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회장 사퇴서 처리 둘러싸고 법리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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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회장 사퇴서 처리 둘러싸고 법리공방
  • 승인 2005.06.1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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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수 즉시 수리됐다”, “임총 열어야” 팽팽
임총 ‘사퇴 인준’과 ‘수리·반려’로 맞설 듯

임총소집공고, 18일 개최

직무대행의 정당성 문제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던 한의계가 이번에는 안재규 회장의 사퇴서 처리 문제를 둘러싸고 내홍을 겪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안재규 회장의 사퇴서 제출기관과 효력에 모아지고 있다. 즉, 한의협 사무처에 사퇴서를 제출한 즉시 회장의 사표가 수리된 것으로 보아야 하느냐, 아니면 선출기관인 대의원총회에서 수리·반려 여부를 결정해야 하느냐, 사퇴를 인준하는 선에서 끝내느냐 하는 문제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의협 정관은 보궐선거(제14조) 조항에는 선출직 부회장·이사의 사표수리와 보선에 대한 규정만 있을 뿐 회장의 사표수리 규정은 없어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정관에는 ‘선출직이사의 사표수리와 보선은 회장의 제청으로 이사회에서 동의를 받아야 하되, 이는 대의원총회의 인준을 득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돼 있다.
한 관계자는 이 규정에 대해 “정관 조항의 취지를 잘 이해하면 해법이 나올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회장의 사퇴서 처리 문제는 정관에 명문화가 안 됐지만 부회장과 이사의 사표수리를 이사회에서 처리할 수 있다고 예외조항을 둔 것으로 보아 회장, 수석부회장, 감사의 사퇴서는 당연히 선출기관인 대의원총회의 몫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주장하는 측은 허창회 회장 사퇴 건이나 천병태 감사의 사퇴, 경은호 감사의 사퇴, 올해 서울지부와 경남지부 회장의 사퇴서가 반려됐던 전례를 언급한다.

96년 당시 허창회 회장의 경우는 이사회에서 처리됐으나 직후 열린 정기총회에서 한 대의원의 이의제기로 ‘기타’ 안건에서 긴급의안으로 상정돼 사퇴서를 인준했다.
따라서 모든 회장의 사퇴서를 총회에서 처리하는 게 한의협의 관례라고 해석해야 맞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해석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안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측에서는 회장의 사퇴가 2000여 회원과 200여 대의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행한 약속이고, 이달 7일 인수인계도 완료된 상황이므로 사퇴의 진의가 확인된 만큼 사퇴약속이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한 가운데 변호사들의 주장도 엇갈려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감사단이 5월 31일과 6월 1일 열린 전국이사회 개최 직전 한의협 고문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한 결과 사퇴서 접수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부산시한의사회 모 회원은 변호사에 자문을 구한 결과는 관례대로 대의원총회에서 수리, 반려 여부를 결정하는 게 맞다는 유권해석을 얻어냈다고 밝혀, 감사단이 받아낸 유권해석과 대조를 이뤘다.

또한 허창회 회장 사표수리가 대의원총회였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다른 견해가 제기됐다. 허 전 회장의 사표를 수리한 기관은 이사회였지 대의원총회는 아니라는 것이다. 대의원총회는 단지 인준을 해준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의원총회를 굳이 열어야 한다면 사퇴서 수리를 인준만 해주면 되는 것이지 사퇴 수리 혹은 반려 여부를 결정하면 법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더욱이 모 회원은 민법상의 근거를 바탕으로 사퇴서는 이미 수리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민법 제128조 (임의대리의 종료)는 ‘법률관계의 종료 전에 본인이 수권행위를 철회한 경우에 수여된 대리권은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논란의 와중에 긴급임시대의원총회가 이달 18일로 공고됐다. 임총의 적법성 여부가 완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사회가 소집요구한 대로 총회를 개최하게 된 셈이다. 그러나 안건이 전국이사회에서 결정된 ‘회장 사표 처리의 건’에다 ‘현안대책의 건’과 ‘기타’ 안건이 추가돼 괜한 시비거리를 만들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논란이 끊이지 않자 감사단은 조속한 시일 내에 고문변호사에게 사표의 효력발생시점, ‘사표’의 효력의 의미 등에 대한 질의를 할 예정이다.

사퇴서 처리 절차를 둘러싼 논란과는 달리 일부 단체에서는 회장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한 단체의 모 회장은 “회장이 계속하겠다고 하면 회장의 뜻을 따르는 게 회원된 도리가 아니겠느냐”는 견해를 나타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자 한의협 임원과 일부 회원 사이에서 사퇴발언을 촉발시킨 과정이 잘못됐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안 회장이 5월 25일 임시총회에서 (5월) 27일 자보심의회의 결과에 관계없이 사퇴하겠다고 발언했으면 약속을 지키는 것이 순리며 만일 지킬 자신이 없었다면 사퇴발언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반대로 안 회장이 사퇴를 약속했으면 대의원들도 믿고 표결을 하지 말았어야 사퇴약속이행을 주장할 수 있었는데 표결(그것도 부결로)을 하는 바람에 일이 꼬였다고 안 회장과 대의원 모두의 신중치 못한 행동을 나무랐다. 경위야 어쨌든 이 문제는 법률해석의 문제가 개재돼 후폭풍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안 회장의 사퇴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측에서 “사퇴서가 부결될 경우 법정으로 간다”고 공언해 극적인 타협점이 찾아지지 않는 한 사퇴서를 둘러싼 법리공방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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