腹治醫學特講④ - 4. 證治와 腹治(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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腹治醫學特講④ - 4. 證治와 腹治(1)
  • 승인 2006.10.2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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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證治란?

證治란 각 질환마다 빈용 처방들의 경향성을 찾아내어 그 중 가장 적합한 처방을 선정할 수 있는 ‘證’을 찾는 치료 방법론을 말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그 ‘證’이란 湯證을 말한다.
일본 한방 부흥기 이후, 의사 출신으로서 한방을 연구한 大塚敬節, 矢數道明 등에 의해 정립되었고 우리나라에도 도입되어 古方을 공부하는 한의사, 약사들에 의해 많이 사용되었다.

지금까지 古方을 공부하는 이들 치고 증치를 통해 古方에 접근하지 않은 이는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 이유는 한의사들에게는 證治가 傷寒論과 임상을 잇는 중간다리 역할을 수행했기 때문이며, 약사들에게 있어서는 서양의학을 배우고 한의학을 접하게 된 일본 의사들과 우리나라 약사들의 입장과 세계관이 비슷하였고 제약회사에서 나온 앰플로 처방을 할 수 있는 일본처럼 ‘약국한방’이라 하여 약국에서 한약을 쓰기에는 증치가 편했기 때문이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구할 수 있는 증치서적의 상당수는 약사들의 손을 거친 것들이 많다.

일반적으로 證治 서적들은 질환으로 정리되어 있거나 湯證으로 정리되는 두 가지 형식을 취한다.
證治를 하는 의사라면 湯證으로 구성된 서적을 먼저 공부하고 약마다의 경향성들을 파악한 후, 질환으로 구성된 서적을 공부하여 환자가 오면 이에 나열된 처방들 중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湯證을 잡고, 그 처방을 선정하여 환자에게 투여할 것이다.
편두통 환자가 왔다고 가정해 보자.

大塚敬節의 ‘漢方治療의 實際‘에서 찾아보면, 吳茱萸湯, 五령散, 桃核承氣湯, 釣藤散, 抑肝散, 半夏白朮天麻湯, 大柴胡湯, 柴胡加龍骨牡蠣湯, 大承氣湯, 三黃瀉心湯, 當歸芍藥散, 령桂味甘湯, 加味逍遙散, 葛根湯, 麻黃附子細辛湯, 白虎加桂枝湯, 小建中湯, 當歸四逆加吳茱萸生薑湯, 桂枝加桂湯, 三物黃芩湯, 淸上견痛湯, 八味丸, 桂枝湯, 麻黃湯, 小柴胡湯, 柴胡桂枝湯, 柴胡桂枝乾薑湯들의 처방들이 나열되어 있고 각자의 특징이 임상례와 함께 기재되어 있다.

證治를 하는 의사라면 먼저 환자에게 언제 두통이 생기는지, 그 양상이 어떤지 질문한다. 만일 환자가 편두통 양상인데 口渴 小便不利를 호소한다면 위에 나열된 처방 중 五령散을 선택할 것이다.
만일 그 양상이 극심한데 일반적으로는 건강해 보이며 발작할 때 경항부 근육이 수축하고 머리에서 열이 나는 느낌이고 惡心 嘔吐 足冷과 脈遲가 있다면 吳茱萸湯을 선택할 것이다.

이렇게 보면 참 임상이 쉽고 재미있을 것 같다. 또 잘 나을 것 같다. 하지만 임상이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예를 들어 편두통 환자가 평소 사지가 차고 口渴 小便不利가 있으며, 발작시 경항부가 당기고 惡心 嘔吐를 호소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脈에서도 특이한 점이 보이지 않는다면 이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처방을 찾는다는 것은 아주 애매해진다.

