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관기] Neuroscience 2007 학회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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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관기] Neuroscience 2007 학회를 다녀와서
  • 승인 2007.11.16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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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연구는 한국이 주도하게 될 것’ 확인하다

‘공자는 동산에 올라서 내려다보고 노(魯) 나라가 작다고 여기고, 더 높은 태산(太山)에 올라서 내려다보고 천하는 작다고 했다.’ 맹자에 나오는 말이다.
사람은 자신이 바라볼 수 있는 범위만 볼 수 있다. 더 많은 것을 보려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한다. 현재까지의 나의 연구를 돌아보고, 전 세계 연구자들이 어떠한 주제로 어떠한 연구를 하고 있는가를 살펴보기 위해 지난 11월 3일부터 7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제37회 Neuroscience 2007 학회에 참가하였다.
이 학회는 전 세계 신경과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모여 자신의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학술 정보를 교환하는 학문의 장으로, 올해에는 3만여 명의 사람들이 참석하였다.

■ 침 관련 논문 26편 중 한국인이 15편 발표

이번 학회에서 발표된 침 관련 연구는 총 26편이었으며, 특이할만한 것은 한국인이 발표한 연구가 15편으로 전체의 절반이 넘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신경과학적 방법론을 이용한 침 연구는 한국이 주도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한다. 나머지 11편 중 7편은 중국인이 주도하여 연구 발표한 것으로, 최근의 신경과학을 이용한 침 연구는 주로 동양인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연구 주제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통증 관련 논문이 12편, 뇌와 신경에 관한 연구가 9편이었다.

■ fMRI 이용한 침의 진통효과 연구 많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총 11편으로, 그 중 fMRI를 이용한 연구가 많았으며, 이중에서도 침의 진통효과를 연구한 논문이 대다수를 차지하였다. 이 외에도 fMRI를 이용한 몇몇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예를 들면 침에 대한 기대감과 진통효과와 관련성이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짜 침과 가짜 침은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 연구와, fMRI 연구를 함에 있어서 시술자의 변경과 피험자의 상태가 fMRI 연구를 함에 있어서 실험 결과의 재현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발표가 무척 흥미로웠다.

또한 간사-내관, 족삼리-상거허, 합곡-곡지의 전침 자극이 혈압을 낮추는데 효과가 있다는 롱거스트 교수팀의 발표와, 불안장애 환자에 있어서 침이 불안감을 낮추어주며 자율신경을 조절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박경모 교수팀의 발표 또한 많은 연구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동물 실험 연구의 경우, 진통과 신경 보호 효과에 관련한 연구 발표가 대부분이었다.

침의 진통 기전에 관한 한국인 연구팀의 연구를 살펴보면, 한국한의학연구원 구성태 박사팀의 대측 취혈이 통증 동물 모델의 척수 c-Fos의 발현에 미치는 영향, 경희대 한의대 배현수 교수 연구팀의 전침의 acetylcholinesterase T subunit 활성이 침의 진통효과를 강화시킨다는 연구, 텍사스대학교 김희영 박사팀의 capsaicin을 이용한 통증 모델에서의 전침의 진통 기전 연구 등이 주목받았다.

또한 침의 신경 보호 효과에 관한 연구는 본 침구경락과학연구센터의 Kainic Acid를 이용한 간질발작 동물모델에서의 침의 신경 보호 효과 연구, 파킨슨병 동물 모델을 이용한 침의 신경보호효과 물질 검색 등이 발표되었다. 이외에도 대구한의대 양재하 교수팀의 침의 코카인 섭취 감소 효과 연구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 침의 효과에 시선 집중

이번 Neuroscience 2007 학회에서는 침 관련 연구 뿐 만 아니라, 관련 분야의 최근 연구 동향을 파악할 수 있었으며, 평소 논문으로만 보던 연구자들의 강의를 듣고, 직접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가질 수 있었다.
또한 한국, 미국, 중국 등의 침구 관련 기초 연구자가 최근의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이를 공유할 수 있는 좋은 자리가 되었다.

그러나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이 학회가 신경과학의 전반적인 분야를 모두 포괄하기에 매우 다양한 주제로 수많은 연구가 발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침 관련 연구는 그중 26편 정도만 발표될 정도로 매우 작은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침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이 나올 정도로 아직까지는 침 치료가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알고 있을 정도로 널리 퍼지지는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 ‘침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 결과를 살펴본 많은 사람들이 침의 효과에 놀라워하고, 이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주목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어렴풋하게나마 알 수 있었다.
또한 한국인 연구자들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침에 관한 기초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이제 이 분야를 주도하기 시작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자리였다.

‘언뜻 보기에 보잘것없는 일일지라도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일은 정복할 때마다 실력이 붙는다. 작은 일을 훌륭히 해내면 큰 일은 자연히 결말이 난다.’ 카네기의 말이다.
침에 대한 연구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연구와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면, 한국이 세계 침 관련 연구를 주도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내년 Neuroscience 2008은 11월 15~19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릴 예정이다.

김승태
경희대 침구경락과학연구센터 전임연구원
경희대 한의대 경혈학교실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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