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기] 또 하나의 세계 운남 소수민족 의학 탐방기(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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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기] 또 하나의 세계 운남 소수민족 의학 탐방기(19)
  • 승인 2007.01.1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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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족의 의약(1) - 역사적 연원

■ 다이족 의약과 다이족의 생활

다이족(태族)은 오늘날 운남성의 남쪽인 시솽반나(西雙版納)다이족자치주와 떠홍(德宏)다이족징포족(景頗族)자치주 일대에 살고 있는 소수민족이다.
그들의 인구는 대개 5백만을 헤아리는데, 크게 ‘물(水)다이족’, ‘꽃허리(花腰)다이족’의 두 갈래로 나뉘며, 시솽반나에는 주로 물다이족이 살고, 떠홍에는 주로 꽃허리다이족이 살고 있다.

이들 가운데 여기서 주로 살펴볼 것은 물다이족의 의약이다. 그들의 삶터는 차나무의 고향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이로 말미암아 의약을 비롯한 그들의 삶에는 차나무와 관련된 요소들이 적지 않다.
실제로 오늘날 유행하고 있는 보이차의 중심적인 생산지도 바로 물다이족의 삶터인 시솽반나이다.

다이족의 신앙은 남방불교이며, 어린 소년들은 초등학교에 갈 나이에 사원에 들어가 예비승려가 되어 10여년을 보내다가 사회로 나오거나 승려생활을 계속하기도 한다. 그들의 생활에서 불교는 그만큼 절대적이며, 의약에서도 그런 요소는 빠뜨릴 수 없는 부분이다.
다이족의 삶터는 아열대 및 열대성 기후로 볼 수 있는 곳인데, 이로 말미암아 4계절이 우리의 여름과 같다 해도 그리 지나치지는 않는다.

파초에 열매가 열리고 마을마다 파파야가 있으며 12월에도 열대성 과일이 열린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그런 기후도 의약을 비롯한 그들의 삶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다이족이 비록 불교를 신앙한다고 하지만, 그들의 정신에 흐르고 있는 더 오래된 원시문화의 요소를 가볍게 볼 수도 없다. 그들은 그들 특유의 다양한 신화와 전설을 가지고 있으며, 이런 요소들은 아직까지 그들의 공동체적 생활을 지탱하는 절대적 구성부분이기도 하다.

■ 신화에서 현실로

문자로 기록된 다이족의 의학적 전통만 하더라도 이미 25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그들의 의약적 전통이 어떻게 그들의 원시적인 정신세계와 불교적 신앙을 포섭하고 있는지 확인하게 된다.
그들의 설화에 따르면, 그들의 의약의 출발은 서가모니로부터 비롯된다. 그러나 그들의 신화는 서가모니가 그들에게 의약을 전해준 시기가 실제로 서가모니 탄생시기보다 훨씬 빨랐다고 말한다.

즉 그들의 의약은 이미 매우 이른 시기에 시작되었지만, 그 근거는 불교에서 구하고자 하는 그들의 신앙이 이 신화에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당시 다이족에게는 콩마라비(공麻臘別)라 불리는 현자가 있었는데, 그는 서가모니로부터 약을 채취하고 치료를 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한다.
또 그는 서가모니로부터 약재를 한통이나 받았는데, 거기에는 약초의 뿌리와 줄기 및 입에 물려서 치료하는 약재 등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들의 신화는 또 콩마라비가 서가모니로부터 받은 처방이 얼마나 대단한지에 대해서도 말한다. 언젠가 서가모니가 병이 들었는데, 이때 의사를 찾으러 나선 서가모니의 제자인 원숭이 ‘아누몽’이 게을러서 알맞은 시기에 콩마라비에게 도착하지 못했고, 그 결과 콩마라비가 뒤에 이 소식을 듣고 밤새워 달려갔을 때는 이미 서가모니가 열반에 든 다음이었다고 말한다.

아무튼 그 뒤 콩마라비는 서가모니로부터 전해 받은 약재를 ‘지타꾸’라는 산에서 기르기 시작했는데, 환경이 좋아서 아주 잘 자랐고, 사람들도 모두 이 약재를 구해갈 수 있었을 뿐 아니라, 그는 모든 원하는 이들에게 그 비법을 가르쳐주어 오늘날 다이족의 의약적 기틀이 잡혔다고 한다.

■ 다양한 갈래의 의약 전통과 통합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다이족에는 원래 8개의 의약문파가 있었다고 한다.
그 가운데 ‘라시다아’나 ‘라시다비’ 같은 이는 오늘날에도 의약의 성자로 추앙받고 있는데, 유감스럽게도 그들이 정확하게 언제 활동했던 인물인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추측컨대 8개의 문파는 다이족이 8개의 분파로 나뉘어 있던 9세기 이전의 시기를 상징할 것이고, 그 가운데 의성이라 불리는 인물은 8대 분파가 통합되던 10세기 무렵의 인물들로 추정될 따름이다.

8개 분파가 통합되면서 다이족의 다양한 문화들도 통합되기 시작했는데, 이를 반영하여 의약 방면에서도 통합의 노력이 있었고, 그 결과 8대 의약 문파도 두 사람의 의성을 중심으로 서로 힘을 모아 <아죠하뚠>(雅叫哈頓)이라는 통합치료방을 편찬하기에 이르렀다. 아죠하뚠은 다이족의 말로 ‘만인의 의약’이라는 뜻이다.
물론 이 통합의 결과물은 긴 세월 동안 사용되었지만, 일정한 분야에서 보충의 필요성도 제기되었다. 허나 이미 이루어진 다른 처방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이런 보충은 충분하게 이루어졌다.

란다아나쩡과 아롱따쩡 같은 인물들이 불교전래시기와 그 이전의 의학이론들을 정리했고, 또 <패엽경>(貝葉經) 등 10여 종의 경전에 실린 인체생리학적 내용을 정리하여 이를 뒷받침했던 것이다.
그 결과 1,214종이나 되는 약재의 갈래가 정리되었으며, 이를 이용하여 400여 가지의 약을 지을 수 있는 전통이 성립되었다.

물론 그 가운데 300여 가지는 물다이족의 의약전통이라 할 수 있으며, 약재의 갈래도 대부분 물다이족의 노력에 의해 정리된 것이기에, 여기서도 물다이족의 전통을 중심으로 다이족의 의약을 이야기하려 한다.
그 가운데 다음에는 다이족 의약의 기초가 되는 ‘4탑(塔)이론’에 대해 살펴볼까 한다. <계속>

박현(한국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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