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기] 중국 해남도 약초 탐방기(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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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기] 중국 해남도 약초 탐방기(上)
  • 승인 2007.02.0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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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대 南藥 시험기지를 둘러보다

우리 모두는 여행자다. 삶이라는 미지의 길 위를 걷고 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을 떠나 낯선 곳을 찾아가기 위해 배낭을 꾸릴 때의 그 설렘은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첫 해외 약초 답사여행. 대한본초학회 주최로 지난 1월 27일에서 31일, 4박 5일 일정으로 다녀온 중국 하이난섬(海南島) 약초 탐방은 내게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전혀 색다른 종류의 여행이었기에 배낭을 꾸리는 내 마음은 한없이 설레었다.

■ 첫째날

드디어 출발 날이 되어 인천공항 미팅 장소에 도착하여 보니 주영승 교수님, 박용기 교수님 등 낯익은 분들이 여럿 와 계신다. 조금 있으니 그동안 책으로만 뵈어왔던, 꼭 한 번 만나 뵙고 싶었던 안덕균 교수님께서도 오셨다. 학교에 몸담고 계신 분들, 임상 한의사분들, 한의학 연구원분들…. 해남도의 약초를 만나러 모두 스물 세분이 함께 여행을 하게 되었다.

인천공항에서 4시간 정도 날아가, 밤 늦게서야 해남도의 관문인 하이커우시(海口市) 국제공항에 도착하였다. ‘중국의 하와이’라 불리는 해남도는 남중국해에 위치한 따뜻한 섬이다. 1월 평균 기온이 섭씨 20도를 웃돈다더니, 역시 우리나라의 초가을 날씨 정도 되는 것 같다. 따스하고 상쾌한 공기 그리고 이국의 느낌이 물씬 나는 야자수가 우리를 반겼다. 해남도에는 과연 어떤 약재들이 자라고 있을까. 내일부터 펼쳐질 일들이 무척 기대된다.

■ 둘째날

아침식사 후, 우리는 남약(南藥)이 재배된다는 흥룡으로 향했다. 해구에서 흥룡까지는 버스로 두 시간 남짓 걸린단다. 중간에 고속도로 휴게소에 내리니, 좌판에 열대과일을 주욱 놓고 팔고 있었다. 사탕수수도 즉석에서 잘라서 껍질을 벗겨준다. 1위안을 주고 사탕수수 한 개를 사서 우물우물 씹으니 입 안 가득 달콤한 즙액이 퍼진다.

흥룡에 도착한 우리는 먼저 6대 南藥 시험기지를 돌아보기로 했다. 6대 南藥이란 고량강(高良薑), 익지(益智), 호초(胡椒), 빈랑(檳랑), 육두구(肉豆구), 정향(丁香)을 가리킨다. 끝없이 펼쳐진 재배지 사이에 난 큰 길을 따라 가면서 우리는 드디어 기다리던 南藥들을 만날 수 있었다.

마침 高良薑은 작고 흰 꽃을 피우고 있었다. 우리는 高良薑 뿌리를 직접 캐 보았는데, 코를 찌르는 강렬한 향이 인상적이었다. 우측으로는 胡椒 밭이었다. 胡椒에는 작은 포도알 같은 열매가 달리는데, 조금 잘라 맛을 보니 역시 톡 쏘면서 무척 매웠다. 그 옆의 肉豆구에는 아기 주먹만한 둥근 열매가 노랗게 익어가고 있었다.

해남도에 와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식물을 하나만 꼽으라면, 나는 단연 檳랑을 꼽겠다. 檳랑나무의 생김새는 야자수와 비슷한데, 나무에 마디가 있으며 싸리비를 거꾸로 세워놓은 것 같은 꽃이 피고 주황색의 대봉시를 닮은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다. 檳랑나무는 해남도 곳곳에서 정말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심지어는 길가, 호텔 정원에서도. 호텔 정원에 떨어진 열매 하나를 잘라서 보니, 껍질이 있고 그 안에 알맹이가 나온다. 아하, 이게 바로 대복피와 빈랑이구나! 늘 따로 떨어져 있는 모습만 보았는데, 이렇게 다정하게 만나있는 모습은 처음이다.

우리는 또, 강향(降香) 재배지도 둘러보았다. 넓게 펼쳐진 파인애플 밭 사이사이에 降香 나무를 심어놓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발걸음을 돌리려는데, 저 쪽에서 우리의 시선을 잡는 것이 있었다. 바로, 연못에서 수줍게 꽃봉오리를 틔우고 있는 수련(水蓮)이었다. 푸른 하늘, 멀리 보이는 나지막한 산, 그리고 청녹색의 파인애플밭…, 거기에 진한 자줏빛의 수련(水蓮)까지…, 신이 그린 한 폭의 그림이었다. <계속>

이세나(세명대 한의대 석사과정·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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