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 제조업소 수입한약재 모니터링에 즈음하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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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 제조업소 수입한약재 모니터링에 즈음하여(상)
  • 승인 2006.03.3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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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계, 안전성에서 한 단계 성숙하는 계기돼야
약효면에서 최고 약 찾기 위한 노력 국민에 보여줘야

■ 제조업소 구조조정 신호탄

복지부는 지난해 한의약육성발전 5개년 계획에서 한약재의 안전관리를 위해 정밀검사대상과 제조업소 제조품목을 2010년까지 공정서에 수재돼 있는 520개 전 품목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최근에는 문제가 되고 있는 한약제조업소의 자가품질 검사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제조업소가 수입한 한약재에 대한 모니터링에 들어갔다.

수출입업자들이 회원인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산하의 시험검사소는 “회원사가 수입해오는 한약재를 검사하는 데 얼마나 제대로 했겠느냐는 의혹이 있었지만 지난해 전체 수입량의 3.5%, 건수의 4.6%를 부적합으로 판정했다. 이에 비해 자가검사를 하는 제조업소의 경우 부적합 한약재에 대한 통계조차 없다”고 했다.
모니터링 결과에 따라 자가검사를 할 수 있는 시설기준 등이 마련될 것이고, 무분별하게 생겨났던 제조업체는 구조 조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클린한약재 운동 본격 가동

한의사협회는 지난해 9월 투명사회실천협의회 후원으로 실시하기로 한 클린한약재 운동을 본격화해 나간다고 밝혔다. 운동에 참여하겠다고 신청한 한의사가 약 2,000명에 달하고, 이달 중 한약제조 및 유통업체에 참가의사를 여부를 묻는 공문을 발송할 계획이다. 그리고 실사를 통해 대상 업체를 확정짓고 정기적으로 모니터링을 해 관리해 나갈 계획이다.

한의협과 클린한약재 운동 공동 주최자인 (사)우리한약되살리기운동본부는 품질인증의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난항을 거듭하다 현재는 손을 놓고 있는 상태여서 클린한약재 인증은 한의협 주관으로 공정서 기준에 따를 될 것으로 보인다.

클린한약재운동에 참가하는 업체가 약재를 철저히 검수하고, 가입한 한의원은 이곳 제품만을 쓴다면 한약재의 안정성 확보는 진일보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한약재 오염문제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규격품 수준이어서 한계는 있지만, 얼마나 많은 업체와 한의사가 참가하고 관리를 잘 이뤄 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현실성과 이것이 얼마나 의미를 갖고 있느냐이다.

■ 합격과 불합격품이 섞여 있는 한약재

최근 중국에서 산약이 수입돼 들어왔다. 수입업체만 여럿이었을 뿐 모두 동일한 지역에서 출시돼 모아두었다가 수입된 것이다. 문제는 같은 컨테이너에서 꺼낸 것인데도 정밀검사 결과 합격과 불합격품이 혼재돼 나왔다는 것이다. 검사소측은 물량의 반은 합격시키고 반은 불합격시키는 선에서 해결점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사에는 통과했지만 공정서 기준으로는 불량 의약품이 유통되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이다.

수입업계에서는 “한약재 수입을 잘하기 위해서는 점성술을 배우는 게 최고”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중국의 매집상들이 쌓아 놓은 약재를 모양만보고 살 수밖에 없는 처지에서 정밀검사와 중금속, 잔류농약 등의 조건을 통과할 수 있는 약재를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산화황은 인위적인 것이기 때문에 막을 수 있지만 업체의 형편상 나머지는 불가능한 수준이다.

같은 지역, 같은 농가에서 들여온 것도 합격과 불합격품이 공존하기 때문에 운에 맞길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모 업체 대표는 “우리회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아 소각해 버리는 한약재가 한해에 약 1억5천만원에 이르는데도 해결할 방법이 없어 비용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론상으로는 산지에서 돈을 들여 검사를 하면 된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비용이나 시간면에서 일단 수입해 들여와서 불합격되면 태워버리는 게 훨씬 싸게 먹힌다는 것이다.

즉, 현 상태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업체보고 알아서 하라는 식보다는 시스템의 마련에 더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은 최근 위해·불량한약재의 유통을 차단을 위해 한해 4,000건을 목표로 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품질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 한의사가 주력해야 할 부분은 효능

산지에서 매입하기 전에 검사를 했다고 해도 완전할 수는 없다. 기계로 찍어내는 공산품도 오차가 있는데 한약재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므로 한약재는 어떠한 조건에서 재배됐는지, 어떠한 시설과 공정을 통해 제조됐는지는 밝힐 수 있어도 개개의 품질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농약과 비료 문제로 말이 많았던 콩나물도 유기농이라는 재배방식만을 이야기할 뿐 품질 자체는 인증하지는 않는다.

한약재 역시 마찬가지다. 더욱이 원료의약품이라고 포장돼 있는 한약재도 한의사나 한·양약사만이 취급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아무리 규격품만을 사용했다고 해도 한의사는 한약재의 안전성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한의계를 흠집 내려는 상대가 있는 상태에서는 더욱 불안하다.

오히려 이를 인정하고, 스스로 적발해 내 공개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같은 나물이나 열매도 전부 다 다르다는 것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 농약에 오염되고 불량인 것들이 공존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이를 숨기고 우리는 아니다 라고 이야기해도 아무도 관심을 기울여 주지 않을 것이다.

안전성문제는 국가의 몫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물론 문제가 터져 나왔을 때 피해를 보는 쪽은 정부가 아니라 한의계라는 것 때문에 여기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에 매달리면 매달릴수록 한의사의 입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안전성 관리에 대해 정부를 질책하는 것과 함께 한의사는 약의 질에 집중해야 한다.

같은 약재라도 재배 환경에 따라 제조 방법에 따라 약성을 달리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말이다. 소비자에게 질이 떨어지거나 심지어 오염된 약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한의사는 안전성 차원을 넘어 약효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일지도 모른다.
안전성은 가장 중요한 것이지만 이것에만 집중하고 있으면 스스로가 위축 되고 국민은 한약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계속>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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