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경기 안산시 단원보건소 의무사무관 권제세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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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경기 안산시 단원보건소 의무사무관 권제세 씨
  • 승인 2006.09.1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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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다방면에 관심 가졌으면”
공직한의사의 10년 애환

■ 나이 스물다섯 한의대 입학

의무사무관으로 보건소에 근무한지 올해로 10년째인 권제세(47·경기도 안산 단원보건소 한방진료실) 씨는 “해 놓은 것 없이 세월만 흘러 간 느낌”이라고 했다.
경북 군위가 고향인 그는 7남매 중 네 째로 태어났다. 77년 대구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구미에서 인쇄업을 하는 회사에 취직한 그는 군 제대 후인 1984년 스물다섯 나이에 동국대 한의대에 입학했다. 전통의학을 계승해 현대적인 학문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공부를 한다는 한의대 홍보물에 적힌 글귀가 한의학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했다.

■ 보건소 의무사무관으로

데모가 한창이던 대학시절을 보내고 90년 3월 대학을 졸업한 그는 6개월간의 관리한의사를 거쳐 서울 성북구 석관동에서 6년을 개원의로 지냈다. 초보 한의사로서의 막연한 호기와 불안감이 교차하던 시기, 언제부턴가 한의원을 운영하면서 환자들에게 진료비로 돈 얘기를 하는 것이나 소위 사회에서 돈 잘 버는 사람으로 인식되어지는 데 대한 거북함이 생기기 시작했다. 한약분쟁을 겪으면서는 공직사회의 폐쇄성과 경직성, 불공정함 같은 것들의 속사정을 직접 알아보고 고쳐보고 싶었고, 한의학도 공공의료 및 공중보건분야에서 이바지할 수 있으며 그렇게 해야 될 필요성이 있는 등의 여러 가지 생각들이 공직한의사의 길로 이끌었다. 그렇게 96년 9월부터 안산시 단원보건소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당시는 한의학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매우 열악하던 때로 보건의료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한의사들의 수도 적었고, 한의학에 대한 공무원들의 이해도 부족해 진료실·보조인력·장비·예산 등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서 관련 부서들과의 의사소통이 쉽지 않았다. 공무원들 중에는 주로 문서를 많이 취급하는 행정직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은 의무직을 반쪽짜리 공무원으로 보는 경우가 많아 사명감이나 봉사정신만으로 의무직을 수행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고 했다.

■ 공직의의 현실

계약직이 보수를 더 많이 받을 수는 있지만 업무에 대한 참여는 거의 불가능하고, 일반직은 승진이 가능한 대신 계약직에 비해 보수의 차이가 많고 보건소 전체 업무 중에서 극히 일부분에 한해서만 참여가 가능한 실정이다. 직위는 다른 일반 공무원들은 6급만 되어도 보직을 주고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주는 반면에, 의무직은 5급(과장급)인데도 보직을 주지 않는다. 그만큼 주도적으로 업무수행을 한다는 것이 어렵고, 직원들에 대한 통제력도 미약한 현실이라고 했다.

그는 의무직이 보건소장을 맡도록 하는 것이 공공의료분야에 도움이 되는 길이라고 보았다. 이는 한의계 단독으로 해결할 일이 아니라 양의사ㆍ한의사ㆍ치과의사 단체들이 공동으로 대처해나가야 할 문제라면서 이러한 여러 가지 문제들이 해결된다면 공직으로 진출하려는 한의사들이나 의사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많은 수의 의무직들이 보건의료분야에서 일하게 될수록 보건의료의 질이 좋아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공직의는 아무래도 어느 정도의 봉사정신이 필요합니다. 투철하기까지 하면 더 좋겠지만, 지나치게 투철하면 너무나 낯설고 경직되고 배타적이기만 하다가 그만 둘 가능성이 아주 높지요.”

■ 공직한의사로 사는 보람

그는 보건소에서 일반적인 진료나 상담 외에도 금연·비만관리 같은 한방보건사업을 주로하고 있다. 반응은 대체로 좋은 편인데, 쉽게 이용할 수 있고 비용대비 효과가 좋은 이유로 노인들에게 인기가 좋다.
“현 사회는 고령자가 급속히 증가하는 반면에 고령의 부모를 돌보는 것을 기피하는 경향이 심해지는 추세입니다. 요즈음 자식들로부터 보살핌을 받지 못하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런 분들은 진료를 받으면서 하소연을 늘어놓거나 심지어 우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는 이런 사회 소외계층이나 형편이 어려운 계층들이 진료를 받고 좋아지는 모습을 볼 때 가슴 뿌듯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 한방의 대중화로 발전 꾀해야

그는 우리 사회는 여전히 소통이 부족한 사회로 보이고 특히 공직사회가 더 심한 것 같다고 했다. 사람(업무)자체를 보고 대하는 것이 아니라 비본질적인 다른 조건들을 가지고 평가하고 미리 벽을 쌓아 버리는 경향이 많다는 것이다. “공공의료는 사회적 소외계층들을 위한 의료로 우리나라에서는 공공의료분야가 아직 많이 취약합니다. 선거 때는 공공의료분야를 몇 %로 끌어올리겠다고 해 놓고는 막상 정권을 잡고나면 대부분 空約으로 끝납니다.”

그는 앞으로 공공의료분야가 많이 확대되어 질병으로 고통 받는 사회취약계층이 많은 의료보장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일반적인 민간 한방의료기관에서도 환자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보험약재의 품목을 다양화(처방수나 제형 등) 해 누구나 어느 때나 쉽게 한방병·의원을 찾아가고 이용하고 싶은 진료기관으로 만들어야 된다고 했다. 그것이 바로 한방의 대중화를 통해서 한의계가 발전할 수 있는 길로 가는 방법이 아니겠냐는 것이다.

■ 소외계층 의료정책에 관심가져야

그는 한의계가 부딪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의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에는 우리나라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들(정치ㆍ경제ㆍ사회 등)과 만나게 된다고 했다. “한의학도 이 사회에 존재하는 여러 계층의 사람들과 또 이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와 얽히고 설켜서 돌아가는 것이지요. 그래서 한의사들도 진료만 할 것이 아니라,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 더 나아가서 그 방면으로 진출을 하는 이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지금 우리나라 의료계가 상당한 수준으로 상업화가 되었다며 그래서 순수한 진료보다는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더 큰 목적이 되어버렸다고 했다.
그렇게 됐을 때 가장 고통받는 것은 사회적 소외계층이라며 이들을 위한 의료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데 한의계도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산 = 민족의학신문 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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