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속의 타학문 들여다보기 - 4. 한약
상태바
한의학 속의 타학문 들여다보기 - 4. 한약
  • 승인 2006.04.06 09: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기미론으로 약성이 표현되는 한약, 일단 한약과 관련된 대단위 연구를 살펴보면 지난 2000년부터 과기부 추진 21세기 프론티어연구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발족된 ‘자생식물이용기술개발사업단’을 떠올릴 수 있다.
2010년까지 총 1천억원이 투자되는 이 사업의 목표는 국내에 서식하는 4천여종의 자생식물 자원에 첨단생명공학기술을 접목, 생명공학 제품을 창출한다는 것이다.

자생식물 종자은행·식물추출물은행 구축, 식물 유전정보처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치료·예방용 식품의약 및 천연신약소재 개발 등의 사업내용을 들여다보면, 분자생물학적으로 약의 성분과 작용기전을 밝히는 영역에서 확대되어 유전자라는 분야가 연구분야로 자리잡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최근 유전자칩을 이용한 처방연구를 주제로 과제를 수행하게 된 한국한의학연구원을 비롯해 한의계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유영법 선임연구원은 “한약의 화학적 정보와 함께 최신의 생명공학 방법을 병행하면서 부분적인 정보들을 최대한 많이 수집하여 한약의 실체에 접근하는 것이 연구자들의 공통된 인식일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의 분화와 융합에 따라 연구방법에도 큰 진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그 영향은 한의학분야에도 미치고 있다.

경희대 한의대 배현수 교수의 기고를 통해 한약과 관련되어 사용되어 지고 있거나, 한약연구에 유용할 것으로 전망되는 과학적 툴을 살펴보자.

오진아 기자

□ 생명활동 전체 조명하는 Omics방법론 활기 □

한의학연구에 최근 활용되고 있는 핵심기술을 요약하면 분자생물학, 분석화학, 발효공학, 생체영상기술 등을 포함하는 BT군, 생물정보학을 근간으로 하는 IT기술(information technology)과 제제개발에 유용한 NT기술(nano technology)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한약제제연구는 한약 내 어떤 물질들이 포함되어 있고, 또 어떻게 작용하느냐하는 약리학적 사고의 틀에서 이루어지는 물질분리, 분석을 위주로 하는 단편적이고 노동집약적인 연구방법이 현재까지 이루어지는 대표적 한의학연구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21세기에 접어들어 인간유전자 지도 완성으로 시작된 BT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으며 한의학연구에도 새로운 방향이 모색되고 있다.
이는 기존의 분자생물학적 기술과 접목되면서 새로운 학문분야를 발전시키게 되었다. 그 중심에는 소위 ‘omics’ 기술이라고 하는 신개념의 연구방법론이 있다.

■ 분자생물학기술에서 Omics로 전진

Omics는 영어로 뒷말에 omics라는 철자를 붙인 합성어들의 총칭으로 transcriptomics, proteomics, metabolumics, lipidomics 등이 포함된다.
Omics 기술의 특징은 생명현상을 하나 하나의 유전자, 단백질, 지질 또는 대사산물에 국한되지 않고 생체 내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유전자, 단백질 등의 변화 패턴을 전체적인, 즉 편견이 배제된 시각에서 이해하려 한다.
이 기술은 생명체 전체적인 시각을 강조하는 한의학 연구에 매우 유용한 기술로 여겨지면서 가장 활발하게 한의학과의 접목이 시도되고 있는 분야이다.

■ 대용량 정보 소화하는 IT 가세

이와 더불어 omics 기술로 발생하는 대용량의 정보들을 유용하게 해석하고 활용할 수 있는 IT 기술이 필요하게 되면서 생물정보학(Bioinformatics)이라는 기술이 또한 한의학 연구에 빠르게 접목되고 있다.
이 밖에 유전체 연구발달에 힘입어 한의학 연구에 활용 가능한 BT기술로는 기능유전체학과 약물유전체학이 포함될 수 있다.

또한 현재 한의학분야 특히 한약개발에 활발하게 활용되는 분야로 발효공학을 들 수 있다. 발효공학은 미생물 주로 효모나 유산균 등을 이용하여 유용한 신물질을 만드는 기술로서 한약의 발효로 유효한 성분을 다량 생산한다거나 독성을 제거하는 등의 기술 등으로 많은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 가지 예로 인삼의 발효로 Rg1, Rg2 등의 인삼사포닌 성분을 다량으로 생산하는 기술의 개발을 들 수 있다.

최근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생체광학기술 역시 한의학연구의 중요한 한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임상에서 사용하는 CT, MRI와 같이 생체 내 해부학적 구조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기계에서 현재는 생병리학적 소견을 살아있는 생명체에서 찾아 낼 수 있는 PET나 fMRI가 개발되어 특히 침구경락연구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 밖에 공초점현미경 등의 실험장비들을 활용하여 살아있는 세포에서 일어나는 생명현상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기술이 현재 생명과학계에서 최첨단 실험방법으로 각광을 받고 있고 한약물의 효능 및 기전을 밝히는데 큰 기여가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 나노, 생체 내 한약 작용 극대화 활용 가능

한편 한약물의 생체 내 흡수, 대사, 배출의 조절은 차세대 한약제제개발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부각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부분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나노테크놀로지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한약제의 유효성분들이 장관이나 피부 또는 호흡을 통해 흡수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한약의 투여경로의 개선이나 약물효과의 극대화에도 매우 유용하게 활용이 가능하리라고 생각된다.

최근 외용제 중 한방화장품류에 나노기술이 접목한 사례들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와 같이 현대 한의학연구의 영역은 타학문 분야의 접목으로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으며 이들 타학문을 한의학계가 얼마나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활용하는가에 한국한의학의 미래가 달려 있을 것이다.

배현수
경희대 한의대 생리학교실교수·퓨리메드 대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