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기] 중국 침구관련 연구현황 방문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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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기] 중국 침구관련 연구현황 방문기(1)
  • 승인 2007.01.2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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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헌-실험-임상 연구의 유기적 환경조성 절실”

다음은 지난 11~17일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의 침구 관련 연구현황을 둘러보고 온 채윤병 씨(경희대 침구경락과학연구센터 전임연구원·박사과정)의 탐방기로 3회에 나누어 싣습니다. 이번 탐방에는 이화진 씨(상동)와 백유상 경희대 한의대 원전의사학교실 교수(베이징)가 함께 했습니다. <편집자 주>

1. 중국 침구관련 연구소 탐방 배경

MBC 드라마 ‘허준’, ‘대장금’과 KBS 드라마 ‘태양인 이제마’등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국내뿐 아니라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지역에 한의학 분야의 한류 열풍을 불러 일으켰고, 미국 등의 서구에서도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2001년 국가과학기술부에서 기금을 조성, 기존의 유물들을 정리하고 관련 자료들을 새롭게 재정비하여 중국침구박물관을 2003년 개관했다.

여기에는 침구동인과 침구도경, 명당도와 동인도 정품, 각종 고대 침구 기구류 등을 전시하고 있다. 또한 중국 중의약 디지털박물관(www.tcm-china.info)을 개설하여 중국 중의학 약물, 의사학, 인물, 침구 등 전 분야의 자료들을 정리하여 실제 박물관에서 보는 것과 비슷하게 인터넷에서도 해당 정보를 볼 수 있게 웹-기반 중의학정보제공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최근 중국 중의연구원의 중의과학원 승격은 중국과 선의의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 한의계에 학문적 위협을 주며, 과학원 격상이 국가중의연구원 50주년 기념식을 맞아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중의학 연구의 새 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중의학 중 침구관련 연구 현황 탐방을 통해, 한의학 지식정보의 데이터 베이스 구축 현황 파악과 시스템화 방법 고찰, 한방 의료시장의 국제시장공략 거점 마련을 위한 중서의 결합 모델을 통한 의료시스템 분석과 한국의 동서협진시스템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한의학은 만성질환의 치료개발 분야에 있어서, 비교적 취약한 우리나라의 의료산업을 이끌어갈 특성화 분야의 하나이다. 이에 고부가가치산업 창출을 위한 연구 방법론 파악을 통한 객관적 근거를 제시하여 한의학 기초 연구방법론을 파악하고, 나아가 글로벌 무한경쟁시대에 침구경락과학 분야 종주국으로서, 다가오는 의료시장개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경쟁국가의 연구현황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탐방단은 중국의 북경 중의약대학 침구학원, 중국 중의과학연구원 침구연구소, 상하이 복단(復旦)대학 의과대학, 상하이시 침구경락연구소를 방문했다.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에서 연구방법은 모두 연구대상을 명확하게 아는 것(知其然), 즉 어떤 과학적 사실을 명확한 명제로 규정짓는 것과 과학적 사실의 원인 및 작용원리를 파악하는 것(知其所以然)으로 크게 구별된다.

현재 국내외 여러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침구의 작용 기전에 대한 연구를 다각도로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진행되고 있는 연구에서 과학적 명제를 규정짓는 작업이 완벽하게 되고 나서 그 작용원리를 파악하는가는 의구심이 간다. 한의학의 이론적 배경을 실험적 검증으로 객관화, 과학화하는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이론적 배경의 명확성과 진실성 그리고 연구의 가치 평가 등을 바탕으로 그 진위를 파악하고 그 현상을 명확하게 증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작용기전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한의학계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는 근거중심의학(evidence-based medicine)도 특정한 명제에 대한 진실성 검증의 절차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침이 금연에 효과적인가라는 명제에 대해 현재까지 보고된 연구의 결과들을 바탕으로 효과를 재평가하여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물론 많은 임상연구가 진행되지 않은 현 단계에서 다양한 이질적인 연구들을 조합하여 결론짓는 것은 잘못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는 문제는 갖고 있다. 이러한 연구 대상에서 타당한 문헌적, 임상적 근거를 갖고 있는 명확한 명제를 먼저 제시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일 것이다.

