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만의 티베트 이야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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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만의 티베트 이야기(1)
  • 승인 2008.01.2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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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꿈은 이루어지는가?

필자가 타는 MTB는 빨간색 토마크라는 제품이다. 존 토마크라는 유명한 선수가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화해서 생산해 낸 바이크이다. 색깔도 붉은 색이고 음역(音譯)도 비슷해서 적토마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이 적토마를 타고 티베트를 횡단했다. 카라코람하이웨이를 가고 파미르고원을 갔다. 실크로드를 가고 타클라마칸 사막을 종단하기도 했다. 나와 함께 한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고 많은 시간 고락을 함께 나누기도 했다. 이 정도의 기간이면 무생물도 생명체처럼 우정이 느껴진다.
필자는 한 때 西藏醫學(Tibetan Medicine)을 공부했다. 늘 마음 속에 꿈꾸고 갈망하던 곳이 티베트였다. 이 땅을 직접 두 다리의 힘으로 횡단한다는 것은 참 의미심장하고 경건한 일이리라.

Tibet 자전거 횡단!

이 꿈은 오래전, 아주 오래 전부터 꾸었던 꿈이다. 그러나 그냥 말 그대로 막연한 꿈이었다. 하늘에 피어오른 구름 같이 아득히 멀리 있어 지극히 피상적이고 비현실적인 꿈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그 꿈이 오래되면서 다행히 뿌리를 내리고 작은 싹이 자라게 되었다. 서두르지 않고 오래되면서 변화해 가는 발효식품처럼 내 꿈도 조금씩 숙성되기 시작했다.
유목민(Nomad) 속담에 ‘한 사람의 꿈은 꿈으로 끝나지만, 만인의 꿈은 현실이 된다’라는 말이 있다. 나의 꿈이 꿈으로 끝나지 않았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현실로 이루어졌다. 꿈은 꿈일 때 가장 달콤하고 매력적인 것이다.

하늘아래 첫 도시인 라사(Lhasa)는 3,680m로 지도에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약간씩 차이가 있다. 도시가 완전한 평면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티베트는 푸른 행성에서 가장 높은 고원이다. 티베트로 들어오는 방법은 도로를 통해 오는 방법, 하늘 길로 오는 방법, 두 가지였으나 2006년에 칭짱 열차를 타고 오는 방법이 추가 되었다. 비행기로 오는 하늘 길은 라사에서 90km 떨어진 공가 공항에 내린 다음 라사로 들어온다. 사천성의 성도 쳉두(成都)에서 공가공항으로 비행기를 타고 들어왔다.

철도는 칭하이(靑海)성의 거얼무(格爾木)에서 시짱(西藏) 자치구의 성도인 라사까지 1,142km 구간을 달리는 노선이라서 칭짱(靑藏)열차라고 부른다. 평균 해발 4,000m가 넘고, 최고 높이는 5,072m에 이르는 고원지대를 지나간다. 그래서 안데스 산맥의 페루에 있는 철도를 200m 차로 따돌리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철도가 되었다. 이 철도의 개통으로 베이징에서 라사까지 장장 4,064km를 50시간 미만에 달린다고 한다. 이 철도는 만리장성에 비유해 ‘만리장철(萬里長鐵)’이라고도 한다. 이 철로의 연결로 중국의 서남공정은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되었다. 라사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이 너무 많아져서 중국 당국에서 자제를 요청할 정도라고 한다.

라사는 희박한 공기와 밝은 빛으로 와 닿는다. 이곳은 공기가 희박하므로 빛은 오히려 더 강하게 내리 비춘다. 티베탄들은 찬 공기와 건조하고 척박한 이 땅을 ‘포(Poe;자연의 나라)’, ‘캉첸(Kangtsen;눈 덮인 나라)’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묵은 숙소에서는 넓은 개활지 가운데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라사 강이 보인다. 그리고 그 뒤에 어쩌면 풀 한포기 없는 높은 산이 비정하게 가로 막고 있다. 강물은 그런 비정한 그림자를 안고 흐른다. 새벽은 그 산을 넘어 그리고 그 강을 건너서 어렴풋이 밝아온다.

맑고 차갑고 건조한 새벽향기가 멀리 동쪽 산 너머에서 태양은 부챗살 같은 빛을 펼치면서 연한 어둠에 묻힌 도시를 비추면 도시는 활기를 띄기 시작한다. 길게 누운 아침 햇살이 긴 그림자를 남길 때 곰파(티베트불교사원)에서 쥬니퍼 향을 피우는 연기가 낮게 감돌면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머리를 조아린다. 어두운 곰파 안에 버터 촛불이 잡스런 기운을 빨아들이면서 맑게 타고 있다.

승원의 하루는 신에게 고하는 향냄새, 진언을 외우는 라마승들의 낮은 웅얼거림, 마니휠 돌리는 소리, 온몸으로 하는 오체투지 등 늘 반복되는 일상들이다. 티베탄 불교도들은 끔찍이 먼 곳에서 수많은 시간이 걸려서 오체투지를 하고 라사까지 온다. 도대체 이런 어려운 고행을 실천하도록 그들 마음을 지배하고 있는 절대자가 있는 것일까? 때에 절고 후줄근한 모습이지만 형형한 눈빛은 그들의 남루한 외모를 여지없이 배신하고 있다. 티벳 불교의 기원과 염원, 하늘과 좀더 가까운 그들이 가진 신앙심을 나그네들은 신비롭고 경이롭게 바라보게 된다.

티베트고원은 평균 해발 3천 5백m라고 한다. 이 고원은 남쪽으로는 히말라야산맥, 서쪽으로는 카라코람산맥, 북쪽으로는 쿤룬 산맥 등 6~7천 m 고봉들로 둘러싸여 있어서 ‘세계의 지붕’으로 불린다. 중국 전체 면적의 4분의 1이고 우리나라 면적의 12배나 되는 광대한 고원이다. 그러나 서남공정은 티벳트 면적을 절반으로 줄여 버렸다. 덕분에 주위에 있는 사천성, 청해성, 운남성 등은 덤으로 면적이 엄청 넓어졌다.

티베트고원은 험한 지형으로 인하여 문명사회와 철저하게 격리되어 독특한 문화를 가진 불교국가로 오랜 세월 계승되어 왔다. 그러나 1950년 중공이 티베트를 침공하고 1951년에 티베트의 영적 종교적 지도자인 달라이라마는 사복으로 갈아입고 망명정객이 되어 험한 낭파라(5,741m)를 넘는다. 네팔을 경유해 인도로 망명, 다름살라에 망명정부를 꾸린다. 그리고 티베트라는 거대한 고원은 중화(中華)라는 용광로에 녹아들기 시작한다. <계속>

김규만
필자약력 : ▲서울 은평구 굿모닝한의원장 ▲동국대에서 서장의학(Tibetan Medicine)으로 박사학위 취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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