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위주의 한의학 정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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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위주의 한의학 정책을 기대한다
  • 승인 2006.04.07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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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선택진료제의 존치 여부와 병원 식대의 적정수가를 둘러싸고 의료계와 시민단체 간에 벌어지고 있는 논쟁은 한의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의료정책의 대상과 관련해서 정부가 서비스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의료시장의 개방을 추구하면서 의료의 보장성을 강화하는 일련의 정책이 뚜렷이 감지된다는 사실이다. 보험급여범위의 확대, 노인수발보험법 제정 논의가 대표적이다. 병원 식대의 건보 적용과 수가문제가 논의되는 것도 그런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 선택진료제의 폐지 논의는 의료제도의 합리성 제고에 주요한 목적이 있다고 판단된다.

더욱 주목을 끄는 것은 정책 논의의 실질적 주역이 정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의료계의 대척점에 시민단체와 정당이 자리잡고 있다. 시민단체가 문제를 제기하고 정당은 입법안을 제출하며 의료계는 해명하거나 저지하기에 바쁘고, 정부는 양자의 의견을 절충하는 위치에서 의료정책결정의 구도가 짜여지는 모습이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의료제도 존폐나 보험급여 여부, 혹은 급여수가의 인정 폭 등을 둘러싼 논쟁이 고도의 논리싸움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병원 식대의 적정수가만 해도 그렇다. 시민단체는 수가를 재료비 관점에서 접근하는 데 비해 의료계는 기술료 관점에서 접근하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런 논란은 결국 기술료와 재료비의 경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의 문제로 귀착된다.

한의계는 기술료와 재료비 논란의 최대 피해자다. 똑같은 의료인임에도 불구하고 한의사는 타 의료인에 비해 기술료개념보다 재료비 개념을 더욱 강요받고 있다. 이는 비단 보험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침구사나 전통한약사 문제가 표면화된 것도 따지고 보면 한의사의 한방의료행위를 고도의 기술로 인정하지 않는 사회적 인식 탓이 크다. 일이 이렇게 된 데에는 시대의 흐름에 둔감했던 한의계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이런 풍토에서 면허의 배타성을 주장한들 설득력이 있을리 만무하다.

따라서 선택진료제와 병원 식대의 적정 수가 논란을 통해 한의계는 일련의 사건을 디딤돌로 삼아 한의학 정책을 재료중심에서 기술위주로 대전환하고, 일차적인 대책으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한편 한의사 스스로의 안일한 자세를 교정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이 같은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만연되고 있는 고질적인 불법·유사 의료행위와 입법 기도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없다. 이 문제에 대한 신임 한의협집행부의 혜안과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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