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D+한의표준변증분류’ 건보 고시개정 의결 파문확산
상태바
‘KCD+한의표준변증분류’ 건보 고시개정 의결 파문확산
  • 승인 2006.09.15 14: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개원가, “임상가에 큰 혼란 가져올 것” 반발
보험위, 23일 시도지부연석회의서 의견 수렴

“KCDO(한국한의표준질병사인분류)를 버리고 KCD(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를 쓰는 문제는 교육체계부터 국가고시, 심사기준 등 다 바뀌어야 하는 문제다.” “한의질병명이 없는데 한의사의 존재가치가 있겠는가?” “의료일원화를 자초하는 일이다.”

지난 7일 저녁 대한한의사협회 보험위원회(위원장 박종형) 주최로 열린 제4차 보험위원회<사진>에서 건보청구를 위한 복지부 고시 중 제21조 ③항 ‘한방진료의 경우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한의)에 따라 기재한다’는 현행 고시내용을 ‘한방진료의 경우는 투약 또는 시술을 위한 한국한의표준변증분류를 병기한다’(KCD 동일 적용)는 개정안으로 변경을 추진키로 의결됐다는 소식이 한의계 내부에 전해지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박종형 보험위원장은 “KCDO를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것은 보험위원회 소관도 아니고 이것은 학회에서 주도적으로 해야 되는 사안이다. 국제질병사인분류(ICD)에 편입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문제는 학회에서 계속 노력해야 되는 부분이므로 이 부분은 그대로 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KCD를 도입하려는 이유에 대해 “최근 민간보험도 확대되고 있고, 새로운 국가보험정책 등이 실행될 때 난치성 질환같은 경우 전액보험급여화가 되도록 하는데 있어서도 국가에서는 명확한 기준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KCD에 기준해서 지원하게 된다. 따라서 이를 도입하지 않으면 그러한 것이 새로 반영이 될 때 우리는 항상 소외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KCD에 우리의 용어가 등재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날 참석한 한 보험위원은 “한의의 독특한 진료체계 방식이나 분류체계가 KCD와 어떻게 보면 동일한 현상을 분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통용되거나 언어의 혼재로 인해 이해되지 않는다면 한방고유의 분류체계에 KCD를 병기할 수는 있다”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분류체계를 그냥 병기하는 수준으로 만든다고 하면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또 다른 보험위원은 “KCD를 사용함으로써 동등한 권리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건 (건강보험청구상의)실용적인 분류인거지 학문적인 분류가 아니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이종수 자문위원은 “이 안건의 행정절차로 따지면 이미 3년 전 보험위원회에서 통과된 안건이다. 그런데 임기가 바뀌면 과거 보험위에서 잘못했다고 무시해 버린다. 한의계의 회의절차에 대한 연계성을 찾을 수가 없다”며 “보험위원회는 행정하는 위원회다. 한의학의 정의가 다 다른데 한의학의 정체성이 있을 리가 없다. 한의사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의 회의 결과가 한의계 내부로 알려지면서 적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모 한의대의 한 교수는 “KCD를 쓰는 건 한의사들에게 제도상 큰 변화인데 그 파급효과는 단지 보험처리 하는데 그치지 않고 일선 한의사들한테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제도가 바뀌면 대학에서 교육과정 자체도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단순히 보면 보험청구상의 문제지만 한의사들의 임상이 공신력을 의심받을 수 있을 상황이 된다. 개원의들의 임상대란과 같은 큰 혼란을 일으킬 것”이라면서 “의도적으로 축소하고 강행하려는 저의를 모르겠다. 의료일원화쪽으로 가려는 절차가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최방섭 개원한의사협의회 회장도 “한의질병명이 없는데 한의사의 존재가치가 있겠는가. KCDO를 포기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하면서 “이러한 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개원가에 혼란을 일으킬 거고, 오진에 따른 소송에 휘말리게 될 것이다. 준비 안 된 사람들을 사지로 내모는 꼴이다. 명백한 정책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창호 대한한의학회 제도이사는 “사회적으로 약간의 이득을 얻으려고 한의학을 포기하려 한다면 기본 논의가 완전히 잘못된 거다. 절차와 자세의 문제가 있는 거다. 바늘을 처음부터 제대로 꿰어야지, 결과에 상관없이 과정자체가 완전히 잘못돼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의 모 개원한의사도 “양의사는 양방명을 쓰고 한의사는 한방명을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기 학문에 자신이 없으면 그만둬야 한다. 한방병명을 포기하면 의료일원화를 자초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김현수 전 한의협 부회장은 “KCDO는 개정, 보완할 필요는 있지만 삭제할 필요는 없다”면서 “국가가 질병사인분류를 하는 건 역학관리를 위해 하는 것이다. 양방은 건보청구시 KCD분류 외에 따로 쓰는 것이 더 있다. 의료일원화하고 한의사제도 없애자는 거다. 한의사의 정체성을 알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한의사들이 세계 의학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이런 식으로 간다면 양방 종속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편, 이날 보험위에서는 개정안을 놓고 찬반 표결에 의해 찬성 4표·반대 1표·기권 1표로 개정안을 추진키로 하고 이와 함께 결정된 고시변경 개정 추진에 관한 건을 중앙보험이사회에 안건으로 올리기로 결정했었으나 회의 결과에 관한 논란이 확산되자 협회 보험위는 23일 전국시도지부보험이사연석회의를 통해 의견을 수렴키로 하고, 일단 중앙이사회에 안건을 상정하는 문제는 보류하기로 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민족의학신문 강은희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