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311] 同春堂日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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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311] 同春堂日記
  • 승인 2006.10.2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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鄕村醫局 운영한 유학자의 건강돌봄

이번에는 좀 문장 형식이 다른 책 하나를 소개해 보기로 하자.
의방서도 아니고 의학자의 저술도 아니지만 구태여 일기를 택한 이유는 조선중기 의학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바로 同春堂 宋浚吉(1606~1672)이 자필로 남긴 日記로, 그는 17세기 湖西지역을 대표하는 유학자이자 文廟에 종사된 儒賢 중의 한 사람이다. 이 일기에는 그의 나이 24세인 1629년(인조7)부터 1672년(현종13) 67세의 나이로 세상을 뜨기 직전까지 대략 40여년에 걸친 인생여정이 담겨져 있다.

특히 이 일기에는 젊어서부터 병약했던 저자가 자신의 건강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에서 비롯한 각종 병증과 자기 수양, 복약, 치병에 관한 기록들을 남겨놓았기 때문에 당시 사대부가의 의료실태를 살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저자의 질병관과 의료인식의 일면도 알아볼 수 있다. 나아가 자신을 둘러싼 父子, 가족친지들과 師弟 등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治病, 看病, 問病, 致喪에 관한 기록들이 많이 들어 있어 당시 민간의 의료문화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또한 거주지 인근 疫病의 유행과 이에 대한 대처, 그리고 避病, 醫官의 파견과 같은 의료체계에 관한 사항들이 언급되어 있어 당시의 의료현장을 생생하게 그려볼 수 있다. 이 일기 속에서 들어있는 의약관련 기사만 해도 A4 70여 쪽에 이를 정도로 그 분량 면에서 압도적이다.

아울러 이 일기가 작성된 시점은 『동의보감』이 간행된 지 불과 50~60년 된 시점으로, 치병기록에 나타난 병증과 치료법, 방제와의 대조분석을 통해 당시 유행했던 질병의 유형과 증상 및 처방, 약제의 來源을 알아보고 나아가 당대 민간의료에 있어서 『동의보감』의 활용성을 짐작할 수 있는데, 여기에 등장하는 60종 가량의 사용방제 중 90% 이상이 『동의보감』에 수록된 것이다. 또 일기 안에는 침구치료나 고약의 첩부, 온천욕과 같은 다양한 요법을 시행한 기록이 들어있고 鹿角이나 紫河車와 같은 약제의 단미환제를 응용한 예도 보인다.

다른 한편 일기에 등장하는 의원들의 성명과 의학 관련 인물들에 관한 짤막한 언급을 실마리로 기술직 중인계급의 신분으로 사회의 기층에서 활약하면서도 그 활동상이 알려져 있지 않은 의인들의 행적을 일부나마 복원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당시 태의로서 내의원 의관이었던 權愉, 崔聖任, 韓道昌, 李東馨, 李弘章 등이 등장하는데, 이 중 권유, 최성임, 이동형은 首醫를 지낸 당대 최고의 국수였다. 또 柳後聖, 鄭後啓, 黃益俊 등은 議藥同參廳의 儒醫로서 병환 중인 저자를 찾아와 看病하고 화제를 처방한 기록이 있어 당시 내의들의 활동상을 살펴볼 수 있다.

또 하나 의미깊은 일은 저자가 향촌의 자치규약으로서 鄕規를 제정하고 懷德鄕約을 복원하였는데, 이 향약에는 환란을 당해 상부상조하는 德目이 들어 있다. 이중 주목되는 것은 60세 이상의 노비는 사역을 면해주고, 신분과 남녀의 차이에 관계없이 70세 이상된 노인을 음식으로 축하하며, 고아와 과부를 돕게 하고, 재해와 유행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향민들이 힘을 합해 조직적으로 돕게 하는 규정을 두었다. 특히 지역에 醫局을 두고 자주 회합을 하였으며, 醫契를 설치하여 약재를 비축하고 질병을 구제함으로써 매우 모범적인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조선유학자들의 일기 속에 남아있는 의학문화 관련자료로는 李文楗(1494~1567)의 『默齋日記』와 柳希春(1513~ 1577)의 『眉巖日記』, 朴趾源(1737~1805)의 『熱河日記』가 연구되어 공개된 바 있으며, 당대 지식인의 눈을 통해 바라본 조선시대 의학문화의 수준 및 가족의 질병과 치료를 통한 의료활동의 실상을 접할 수 있다. 또 痘瘡, 痢疾, 紅疫과 같은 역병의 유행과 이에 대응하는 의료체계가 드러나 있어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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