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정책 여론수렴에 한의계는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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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정책 여론수렴에 한의계는 없는가!
  • 승인 2006.05.0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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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에 따라 한의계 여론 해석 일쑤
전문한방병원제 일방 추진, 개원가 반발 조짐

정부가 추진하는 일련의 한의학정책이 한의계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일부의 여론을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을 바탕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어 시정이 요구된다.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관련단체의 의견수렴은 필수적인데도 정부는 여론수렴을 하는 둥 마는 둥 하다 시한에 밀리면 ‘한의계의 여론은 수렴됐다’면서 밀어붙이는 식의 일처리 관행을 계속하고 있다.

필요하면 한의계의 합의를 요구하고 어떤 때는 일부의 의견을 전체의 의견인 양 해석해 한의계를 당황케 만든다.
한의계가 복잡하게 꼬인 전문의제도의 개선을 요구했을 때는 한의 각 단체의 ‘합의’를 요구하던 정부가 다른 현안에 대해서는 전혀 그렇지 않은 모습을 보이곤 한다. 전문한방병원제도의 도입은 여론수렴과정을 거치지 않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정부는 전문한방병원제도의 도입을 제1차 한의약육성발전 5개년 종합계획에 포함시키더니 이번에는 전문한방병원 시범사업 설명회를 개최하겠다고 공지했다.

전문한방병원제도는 한방병원협회의 요구사항이었을 뿐 계획단계에서부터 한의계 전체의 의견을 체계적으로 수렴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이해관계가 큰 단체의 의견을 끼워넣은 데 불과했다. 이에 따라 한의계는 “‘양의계가 했으니 한의계도 도입한다’거나 ‘의료의 전문화 내지 대형화를 통해 경쟁력을 갖추게 하겠다’는 식의 관성적이고 단순한 발상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의계관계자들은 질환별 전문한방병원제도가 도입될 경우 전문과목이 분화되지 않은 한의계의 현실에 비추어 개원가의 양극화를 가속화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 관계자들은 의원급에서 잇따르는 프랜차이즈 설립과 의료서비스의 민영화 추세가 전문한방병원제도와 맞물려 돌아가면 영리법인 허용 요구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외국영리법인의 국내진출 여건만 넓혀줄 것으로 우려했다.

한의계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는 태도는 국립한의대 신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한의계가 국립한의대를 추진한 지는 꽤 오래되었는데 정부가 귀담아 듣지 않다가 본격적으로 추진된 것은 대통령이 선거공약으로 내세우면서부터다. 이때에도 정부는 한의계가 요구하고 정부 스스로도 약속한 ‘서울대한의대 신설’ 방침을 관철해내지 못했다.

오히려 추진과정에서 정부는 ‘서울대는 안 되니 지방국립대로 한다’, 혹은 ‘지방대는 예산이 많이 들어가니 국립의료원내에 석·박사 과정으로 설치한다’고 흘렸다. 그러다 국립의료원 개편 예산이 동결되면서 다시 지방국립대로 방향을 틀었다.
또 최근에는 지방국립대에 한의대를 신설한다는 계획에 따라 언론에 복안의 일단을 밝혔다. 그러나 국립한의대 신설에 따른 정원동결문제나 4+4 학제의 교육 및 연구에 미치는 효과, 신설 학교의 개수, 설립 인가 예정 대학 등에 대해 한의계의 이견을 폭넓게 수렴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정부가 겨우 한 것은 11개 한의대 학장을 간담회라는 명목으로 불러놓고 실무진에서 검토한 추진계획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정도였다는 게 간담회에 참석했던 모 학장의 전언이다. 이렇듯 정부는 한의대 학장들의 동의를 구한 적이 없고 지방국립대 설치 반대여론이 비등하고 있는데도 “한의대 학장 다수가 찬성했다”, “한의계의 의견은 수렴된 것으로 본다”고 정리하면서 조만간 설치 대학을 선정할 태세다.

정부의 일처리방식을 유심히 지켜보던 한의계는 정부와 한의계 사이의 관계가 위험수위에 다다랐다면서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모 학장은 “국립한의대와 관련해서 정책담당자들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서울에 개원한 한 한의사는 “담당공무원들이 한의학 자체의 발전을 추구하기보다 공무원의 업무영역 확대에 집착한 나머지 한의계의 의견을 자의적으로 재단하면서 정책을 주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고 꼬집었다.

일부에서는 정부의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도 없지 않다. 대통령 공약을 임기내에 실행해야 하는 정부의 고충이나 산업적 관점에서 한의학을 육성·발전시켜야 하는 정부정책의 기조로 볼 때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번 방향이 정해졌다고 한의계의 여론을 무시하고 밀어붙이는 태도는 꼭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많다. 한의계의 한 관계자는 “정책방향이 정해졌다 해도 상황에 맞게 세부적인 내용들이 조정돼야 시행과정에서 무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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