씩 스스로 생각해도 마치 늙은 말 로시난테를 타고 바람에 도는 풍차를 향해 창을 겨누고 질주하는 돈키호테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러나 우리의 쳇바퀴 도는 듯한 정적인 삶에는 가끔씩 이러한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늘 새로운 모색을 통해서 자신을 재충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늘 의욕이 앞서서 무리수가 뒤 따르고 과도한 목표설정으로 힘들 때도 많다.

바람에 빙빙 돌아가는 풍차의 바람개비는 우리의 일상의 삶과 같고, 창을 들고 풍차를 향해 질주하는 돈키호테의 행동은 그러한 쳇바퀴 도는 일상을 깨는 일탈(逸脫)같이 느껴진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렇게 착각하고 살겠는가? ‘착각’하고 살다보면 언젠가는 ‘자각’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도전이란 그냥 안정되고 평범한 일상의 삶에서는 그리워하는 주제이지만 막상 닥치고 나면 후회스러울 때가 많다. 뱃사람(Matroos)들이 육지의 생활을 지루하고 답답하게 여기면서 하루 빨리 항해를 꿈꾸다가도 막상 바다에 나가면 하루 빨리 육지로 돌아가려고 안달하는 심리와 같다.

우리가 사는 것은 감미로움과 도락을 지향하는 안락희구본능(安樂希求本能)과 관계가 깊다. 그러나 이런 아름답고 감미로운 음식도 지루한 권태와 소화불량증을 선사할 때가 있다. 그러므로 인간은 가끔씩 ‘짜디짠 땀’과 ‘辛苦한 아픔’이란 ‘소금과 Sauce’ 가 필요한 것이다.
삶의 의미는 순간순간 맞이하는 이런 소금과 소스를 통해서 완성되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늘 이런 평범한 삶을 일탈하면서 맞는 신고한 백신(Vaccine)을 되새기고 그리워하는 지도 모른다.

孟子는 2천년 전에 이미 이런 이야기를 했다. “고난에 살고 안락에 죽는다(生於苦難 死於安樂).” 우리는 수많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이 언어의 치열함에 전율을 느끼곤 한다. 괴로움과 어려움과 아픔을 극복하는 것은 살아있는 자들의 으뜸의 패권(覇權)이다. 이렇게 극복해 가면서 살아있는 중생들은 존재의 이유를 찾는 것이다.
그러나 고통과 어려움이 너무 커지면 사람은 일속자(一粟子;조 한 알)로 변해 버린다. 그 보다 더 고통과 어려움이 커지면 존재가 그 아래에 묻혀 버린다. 필자가 원하는 부분은 인간에게 필요한 적당한 괴로움과 어려움이다. 이 고난(苦難)함은 자신을 성찰하게하고 깨어있게 해준다. 이렇게 나의 원정을 변명(辨明)한다.

이번 원정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티베트를 횡단하면서 인연이 되는 원주민들에 대한 이동식 의료 봉사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바이크팀과 차량팀으로 나누어서 운행하면서 낭만적인 의료봉사를 꿈꿨다.
그러나 비극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바이크 원정이면 바이크 원정으로, 의료봉사면 의료봉사 하나의 주제로 접근을 해도 어려운데 이 두 가지를 함께 하려했으니 감당이 불감당에다 역부족이었다.
이 두 가지 주제는 양날의 칼이 되어 준비하는 과정 중 두고두고 필자의 가슴을 찔러대면서 피멍이 들게 했다.

사실 늘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정규군이나 상비군이 있는 형편도 아니고 히딩크처럼 명망있는 감독도 아닌 주제에 겁대가리 없이 일을 벌인 것이다.
그래서 바이크 선수를 모집하고 의료봉사할 원장들을 모집하는데 정말 애를 많이 써야 했다. 그래도 KOMSTA(대한한방해외의료봉사단)뉴스에 글을 쓰니 원장들 몇 명에게서 연락이 오고 참여하겠다는 대원이 몇 명 있었다.
그러나 너무 기간이 길고 주제가 황당했던지 다 포기하고 당시 순천에 있던 김병수 원장(현 서울 잠실 자향한의원)만 올라왔다. 그와는 KOMSTA의 에베레스트 하이웨이와 쯔나미 의료봉사를 같이 갔다 온 막역한 인연이 있다.

그의 인물평을 써 준 적이 있다. “그는 용장, 지장보다 德將이었다. 튀지 않고 드러나지 않고 무난히 잘 화합시키는 든든함이 김병수 단장에게 있다”. 그러나 그는 세상에 자전거도 못 탄다고 한다. 정말 용기만은 가상하다.
나머지 인원은 에베레스트 원정대장을 역임한 산악인(오인환), MTB 전 국가대표(애틀란타 프레올림픽 출전, 국제MTB심판 1급 권영학), 분골쇄신의 철인(서성준), 홍일점인 철인(이경주) 등으로 보완하고, 한겨레신문 권오상 기자가 MTB를 타고 취재를 하겠다고 해서 동참했다.

또 한사람 김연수 씨는 이력이 좀 독특하다. 그는 국내에서 사병, 하사관, 장교를 거쳐 프랑스 외인부대 산악부대에 들어갔다. 멀리서 젓가락을 던져 음료수 캔을 뚫을 정도의 뛰어난 표창(鏢槍)잡이로 TV에 출현한 적도 있는데 지금은 원래 그의 꿈인 경찰특공대에 들어가 근무하고 있다. 주역의 팔괘처럼 이들은 각기 다른 개성으로 다양하게 우리 Trans-Tibet Bike Expedition 대원으로 역할을 잘 해주었다.
이런 황당한 원정준비를 하면서 갈등, 후회, 좌절을 수없이 경험하게 된다. 준비 중에 쓰러질 지경이었다. 그러나 티베트 고원을 MTB로 횡단하는 그 거친 魔力이 많은 난관과 우여곡절과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어 준 것 같다. 이를 허락해 준 신의 의지에 감사하노라! <계속>

김규만
서울 은평구 굿모닝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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