실제 임상에서는 각 湯證들이 겹쳐서 보이는 현상이 매우 흔하다. 따라서 證治를 통해 적합한 약을 찾는 것 자체가 곤란한 경우가 많으며 이로 인해 학부 때 傷寒論을 열심히 공부했던 한의사들은 임상 초기에 證治를 통해 처방을 내다가 환자에게 몇 번 호되게 당하고 나서 나중에는 方藥合編에서 약을 찾아주든가 東醫寶鑑을 다시 공부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2) 證治와 腹治의 관계

이러한 證治의 단점을 보완한 것이 腹治이다. 腹治를 하는 한의사라면 배에서 나타나는 sign을 우선시한다.
腹診으로 환자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藥徵의 각 약물들이 나타내는 主治 旁治 兼治를 통해 그 毒의 소재를 명확히 하여 古方 중 가장 적합한 약물 구성을 가진 처방을 선택하게 된다.
따라서 腹診만 정확히 할 수 있다면 그 毒을 몰아내어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참 매력적이다.
하지만 역시 임상은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내가 만진 腹診이 정확하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하며 약물의 상호작용에 의해 특정 腹診이 사라지거나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또한 湯證에 따라서는 藥徵 약물 구성상 응당 있어야 할 腹診이 안 나오는 경우도 있다. 환자의 복부란 좁은 것 같지만 의외로 꽤 넓은 공간이다. 그 속에서 보이는 유의미한 징후를 골라내고 그 眞假 여부를 판정하는 것 역시 생각 외로 어렵다.
腹治를 통해 치료하는 것은 많은 공부와 숙련을 필요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主症과 전혀 관계가 없는 腹診이 나오거나 때로는 毒이 움직이지 않아서 아무런 腹診도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腹治를 통한 임상에서는 두 단계로 접근하게 된다. 먼저 證治라는 도구를 사용하여 환자를 진단한다. 기초 望診, 問診과 主訴의 조합을 통해 머릿속으로 쓸 만한 處方群을 선정한 후 세밀한 腹診으로 腹治로 접근하여 각 湯證을 감별, 최종 치료 처방을 내게 된다.
그러므로 숙련된 한의사라면 證治와 腹治의 차이점을 잘 알고 각각의 虛實을 알며 이를 잘 조합하여 적용시킬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또한 여기에 경험이 덧붙여져야 진정한 활용의 妙가 생기게 된다. 그래서 모두 다 그렇겠지만, 腹治를 하는 한의사는 임상경험이 중요하다.
옛말에 “삼년 동안 의서를 공부하면 세상에 못 고칠 병이 없을 것 같지만 삼년 동안 치료를 하다 보면 쓸 만한 처방이 세상에 하나도 없음을 알게 된다”고 하였다.
腹治란 실천의 학문이므로 임상을 하지 않고 책만 본 의사는 실제로 올바른 치료를 할 수가 없다. 그래서 吉益東洞도 환자를 많이 보기 위해 사람이 많이 모이는 京都로 올라와서 한동안 가난 때문에 죽을 고생을 하지 않았는가.

腹治醫學會가 케이스 스터디를 중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腹治를 하는 의사는 무조건 환자를 많이 봐서 경험을 많이 쌓아, 證治로 경향성을 잘 파악하고 腹治로 세밀하게 증상, 처방을 감별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자신이 아는 것이 진실이라면 말로 설명하고 자신의 논리를 펴기 이전에 먼저 환자를 잘 고칠 수 있어야 한다.

傷寒論은 처음부터 감별로 시작해서 감별로 끝난다. 證治와 腹治는 정확한 진단과 치료의 쌍두마차이다. 성공적인 임상이라는 먼 길은 한쪽의 말만 뛰어서는 마차를 끝까지 몰고 갈 수 없다.
한쪽의 말만 더 잘 달린다면 아무리 채찍질을 해 봤자 마차의 속력은 못 달리는 쪽의 속력에 제한될 것이다.
證治로 기초를 단단히 쌓고 腹治로 그 위에 감별점을 정립하여 실천을 통해 자기의 학문을 세워나간다면 임상의 성공은 가까이 있을 것이다. <계속>

이원행
경기도 고양시 빛과사랑한의원장, 복치의학회 교육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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