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속의 타학문 들여다보기 - 2. 경락(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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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속의 타학문 들여다보기 - 2. 경락(上)
  • 승인 2006.01.2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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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 신경과학적 접근 두각
“여러 학문의 융합 필요” 인식

지난해 보건복지부 주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관한 2005보건산업기술대전에서 한의약 R&D 중장기 발전방안 공청회가 열렸다.
한의학 연구의 국가계획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머리를 맞댄 이 자리에서 한의학 연구에 대한 평가 및 인식을 살펴볼 수 있다.

이날 진흥원의 기획위원회가 제안한 R&D 발전방안에서는 중점추진과제를 한약제제·의료·R&D기반구축·임상시험 등 4개 분과로 선정하고 있는데, 이 중 ‘경혈·경락 표준화를 위한 해부 및 생물리학적 연구개발(의료분과)’이 포함되어 있다.
여기서는 경락의 실체 규명이야말로 한의학을 정통과학의 주류로 격상시키는 핵심기술로서, 생리적 기전과 원리를 밝히기 위해서 물리학적 방법론과 해부학, 생리학, 수의학, 한의학 등 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시리즈에서 풀고자 하는 궁금증. 그렇다면 현재까지의 연구는 어떤 방식으로 어디까지 왔을까?
기획위원회에 따르면 관련연구로는 서울대 한의학물리연구실 소광섭 교수 연구팀이 동물을 대상으로 한 경락체계의 해부학적 연구(북한 김봉한 교수가 주장했던 봉한관·산알로 추정되는 조직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가 있다.
인체의 경락조직에 대해서는 독일·미국·대만 등이 시도한 바 있다.
전체적인 평가로는 경락연구는 실체 없는 기능 연구로 피상적인 규명 수준에 머물러 있는 단계여서 실체의 가시화 개발이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제1차 한의약육성발전 5개년 종합계획에 제시된 한방 R&D 분야의 사업계획에 따르면 한의약관련 기초·원천기술개발사업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침구경락과학연구센터(SRC·경희대)를 자생식물이용기술개발사업, 심혈관계질환 천연물개발연구(MRC·동국대) 등과 함께 지정했다.
침구경락연구센터는 침치료 효과의 자연과학적 검증, 경락경혈현상의 과학적 기전 규명 및 뇌신경 질환에 대한 신규 침치료기술 개발 등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침치료 효능 및 기전연구의 접근법에 있어서 신경과학적으로 뇌영상화기술 등을 이용한다는 계획이다.

이혜정 교수(센터장)와 함께 연구에 합류하는 조장희 가천의대 석좌교수는 MRI(자기공명영상장치) 등 생체 영상기기 연구의 권위자로서 뇌를 분자차원에서 살피는 영상장비 개발 및 관련연구로 유명하며, 두 연구자는 MRI를 통한 경락의 기능적 연구를 수행하여 주목을 받은 바 있어 이러한 경력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같이 정책적인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한의학연구를 살펴보면 경락연구센터의 신경과학적 접근, 그리고 서울대 한의학물리연구실의 해부학적 발견이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 봉한학설과 MRI

소광섭 교수의 연구는 1960년대 북한 김봉한 교수의 봉한학설에 대한 재검증연구를 성공한 것으로 토끼와 쥐의 큰 혈관 및 림프관 속에 투명한 실오라기 같은 도관이 있으며, 봉한관(경락)이라 추측되는 이 도관은 소장과 대장 등 장기 표면에도 펼쳐져 있어 경락이라는 증거에 한층 다가갔다는 것이다.(2005년 5월, 美 해부학기록 표지) 이 발견은 특별한 염색법과 형광나노입자를 투입하는 방식을 통해 이뤄졌다.
이혜정 박사와 조장희 박사의 연구는 경혈을 자극했을 때 나타나는 뇌의 반응을 연구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두 연구는 경락의 연구에 있어서 큰 흐름으로 나누어지는 구조와 기능적인 분석분야에서 각각 가장 가능성 있는 연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경락 확인 작업은 더 진행되어야

경락연구는 대상에 따라 크게 두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경락의 구조와 기능이라는 측면이다.
경락구조에 있어서 형태학적 연구는 신경·혈관·임파선·근육 등과의 관계 속에서 파악하는 관점이고 신경·체액 조절설, 경락·대뇌피질·내장상관가설, 체표와 내장이 자율성계통으로 연계되어 있을 것이라는 등의 추측이 나와 있는 상태이다.
경락기능은 생물물리학적 방법으로 적외선체열촬영법으로 경혈국부 온도가 주위보다 높음, 전기저항 측정법을 통해 경혈의 저항이 낮음, 전위 측정을 통해 경맥과 경혈은 전위가 높음 등의 연구결과들이 제시되어 왔다.

이러한 연구결과들은 경락존재에 대한 부분적인 그림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서울대 한의학물리연구실의 연구와 이·조 교수의 뇌신경과학적 연구가 갖는 한계 혹은 의문시 되는 점은 없을까?
두 연구 모두 아직은 한의학의 경락이라는 실체를 규명하는 데 있어 하나의 가능성의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 연구관계자의 평가다.

오랜 경력을 지닌 한 경락연구자는 “소 교수가 제시한 봉한관·산알 조직은 새로운 조직인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기존의 해부학에서 발견하지 못한 새 조직을 발견한 것이 한의학의 경락과 같은 존재라고 확인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면서 “한의계가 경락의 발견이라는 새로운 소식에 감격해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냉정하게 검증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뇌신경과학적인 이·조 교수의 경우, 이와 비슷한 연구가 독일 등에서도 진행되고 있는데,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경혈의 자극이 뇌신경에 자극을 주지만 자극의 경중에 따른 차이만 있을 뿐 경혈에 따른 차이 즉 한방에서 말하는 경맥의 시스테믹한 작용의 결과는 발견하지 못한다는 연구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어서 뒤따르는 연구가 더욱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계속>

오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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