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인프라를 구축하자(7·끝) - 리더십
상태바
정책인프라를 구축하자(7·끝) - 리더십
  • 승인 2006.04.14 14: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한의사의 잠재력 발굴 여부가 성패 좌우
정보관리능력, 산하단체와 업무조정능력 발휘도 필수

한의학정책은 1990년대 초에 시작된 한약분쟁을 거치면서 그 중요성이 강조됐다. 이때부터 한의학의 정체성, 약무정책, 의무정책, 공공의료정책 등 다방면에서 준비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한의계가 1990년대에 이어 또 한 번의 정책적 전환을 이룬 것은 2004년 약대6년제 합의파동과 2005년 소위 IMS사태를 겪으면서라 할 수 있다. 이때 한의계는 전면적인 변화와 혁신이 없이는 한의계에 가로놓인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인식이 싹텄다.

갈등의 전선도 판이하게 달라졌다. 무자격자 대책, 혹은 한약을 둘러싸고 그어진 갈등전선이 IMS사태를 전후로 해서는 의료분야로 이동했다. 그 이전에 형성된 갈등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의료분야에서의 갈등의 폭과 깊이는 매우 본질적이고 심각한 양상으로 표출됐다.

■ 인프라 구축은 여전히 미흡

일련의 위기를 거치면서 한의계는 정책적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인식을 새롭게 했지만 연일 계속되는 비상국면 속에서 임기응변식 현안대책에 매몰돼 정책다운 정책을 세우지 못했다. 겨우 정책이라는 흉내를 내는 수준에 불과했다.

정책이란 현재 상태에 대한 인식을 토대로 현재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동시에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정책이 제대로 되려면 정책의 주체가, 정책의 목표를 설정한 상태에서, 정책형성절차에 맞게, 실행해야 한다. 그리고 그 정책을 실행하기 위한 인력과 예산의 확보가 뒷받침될 때 정책은 비로소 본 궤도에 오른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한의계는 이런 여건을 구비하지 못한 상태다. 정책의 개념을 숙지하고 있는 사람, 정책을 개발할 사람, 개발된 정책을 추진할 사람이 태부족이다.
한의협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정책개발업무는 전문인력의 부족으로 지속성이 담보되지 못하고 있고, 한의협정책을 뒷받침하는 학회와 대학의 역할도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가까스로 정책이 만들어져도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밀리고 밀리다 타이밍을 놓쳐버리기 일쑤다. 한 마디로 정책 인프라가 취약하다.
그러므로 지금은 정책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차원을 넘어 구체적인 정책 개발·추진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에 도달했다. 구호만으로는 한의학 발전을 일구어낼 수는 없다.

■ 정책기반 개선 조짐 보여 다행

불모지에서도 환경이 변하면 싹이 돋아나듯 한의계의 정책여건도 조금씩 개선될 조짐을 보여 다행스럽다.
회원들은 IMS사태를 해결하지 못하는 집행부를 사퇴하게 만드는 등 집행부를 견제한 바 있고, 대의원들도 집행부 견제역할과 본연의 의안심의에 충실코자 총회에 상설위원회 설치를 모색 중이다.

집행부도 정책연구소와 직선제 등이 포함된 정관개정안과 회원징계권을 담은 윤리위규정 개정안을 보다 세련되게 다듬어 올해에는 반드시 통과시킨다는 복안이다.
특히 한의협은 올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정책연구소관련 정관개정안이 통과되면 박사급 연구인력을 채용할 방침으로 예산계획안에 2억원을 별로도 편성해놓아 돌발사태만 없으면 올해안에 정책연구소가 가동될 전망이다.

여기에다 직선제가 통과되고 각 후보들이 공약으로 제시한 회원 참여 프로그램이 실행에 옮겨질 경우 일선한의사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의계의 취약분야로 인식된 대국회, 대정부 설득력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정책개발과정에서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학술적 근거는 학회와 대학, 한의협 간의 관계 정립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학계와 한의협 간에 개원의의 전문의시험 응시자격 부여문제를 둘러싸고 갈등하고 있어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때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지만 정책인프라 구축에 필수적인 분야라는 점에서 한의협 차기집행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다.

■ 자원 동원·배분 능력이 관건

정책은 효과적이고 효율적일 때 성공적인 정책이 될 수 있다. 아무리 많은 자원을 가지고 있어도 효과적으로 투입하지 못하면 산출되는 정책의 결과는 미미할 뿐이다.
자칫 잘못하면 한의계의 귀중한 자원을 낭비하는 것으로 끝날 수도 있다. 거꾸로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정책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자원을 동원하고 배분하는 사람, 즉 리더의 역량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한의계의 리더는 동원 가능한 자원의 목록과 양을 정확히 측정해서 적절하게 투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의학 관련 정보의 축적이 필수적이다.
인명록을 발간하거나 한의사의 소득과 의식, 학술수준 등 전반적인 회세와 동향을 파악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정책대상이 되는 집단의 정보도 풍부하게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 정보가 많아야 유사시 신속한 정책자료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정보관리능력의 배양이 시급히 요구된다. 유급 사서가 배치된 정보자료실의 운영, 온라인정보처리시스템 가동 등 기술적 측면의 준비가 필요하다.
대내적으로 인사권과 예산권의 적절한 활용과 대외적으로 교섭능력을 발휘해 산하단체와 협력단체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능력도 리더십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한의협의 학술적 기능은 학회로, 일상적 회무는 지부로 업무를 분산시킬 때 한의협의 정책기능은 살아나고 산하단체의 위상도 높아지는 점을 고려하면 한의계내 업무조정능력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 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묵은 과제를 조속히 매듭짓고, 신규과제로 눈을 돌려야 한의계의 이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R&D 분야나 새롭게 추진될 제도현안에 인적,물적 역량을 투여할 수 있도록 환경을 과감히 정비할 때 한의사의 이익은 극대화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리더십은 구성원의 잠재된 역량을 이끌어내는 능력이다. 리더가 이 일을 얼마만큼 잘 하는냐에 따라 조직의 성패가 좌우된다. 정책인프라도 본질적으로 인력과 예산의 문제라는 점에서 리더십과 정비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일선한의사의 높아진 정책적 관심을 정책인프라 구축으로 전환시키는 요체는 리더십의 발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끝>

김승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