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함께하는 동유럽 원행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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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함께하는 동유럽 원행을 다녀와서
  • 승인 2007.08.2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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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여행에 비유하는 사람이 많다. 어쩌면 우린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시간과 공간을 탐험하는 방랑자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여행은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리라. 갑자기 내가 왜 사는지에 대한 궁극적인 의문이 들 때 사람들은 떠난다. 수년동안 함께했던 가족원행이 여러 가지 연유로 떠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특히 오스트리아 하면 음악을 빼놓을 수 없는데 왜 세계적인 음악가가 많이 배출되었을까 궁금하다.
휴가철을 맞아 지난 7월 27일~8월 3일 대한형상의학회에서 음악을 테마로 동유럽 원행을 다녀왔다.

■ 첫 번째 일정 헝가리에서

과거에 공산화를 거쳤지만 아주 개방적인 분위기다. 리스트를 비롯한 음악, 철학분야에 뛰어난 재능을 발휘한 사람들이 배출된 나라로 곳곳에서 그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부다페스트는 과거 합스부르크 시대의 문화와 터키 문화의 흔적이 다뉴브강과 어우러져 동유럽의 파리로 불리우는 빼어난 풍광이 인상적이다. 부다지구의 옛 시가지가 이탈리아처럼 돌길이 많아 인상적이다.

다음으로 마차시 성당과 부다왕국을 거쳐 어부의 요새로 발길을 옮긴다. 중세에 어부들이 길드를 조직해서 살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계단을 오르는데 가을단풍처럼 물든 나뭇잎들이 반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다뉴브강과 시내전경이 한폭의 그림같다. 마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의 음악선율이 어디선가 들리는 듯하다. 저녁에 몇몇 일행들과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야경을 구경했는데 다뉴브의 진주라고 혹자는 말한다. 한강의 야경과는 사뭇 다른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이다.

■ 빼어난 풍광의 오스트리아

모차르트, 슈베르트, 요한스트라우스 등 세계적인 음악가들을 탄생시킨 곳. 일년내내 크고 작은 축제들이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알프스의 숲들과 함께 여행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나라. 중세의 건물에서 당시 유럽을 지배한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곳. 어디를 보아도 아름다운 자연 풍광과 빼어난 건축물과 호수 등이 음악적인 영감이 생길 수밖에 없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이는 天地가 自然을 낳고 자연이 人間을 낳고 인간이 風俗을 낳는다는 한의학적인 관점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오스트리아 최대의 고딕사원인 슈테판 성당을 중심으로 5각형의 링에 둘러싸인 옛 시가지가 빈의 볼거리인 것 같다. 새벽을 깨치고 파이프 오르간 연주와 빈 합창단의 소리를 들으려고 일찍 서둘렀다. 성당에 들어가보니 내부의 웅장함과 섬세함이 시선을 압도한다. 여기에서 기도를 하면 기도발이 잘 받으리라는 세속적인 생각을 해본다. 일행이 있어 성체분배까지 하지 못하고 나온 아쉬움이 있다.

무더운 오후에 아름다운 샘을 발견한데서 유래된 쉔부른 궁전에 다다랐다. 궁전 내부는 베르사유 궁전보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다양한 매력이 있다.
시립공원에는 세계적인 음악가들의 기념상이 곳곳에 세워져 있다. 가이드는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황금빛의 요한스트라우스 상 앞에서 기념촬영을 해야 한다고 강추한다. 중앙묘지에는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 요한스트라우스 등의 묘와 무덤이 없는 모차르트의 기념비등 유명한 음악가와 저명인사들이 입구에서부터 잠들어 있다. 묘지의 형상이 같은 모습을 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 이들의 개성인가 보다.

빈의 사립음대 연주홀에서 바이올린 연주를 관람할 수 있는 행운이 이번 여행의 보너스다. 여러명 중에서 가장 어린 12살짜리 이태리 여자어린이 연주자의 자신감과 현의 탄탄한 힘을 보면서 얼마나 항심을 가지고 연습을 했으면... 모든 의사가 저 정도 열정을 가지고 공부한다면...
연주자가 하루 연습 안하면 자신이 알고 이틀 연습을 안 하면 평론가가 알고 3일 동안 연습을 안 하면 청중이 안다고 혹자는 말한다. 한참동안 뇌리에 남는 인상적인 연주자였다.

빈은 역사적인 건물들 속에 현대적인 감각의 독특한 건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훈데르트 바서 하우스는 빈의 환상파 화가이면서 건축가인 훈데르트 바서가 설계한 것으로 동화 속에서나 존재할 것 같은 집, 회화에서는 원색의 선명한 색, 소용돌이 모양이나 곡선을 많이 사용했다.
잘츠부르크는 과거 소금의 성으로 영화를 누린 곳곳의 흔적이 알프스의 대자연과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잘츠부르크 음악제의 중심무대인 축제극장 그리고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이 된 아름다운 미라벨 정원이 있다. 금방이라도 아이들이 튀어나올 것 같다.

많은 음악가들이 영감을 얻기 위해 찾았던 휴양지 잘츠캄머굿은 호수지대다. 2천미터 정도의 높은 산들사이로 76개의 호수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곳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호숫가 마을 할슈타트. 유람선을 타보니 맑은 물과 높은 산 그리고 신선한 산들바람이 여행의 즐거움을 준다. 기회가 되면 가족과 함께 꼭 오고 싶은 곳이다. 장크트 길겐은 모차르트 어머니가 태어난 곳인데 유명인은 꼭 관광지로 활용하는 면이 부럽다.

케이블카를 타고 해발 1522m의 츠뵐퍼호른에 오르니 잘츠캄머굿의 아름다운 전경과 여러 호수들을 보니 눈이 시원해지면서 가슴이 뻥 뚫린 느낌이다. 다음은 게트라이데 거리인데 좁은 골목이지만 활기가 넘치고 상점마다 파는 물건의 형상을 만든 철제 간판이 인상적이다. 또한 모차르트가 태어나고 17세까지 살았던 생가가 위치하고 있어 관광인파로 넘친다.

■ 마지막 일정을 보낸 프라하

프라하는 동유럽의 보석이다. 프라하성. 황금소로... 1천년의 역사를 가진 도시답게 중세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 성비트 성당의 좁은 문으로 287개라는 나선형 계단을 오르는데 얼마나 숨이 차는지... 올라와보니 시내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과거에 대단한 요새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잠시 일상의 공간에서 벗어나 낯선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얻은 것들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런 작은 편린들이 모여서 지난날의 내모습에서 오늘의 여유로운 모습으로 바꿀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일상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매료되어 자신마저도 잊는 순간순간의 짜릿함은 여행자만이 맛볼 수 있는 매력이자 기쁨이 아닐까.
여행내내 모처럼 초등학교 6학년인 막내딸 지현(13)이와 대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김진돈(서울 송파구 본디올 운제당한의원장·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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