중국 중의과학원에서 문헌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黃龍祥 교수는 문헌적 근거를 바탕으로 실험적 연구를 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하였다.
한의학의 이론 연구가 실험적으로 검증되기 위한 절차를 여과, 해석, 표현, 평가, 검증의 5단계로 본다.

① 여과 : 철학적인 요소와 경험적인 요소의 혼재된 내용에서 객관적인 함의가 없는 순수한 이론 설명을 떼어버리고 경험사실 혹은 규율 등 객관적인 요소만을 여과시켜야 한다.
② 해석 : 당시의 개념으로 서술된 내용을 현대적 개념의 용어를 이용하여 정확한 해석을 해야 한다.
③ 표현 : 경락학설의 기본적인 내용을 하나의 명제로 개괄한다면 인체의 특정한 원격 부위 사이에 존재하는 특정한 연계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 즉 검증될 수 있는 하나의 과학명제를 제시해야 한다.
④ 평가 : 모든 과학적 명제가 다 연구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합곡혈 자극으로 체표의 특정 연계를 통해 치통을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은 현대의학 이론으로 설명될 수 없고, 새로운 특정 연계를 통해 가능하다. 이러한 부분은 한의학 뿐 아니라 신경생물학의 발전을 가져올 수도 있으므로 과학적 연구가치가 높다 할 수 있다.
⑤ 검증 : 과학적 검증 방법을 통해 정해진 명제의 진가(眞假)를 판단해야 한다.

현재 한의학 이론의 과학적 검증을 위한 시도에서 여과, 해석, 표현의 단계에 있어서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한 후, 평가와 검증의 단계를 진행하는지 재고해야 한다. 문헌 연구 부문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여과, 해석, 표현의 작업을 진행되어진 부분을 바탕으로 과학적 명제를 도출해 내고 이를 평가 및 검증해야 할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의학 관련 과학적 연구는 어떠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침구의학에서 검증해야 할 명제는 무엇인가? 하나의 명제를 정하기 위해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문헌연구의 전면적이고 정확한 방법을 통해 그 명제의 적절성과 문헌적 검증을 거친 후 眞假를 판단하는 검증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지기연(知其然) 단계가 선행된 후, 그 작용원리를 밝히는 지기소이연(知其所以然)의 작업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 한의학이 갖고 있는, 적지만 우수한 인력자원을 바탕으로 문헌연구와 실험연구의 적절한 공동의 연구를 통해서 거대한 보물창고에 해당하는 한의학이라는 창고에 들어갈 수 있는 열쇠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 문헌 연구와 실험 연구가 별개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테이블에 같이 앉아 편안한 담소를 나누며 한의학이라는 보물창고의 흙먼지를 털어내는 작업부터 진행해야 할 것이다.

거대한 지식의 보고에 해당하는 한의학적 지식 기반 데이터에서 의미있는 과학적 명제를 찾아내고 그 가치를 평가하는 문헌연구 분야와 이러한 명제를 과학적 실험적 방법을 통해 재현성 있게 검증해내는 실험연구 분야와 검증된 한의학적 이론을 실제 임상적인 측면에서 적용 및 재평가하는 임상연구 분야가 조화롭게 유기적인 관계를 갖고 협력할 수 있는 연구 환경이 절실할 것이다. 침구 분야에서 이러한 문헌-실험-임상 연구의 개괄적 연구 현황을 살펴보고자 일주일간 베이징과 상하이 지역의 침구관련 연구기관을 탐방했던 것이다. <계속>

채윤병
경희대 침구경락과학연구센터 박사과정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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