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의 젊은 힘, 지역보건의 참 일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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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의 젊은 힘, 지역보건의 참 일꾼(2)
  • 승인 2006.07.14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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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칭’은 조직의 정체성 제고에 기본

2. 공중보건한의사와 한의과 공중보건의사

■ 공중보건의사와 한의사

‘공중보건의사’는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의 자격을 가진 사람으로서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에 의거 농어촌 등 보건의료 취약지역 또는 보건의료시설에 배치되어 공중보건업무에 종사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대체 군복무의 형태로 3년 동안 보건복지부 소속 공무원으로 근무하며 국가공무원의 일원으로 전인격과 양심을 바쳐 공공의 이익증진에 충실해야 할 기본적인 의무를 지닌다.
광무4년(1900년) 제정 공포된 의사규칙(醫士規則) 제1조에서는 醫士를 “醫學을 관숙(慣熟)하여 천지운기(天地運氣)와 맥후진찰(脈候診察)과 內外景과 大小方과 약품온량(藥品溫凉)과 침구보사(鍼灸補瀉)를 通達하여 대증투제(對症投劑)하는 자”라고 말하고 있다.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1910년) 이후, 대한민국 정부 수립까지 의료인으로서의 자격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던 전통의사들은 한국전쟁 와중에 공포된 국민의료법(1951년)에 의해 비로소 ‘漢醫師’로서의 법적 자격을 인정받게 되었다. 그러나 1910년부터 1951년, 무려 한 세대가 넘어가는 시간동안 조선의 醫士, 醫生, 漢醫師 다시 韓醫師는 국가보건의료를 책임지는 의료인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하게 되었고, 스스로도 국민건강을 위해 수행해야 할 역할과 책임감을 잊은 채 민간으로 스며들어 그 명맥만을 유지해 왔다.

是是非非를 떠나 기존 한의사 집단은 유달리 자기만의 지식을 강조하고 직업적 특수성에 몰입하여 빠르게 변화하는 현행 질서 체계에 순응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통용되고 있는 공중보건 ‘한의사’라는 용어도 공중보건 ‘의사’에 대한 자연스런 안티테제(Antithese·반정립)에 다름 아니다. 1962년 의료일원화시도, 1993년 한약분쟁 등 외부 위협을 통해 성공한 자기 정체성 확립 및 구성원 단결력 확보와 같은 역사적 사실에서 외부 세계와 소통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주변 집단들과 함께 하지 못하는 독불장군 식의 존재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몽고족이나 만주족처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뿐이다.

■ ‘공중보건한의사’가 아닌 ‘한의과 공중보건의사’가 옳다

1998년 10명의 한의과 공중보건의사가 배출된 이래 2006년 현재, 무려 1000여명의 공중보건의사들이 지역 보건(지)소에서 활동하고 있다. 대한제국 몰락(1910년) 이후 무려 백년 만에 다시 상당한 숫자의 전통의학 전공자들이 국가보건의료체계에 편입되어 독자적인 업무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공중보건한의사’나 ‘한의과 공중보건의사’나 동일 인물에 대한 다른 호칭이므로 합의만 이루어진다면 뭐라 부르던 문제될 여지는 없다. 그러나 국가보건의료체계 구성원으로서의 역할 수행, 보건의료인으로서의 정체성 제고, 국민 건강에 대한 한의학의 기여 가능성 등을 생각해 볼 때 ‘공중보건의사’라는 명분은 결코 양보할 수 없다.

공중보건의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에서는 지역별 인원 배치 기준을 들며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를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법률적 평등성은 인원수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동등히 유지되어야 하는 것이며 현재 서양의학을 전공한 의사 집단만이 누리고 있는 국가보건의료체계 속에서의 독점적 지위는 마땅히 격하되어야 한다.
보건소는 국민건강증진·보건교육 및 영양개선사업, 모자보건 및 가족계획사업, 노인보건사업 등 지역보건의료 전반을 총괄하는 곳으로 특히 보건소장은 지역 보건의료를 책임지는 보건·의무직 공무원의 꽃이다. 아직 한의학 전공 출신 보건소장은 전무하다. 보건지소장 임용만을 가지고도 트집 잡는 서양 의료계의 행태를 볼 때 한의사 등의 보건소장 진입은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국가보건의료의 일원으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위한 교두보 마련

그러나 한의학적 접근 방법을 이용한 주민의 보건 관련 업무의 지도는 충분히 새로운 건강 효과를 파급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한의사·치과의사·의사를 아우르는 ‘공중보건의사’라는 명함은 분명 한의사 등이 국가보건의료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는 적당한 울타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을 갓 졸업한 신출내기들이 대다수인 한의과 공중보건의사의 경우, 초기엔 나이 지긋한 보건소 직원들이 부르는 선생님이라는 칭호에 당황해 하지만 불과 얼마 되지 않아 ‘나는 한의사, 당신은 보건소 직원’이라는 우쭐함에 익숙해지고 만다. 기능적 존재에 대한 자신만의 우월감은 본인의 업무 수행을 방해할 뿐 아니라 기존 직원들과 심리적 거리를 갖게 해 결국 원활한 한방공공보건의료체계 정립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 개원 한의사와의 차별을 통한 한의학 영역 및 수요 확충

대부분의 공중보건의사들은 임기 종료와 함께 국가보건조직을 떠나게 된다. 하지만 그들이 만들어놓은 시간의 무게, 인적 네트워크 등은 공공의료와 민간의료 사이의 경계를 느슨하게 할 것이고, 한의사의 자연스런 공공의료 영역으로의 진입을 유도할 것이다. 한의과 공중보건의사는 사적 영역에 치우쳐져 있는 기존 한의사의 영역을 보완하여 그 업무 범위를 넓히고 관련 수요를 확대하는 발전적인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는 유일한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2006년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는 한의과 공중보건의사의 존재에 어떤 이름을 붙이고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 하는 것은 조직의 정체성 확립 뿐 아니라 한의학의 발전 나아가 국민 보건을 위한 백년대계를 구축함에 있어 아주 중요한 작업이 될 것이다. 언어는 생각을 규정짓고, 생각은 다시 언어를 재창조한다는 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계속>

오재근(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한의과 지역보건이사)
필자약력 : ▲대전대 한의대 졸(04) ▲충북 영동군 양산보건지소(05) ▲한방공공보건평가단 한의과 공중보건의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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