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기] 또 하나의 세계 운남 소수민족 의학 탐방기(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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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기] 또 하나의 세계 운남 소수민족 의학 탐방기(21)
  • 승인 2007.02.0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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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족의 의약(3) - 12연기사상의 의학적 적용

■ 큰 종자의 다섯 원인

다이족 의학에서 색(色)의 갈래가 다섯 뿌리와 다섯 끝으로 나뉜다는 것은 지난번에 밝힌 바 있다. 즉 눈과 귀와 코와 혀와 몸이 다섯 뿌리이고, 빛깔과 소리와 냄새와 맛과 접촉감이 다섯 끝이라는 것인데, 이것들은 큰 종자[大種]라 불리는 자연계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드러낸다고 한다.

큰 종자는 ‘다섯 원인’[五因]이라 불리는 흐름으로 분류되는데, 그것은 바로 ‘생겨남’[生]과 ‘기댐’[依]과 ‘섬’[立]과 ‘버팀’[持]과 ‘길러냄’[養]이다. 바로 이 다섯 원인에 의해 10대 색과 큰 종자는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그래서 다이족의 의사들은 “큰 종자는 지어내는 바탕이요, 10대 색은 지어낸 모습”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따라서 다이족의 인체론에서 ‘4탑’은 ‘5온’을 생성시키는 ‘생겨남의 원인’[生因]이고, 큰 종자는 5온이 생성되는 근거 곧 ‘기댐의 원인’이 된다.

또 5온은 4탑을 따라 변화하고 갈라지는 바 이를 일러 ‘섬의 원인’이라 하고, 5온의 조화에 의해 삶이 유지되고 있는 바 이를 ‘버팀의 원인’이라 하며, 5온이 바람의 도움과 불의 따뜻함과 물의 기름짐과 흙의 받아들임으로 끊임없이 크고 있는 바 이를 일러 ‘길러짐의 원인’이라 한다.

다이족 의학에서 4탑과 5온은 이처럼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 관계에 의해 생장과 발육이 이루어지고 건강이 유지된다. 두 가지 가운데 4탑이 중심이 되는 바 4탑의 조화가 무너지면 만물이 균형을 잃게 되고, 이것이 5온에도 쌓이게 되어 마침내 병이 생기데 된다는 것이 이들 의학의 종지라 하겠다.

■ 4塔과 5蘊의 관계

‘4탑, 5온 관계도’<그림1>는 다이족 의학의 표준이 되는 것인데, 이 그림은 자연계의 변화와 인체 및 질병의 상관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그림의 복판은 유기체로서의 사람을 가리키며, 가운데 둘레는 바람과 물과 흙과 불의 4탑을 가리키고, 바깥쪽 둘레는 5온을 가리킨다.
5온 가운데 머리와 손과 발과 살찜과 마름은 사람의 물질적 형태를 대표하고, 위와 장은 수납과 흡수를 대표하며, 피는 영양물질을 대표한다. 또 마음은 정신과 의지작용을 대표하며, 기는 생리기능을 대표하고, 차가움과 뜨거움은 계절과 순환을 대표한다.

아무튼 이 그림은 인체에 대한 다이족의 관념을 대변한다 할 수 있는데, 그들은 사람을 구성하는 우주적 물질요소를 중시하여 그 균형과 상관관계에 주의를 기울이는 바, 이것이 바로 그들의 4탑이론이라 할 수 있다. 또 이런 요소들로 구성된 사람의 몸은 각 요소를 중심으로 몸의 형체 및 내부 장기 등과 상관관계를 맺는 바, 그 상관관계의 표준이 바로 12개로 분류된 5온의 범주인 것이다.

즉 바람은 기운과 머리 및 피와 주된 관계를 맺으며, 물은 손과 살찜 및 차가움과 주된 관계를 맺고, 흙은 장과 다리 및 위와 주된 상관관계를 맺으며, 불은 마음과 마름 및 뜨거움과 주된 상관관계를 맺는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표준적인 것에 지나지 않으며, 이 관계는 현실에서 늘 유동적이라는 것이 다이족의 입장이다.

요컨대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두 개의 둘레가 늘 회전할 수 있으며, 그 결과 어떤 상황에서는 4탑과 5온의 상관관계가 불안정하거나 끊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질병이 쉽게 발생하고 심지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 다이족의 관점이다.
따라서 그들은 이런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을 중요한 기준으로 보는데, 그러기 위해 4탑의 균형을 깨뜨리지 않아야 하고, 5온의 질서도 무너뜨리지 않아야 한다고 믿는다. 이것이 바로 그들의 건강론이며, 나아가 질병을 판단하는 기준이자, 치료의 방향성이 된다.

■ 12연기의 의학적 적용

불교사상의 12연기설은 다이족 의학에서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그들은 사람의 몸에서 서로 맞물려 있는 내적인 요소와 외적인 요소를 설정하고, 이 요소들의 상관관계로서 사람의 질병을 판단하고 원인을 분석하며, 그 치료의 방법을 찾아낸다.
그들은 눈과 귀와 코와 혀와 몸통과 심장을 6대 내인으로 설정하고, 얼굴빛과 얼굴모습과 음성과 체취와 미각과 신체감각을 6대 외인으로 설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합해 12가지 연기의 단위로 통합한 다음, 이 인과관계를 사람 몸에 적용하는 진찰과 관찰의 체계를 형성했다.

물론 이것은 매우 종교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거기에는 오랜 경험이 포함되어 있어 그 실용성까지 함부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이것은 사람 몸에만 한정되는 관점이 아니고, 다른 사물들까지 모두 그런 관점에서 이해하기 때문에 나름대로 일관된 입장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과학으로 정립된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런 입장에서 분류된 질병이 100여 가지나 되고, 또 이를 치료하는 약재가 수백 가지나 개발되었으며, 그 가운데 일부는 현대적 의학의 초점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들의 의학체계가 쉽게 평가되기는 어렵다. 다만 아직 일반화되지 못한 영역이며, 새로운 하나의 관점이고, 종교교리에 뿌리를 둔 의학이라는 점에서 선입견을 놓고 다시 살펴볼 하나의 영역일 따름이라 생각해본다. <계속>

박현(한국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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