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계도 그런 변화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탈 때 이익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변화가 필요할 때 변화하지 못한 한의계의 모습은 슬픈 일이고, 내공을 쌓아야 할 때 변화를 외치는 것도 구성원들을 힘들게 만든다.
한의계는 타 사회집단에 비해 보수적인 속성상 변화의 템포가 한 단계 늦다. 아니 회원은 흐름을 타는데 대의원이 회원의 의사를 대표하지 못해 발생한 측면이 더 클 수가 있다. 평시에 작은 노력으로 해결될 일에는 눈감고 곪아 터져서야 비로소 너도 나도 목소리를 높여 모든 질서를 뒤집어엎는 사태가 재발되지 않는다고 그 누가 장담할 것인가?
이런 사태는 지난해에도 일어났고, 한약분쟁 때에도 일어났다. 올 대의원총회에서도 꾹눌렀던 대의원들의 분노가 터져 나올 듯 말 듯 한 조짐이 감지됐다. 급기야 총회가 끝난 지 10여 일만에 위기는 표면화됐다. 1급 비상사태에 준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 누가 상상이라도 했던 일인가? 다행히 전통한약사로의 명칭개정 문제가 국회 법안심사소위의 성원미달로 심의가 보류돼 일시적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그러나 위기가 근본적으로 해소된 것은 아니다. 침구사법부터 시작해서 안마사 침 사용문제, 양의사의 한의학 폄하 등에 이르기까지 위기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그런데 위기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면 각 조직들이 체계가 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해당 법안의 성격과 통과됐을 때의 파장을 예측하는 분석력이 한참 뒤진다. 다른 사안에서도 마찬가지다. 정보의 축적과 축적된 정보의 분석, 인접단체의 동향 파악, 과거 사례의 활용 등 시공을 초월하는 입체적인 분석능력이 요구된다.
해당분야의 전문가와 오피니언리더의 여론을 정책에 신속히 반영하는 능력, 즉 기동력 보강작업도 시급한 과제다.
그렇다고 낙담할 일도 아니다. 어떤 면에서 보면 회무의 체계를 바로세울 적기를 맞았다. 정책연구소를 발족시키는 한편 2년이라는 시간계획을 잘 설계하면 지금까지 못한 회무개혁을 일거에 달성할 수 있다. 문제는 지도자의 개혁 타이밍 포착능력과 추진능력이다. 그 첫 단추가 인사다. 바쁜 와중에서도 성공적인 인사가 되도록 최대한 역량을 집중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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