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CT소송이 남긴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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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CT소송이 남긴 과제
  • 승인 2006.07.14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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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내 교실과 전문과목 개설 시급

한의사가 CT기기를 사용할 수 없다는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은 한의계에 많은 과제를 던져주고 있으나 판결의 본질과 소송대책의 문제점, 그리고 후속대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체계적으로 접근하지 못해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우선 한의계는 이번 행정소송이 형식적 승소, 내용적 패소라고 규정, 소송의 당사자인 기린한방병원만 업무정지처분 취소 판결을 받음으로써 소송의 목적을 달성했을 뿐 한의계는 아무 것도 얻은 게 없고 오히려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1심의 판결이 뒤집히는 손실을 입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의협이 좀더 신경을 썼더라면 CT사용의 정당성까지는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CT사용 여부가 사족으로 언급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일선한의사들의 생각이다.
이에 대해 한의협의 모 이사는 1심의 판결 자체가 돌발적으로 일어난 데다가 변호사가 전임 집행부 당시에 선임됐으며, 이미 변론이 거의 끝난 상태에서 더 이상 손쓸 수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전임 집행진 출신의 한 이사는 한의협의 해명에 대해 “양의계의 움직임에 따라 변호사를 추가로 선임하는 식으로 맞대응했어야지 전임 집행부 당시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손놓고 있어야 하느냐”고 현 집행부를 맹비판했다. 그는 대학에서 CT와 방사선 관련 교육교재를 만들도록 노력하기는커녕 소송을 담당하던 상근이사를 교체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소송결과를 홍보하지 않은 불찰도 지적됐다. 판결의 결과가 한의사의 CT 사용을 처벌한 것은 지나치다는 것인만큼 한의협이 적극 홍보했더라면 ‘한의사도 의료기기를 쓰는구나’, ‘CT를 사용하는데 법적 제약이 너무 많구나’ 하는 인식을 심어줬을 것이라는 게 한의협의 홍보미숙을 질책하는 한의사들의 생각이다.

한의협의 홍보미숙과 행정적 뒷받침 부족 못지않게 학술적 근거를 마련하자는 주장이 거론됐다. 우선 항소심 판결문이 CT기기를 해부학에 근거를 둔 서양의학의 영역이라고 판단한 것과 관련, 한의대에 한의학해부학사 내지 해부학 부교재를 제작하자는 주장이 부각됐다.

다른 한편으로는 진단학과 내과 교과서에 소변검사, 초음파, X-ray, CT, MRI 등의 내용을 비중 있게 다루고, 국시 문항수도 현재보다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교과 개설보다 교실과 전문과목의 개설이 우선이라는 의견도 학계 일부에서 나왔다. 기득권을 가진 전문집단에 대항해서 한의사가 권리를 주장하려면 학문적 백그라운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방사선기기는 고사하고 이화학적 검사기기를 한의사가 쓸 수 있는 근거도 충분치 않다는 한의학계의 의견은 곰곰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으로 지적됐다.
결국 한의계가 의료기기 사용의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의 개선 이전에 관련논문을 쓸 수 있는 교실과 전문과목의 개설 시급한 것으로 평가된다. 진단생기능의학교실과 전문의 신설도 그런 방안의 하나로 언급된다.

그런데도 현실은 이런 기본적인 작업은 외면되고 법률적 다툼만이 우선시 되고 있다.
따라서 한의계가 행정소송 패소라는 아픔을 딛고 일어서려면 소송의 준비에서부터 진행과정, 판결문이 녹아있는 판결의미, 문제점을 정밀히 분석한 상태에서 시간을 갖고 한의협과 한의대, 한의학회가 일체가 돼 긴밀한 논의구조를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족의학신문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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