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전 교육과정 시안, 고수냐 이견 수용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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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전 교육과정 시안, 고수냐 이견 수용이냐
  • 승인 2007.07.0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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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한의전협력위 3차 회의에 이목 집중

한의학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육과정안을 둘러싼 논란이 한의학교육체계를 개선하는 계기로 작용할지, 아니면 이견만 노출한 채 원안을 그대로 채택하는 방향으로 귀결될지 향후 논의의 추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부산대측이 한의전 교육과정안을 설명하면서 의견수렴을 약속했지만 교육과정이 미치는 학문적, 현실적 문제로 한의계내 학회간 의견대립이 팽팽해 최종 조율 여부를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태다.

현재 문제를 제기한 학회는 침구학회, 본초학회, 약침학회 등이며, 일부 학회는 의견서를 대한한의학회에 제출할 계획으로 의견을 수렴중이다.
또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견을 가진 학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개개인의 의견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통합교육에 비판적인 학회나 개개인들은 한결 같이 여러 과목을 통합하는 것이 가능하겠느냐는 의구심을 나타냈다. 표준화가 돼 있으면 통합된 강의를 내용별로 나눠 강의해도 일관성을 가질 수 있지만 한의학의 표준화가 덜 돼 교수마다 학교마다 강의내용이 들쑥날쑥한 상태에서 통합강의가 제대로 되겠느냐는 우려다.

가령 ‘인체의 장상과 양생’이란 과목의 경우 원전, 병리, 예방의학을 묶어 강의한다거나 ‘인체질환의 인식과 해석’이란 과목을 원전, 병리, 진단을 묶어 강의할 경우 통합교육의 효과가 얼마나 될지 의심된다는 것이다. 한의계에서는 아직 한 번도 통합교육을 한 적도 없고, 그 효용성이 검증되지도 않았는데 실험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혼란만 주고, 결국 실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인 셈이다.

침구학의 통합교육도 같은 맥락에서 비판이 제기됐다. 교육과정 시안에 침구학을 침구학총론만 개설하고, 각론은 임상 각과에서 각 질병에 대한 한약처방과 침구치료를 강의하도록 돼 있어 근골격계 질환만 다루고 내과, 부인과, 소아과 질환 등을 다루지 않는 침구학교육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심이 묻어나지만 문제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모 한의대 교수는 “임상 각과에서 약물치료와 침구치료가 동시에 접근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침구의 전문성이란 점에서는 침구 강의의 질적 저하가 초래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본초학회는 기존에 1년씩 공부하던 본초학과 방제학을 하나로 묶어 한 학기씩 1년에 끝마치도록 한 데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김인락 본초학회장은 “본초를 배운 뒤 방제를 배우는 게 순서인데 한 학년에 한 과목으로 붙여놓은 것은 아무리 봐도 무리”라고 말했다.

사소하지만 용어문제도 시정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목명칭에 서양의학과목은 객관적 실체로서의 병을 의미하는 ‘질병’이란 명칭을 쓴 반면 한의학 과목은 주관적 체험으로서의 병을 의미하는 ‘질환’을 쓴 것이 그런 사례다. 이밖에도 원전강독 과목이 없는 것이나 상한론을 ‘인체 질환의 인식과 해석’ 과목에서 분리시킨 것도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었다.

나아가 수업시수가 부족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현행 한의대 수업연한이 6년이지만 한문이나 교양과목을 빼면 한의전 수업시수와 별 차이가 없기 때문에 시간 부족 때문에 과목을 통합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통합교육을 찬성하는 한의학관계자들은 일단 비판론에 수용할 부분이 있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교과목 이기주의’ 혹은 ‘밥그릇 챙기기’의 발로에서 태클을 거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경향도 없지 않았다.

모 한의대 교수는 “문제가 있다면 지난 50년간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한의학계에 있지 교육과정 시안을 만든 연구자에게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한 “학회 스스로 시대변화에 부응해 연구노력을 게을리 한 과거를 반성하거나 합리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세 불리기 차원에서 반대 주장을 펴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나아가 그는 “교육과정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면서 “12번째 한의대에서 실험적으로 하는 교육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비판론자들은 젊은 교수들이 패기만 앞세운 채 오랜 한의학교육과정에 녹아 있는 다양한 경험을 지나치게 무시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을 숨기지 않으면서 보다 유연한 사고를 가질 것을 촉구했다.

모 한의대 교수는 “통합교육이 시대적 추세여서 어쩔 수 없다 해도 신중할수록 좋다”면서 “9월까지 시간이 남아 있는 이상 지금이라도 시안을 놓고 시뮬레이션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의전 교육과정을 둘러싼 의견이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한의협 산하 국립한의학전문대학원협력위원회(위원장 최문석)는 11일 한의협회관에서 대한한의학회 산하 30개 정회원학회를 상대로 의견을 청취하는 반 공청회 형태의 3차 회의를 열 예정이다.
마땅한 조정자가 없는 상태에서 열리는 이번 모임은 시안 고수냐 이견 수용이냐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어서 한의계의 이목이 쏠린다.

민족의학신문 김승진 기자 sjkim@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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