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개선’이 ‘경과규정 마련’으로 변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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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개선’이 ‘경과규정 마련’으로 변질
  • 승인 2006.09.1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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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협 전문의 개선안, 전한련 등 반발 고조

한의사전문의 문제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1999년 4월 복지부가 개원한의사들에게도 전문의시험 응시자격을 주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입법 예고안을 발표하자 학생들이 한의협을 점거·농성하는 등 반발해 일체의 특례를 불인정 하는 파문을 겪었던 당시와 유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의사전문의를 수련하고 배출하는 방식을 바꾸자는 ‘제도개선’에 대한 내용은 사라지고, 대의원총회에서 실질적으로 거부된 내용과 유사한 ‘경과규정 개선안’이 한의협 안으로 복지부에 제출돼 파문이 커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당장 전국한의과대학 학생회 연합(전한련)은 13일 성명을 내고 ▲개원한의사에 대한 특례조치안을 주요골자로 하는 개선안을 완전 폐기할 것 ▲올바른 한의사전문의제도 정립을 위한 범 한의계적 논의를 다시 시작하고, 전한련의 참여를 보장할 것을 주장하고 나섰다.

전한련은 성명서에서 “무분별한 한의사전문의의 양산을 조장하여 국민 건강권에 심각한 해악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고 “이제까지의 범 한의계적 논의를 수포로 돌려놓았다”고 밝히고 있어 개선안대로 확정될 경우 신분에 불이익을 받을 것을 염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의협이 복지부에 건의한 안 중 재학생에게 해당될 수 있는 내용은 2002년도에 이미 나온 “수련한방병원 외에도 복지부장관이 인정하는 보건기관으로 수련기관 확대”와 “모·자 한방병원 인정”이 전부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복지부가 인정하는 수련기관이 어느 정도까지 넓어질지는 의문이지만 졸업생의 상당수는 수련기회조차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보이고 있지 않고 인터넷상에서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수준이지만 한의협 개선안에서 제외되는 2000년 이후 졸업생 중 일반 개원의나 부원장 등으로 근무하고 있는 5천명 가량의 한의사가 합세할 경우 문제는 더욱 커져 1999년 사태가 재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반면 서울 강서구의 모 한의사는 “2001년 전속지도전문의가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면서 소수배출의 입법취지가 상실됐다”며 “개원의들도 양보할 수 있는 처지도 못되기 때문에 과거와 같이 그냥 넘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원한의사협의회 최방섭 회장은 “여러 차례의 회의를 거쳐 논의한 결과 전문의에 배제되는 한의사가 발생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모았다”며 “2005년도에 일부 단체에서는 반대했지만 진일보한 개선안이 만들어져 복지부에 제출됐는데 이에 대한 처리 여부와는 관계없이 한의계의 중론으로 반대를 결정했던 내용과 맥을 같이하는 안이 복지부에 제출됐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2003년에 만들어진 안과 이번에 복지부에 제출된 안의 큰 차이는 개원의 응시자격을 ‘면허취득 후 10년’과 ‘6년 이상 한방의료업무 종사’ 정도이다.
2005년 5월에도 한의협은 “병원수련 이외에 10년간 한방진료에 종사하고 일정기간 연수교육(300평점, 년간 60평점 초과 금지)을 받으면 한의사전문의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라는 안을 복지부에 제출했었다. 법 고시기점, 1999년을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졸업년도의 제한을 받지 않아 사실상 모든 한의사가 전문의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의협과 개원협이 주축이 돼 마련한 이 안에 대해 전공의 측에서는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나타냈고, 학생과 병원측에서는 암묵적인 동의를 보냈다는 게 제도 개선을 추진했던 모 관계자의 말이다.
이와 관련해 한의협의 한 관계자는 “이런 방식으로 전문의를 배출했을 때 시민단체나 국민들이 과연 어떻게 평가할지 모르겠다”며 “협회가 제출한 안이 받아들여질지도 미지수인 만큼 조금 기다려보자”고 말했다. 한의사전문의제도가 양방을 모방해 시작됐기 때문에 병원수련이 기본 전제로 깔려있어 이를 한 순간에 갈아엎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1차적으로 1999년 이전에 한의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들에게 전문의 응시자격을 주고 2000년 이후는 다른 방안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수련방법의 개선을 통해 재학생들의 수련기회를 넓히는 동시에 한의학적 원리에 부합하는 전문의제도를 정착시켜 나가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또 다른 문제는 한의학의 특성에 맞춰 전문의를 배출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자는 원칙이 무너지고, 현실적으로 쉬운 시행령을 개정하는 방향으로 개선안이 마련됐는데도 전국이사회 등에서 문제가 지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 7월 4일 있었던 제5회 중앙이사회에서 협회가 1999년을 기준으로 경과규정을 마련해 개원의들에게도 전문의시험 응시 자격을 주자는 안에 대해 토의하고 “개선안을 토대로 하되 추진과정에서의 일부조정 등에 관한 사항은 전문의 T/F 팀에 위임” 하기로 했는데 이후 어떠한 절차를 거쳐 이 안이 한의협의 안으로 결정돼 복지부에 제출됐다는 점이 문제시 되고 있는 것이다.

전한련 관계자는 “T/F 팀을 구성할 때 팀에서 개선안을 만들고 난후 전한련 등 관련단체와 다시 의견조율을 하기로 약속을 해 놓고도 아무런 협의 없이 안을 복지부에 제출한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개원협도 한의협으로부터 개선안에 대해 어떠한 설명을 들은 바 없다고 밝혔다.
한의협이 복지부에 제출한 개선안에는 복지부 한방정책관을 위원장으로 하고 ▲대한한의사협회 ▲한방병원협회 ▲대한한의학회 ▲한국교육평가원 ▲한국한의학연구원 ▲의료소비자 단체 추천인을 위원으로 구성하는 (가칭)한의사전문의제도개선 추진위원회를 설치 운영하자는 안도 포함돼 있다.

민족의학신문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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