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삼 재평가 필요하다”
상태바
“중국 인삼 재평가 필요하다”
  • 승인 2005.06.10 14: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서양蔘이 중국蔘 둔갑, 사실 왜곡
‘나쁘다’식 선입견은 한의학 위축

중국산 인삼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평가해야 할 때가 됐다. 소비량에 비해 생산량이 현격히 떨어져 수입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대중들이 중국 인삼은 고려 인삼에 비해 효능이 훨씬 떨어진다거나 효능·효과가 다른 것으로 계속 인식하고 있을 경우 한의계는 큰 타격을 입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당장 얼마 전 H약업사가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고 중국에서 쿼터용으로 들여온 인삼 18톤이 자칫 왜곡된 결과를 초래해 한의계를 난처하게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일선 한의사들은 “한의사들이 세운 업체에서 중국삼을 판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을 때 몰고 올 파장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한의사 M씨는 통신망을 통해 “요즘 같은 시기에 중국산 인삼은 양방뿐이 아니라 각 시민단체나 언론사의 좋은 먹잇감”이라며 “중국산 인삼으로 한의계 전체가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 정서상 이 같은 사태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H약업사도 광고 등 공개적인 방법으로 인삼을 판매하는 것은 중단한 상태이다. 그리고 독점권도 포기해 곧 다른 약업사 등을 통해서 이 인삼이 한의계에 유통될 것으로 보여진다. 현재까지 H약업사가 판매한 인삼은 약 2.4톤에 달한다.

문제는 중국 인삼의 질과 약효에 관한 것이다. 중국 인삼이 국내산에 비해 훨씬 질이 떨어지는 下품이거나 일부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효능·효과가 다르냐다.
현재 중국에서 재배되고 있는 인삼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리나라 인삼과 동일한 인삼(Panax ginseng) 그리고 동속 식물인 서양삼(Panax quinquefolium)과 전칠삼(Panax notoginseng)이다. 전칠삼은 중국 운남과 광서성 남부에서만 자라고 모양도 전혀 틀리며, 지혈작용을 하는 약이므로 관련이 적다.
화기삼이라고도 불리는 서양삼은 18C초 캐나다에서 처음 발견돼 중국 상인에 의해 들여와 약용 역사가 250여년에 불과하다.

그리고 현재 서양삼은 중국의 북부지역에서 재배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시험 재배해 본 결과 생장이 나쁘고 4년 이상을 살지 못하며 사포닌 성분도 인삼에 비해 현격히 떨어지는 것으로 연구돼 있다.

우리나라 고려인삼과 같은 품종의 인삼은 중국 흑룡강 지역과 길림성 등에서 대단위로 재배되고 있고, 일부는 GAP 공법을 이용하고 있는데 중국도 이들 Panax ginseng만을 약용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상태에서 우리나라 인삼과 중국 인삼을 비교하는 것은 “청양 구기자와 진도 구기자 중 어떤 것이 더 나은가를 비교하자는 것과 같다”고 모 한의대 본초학 교수는 지적한다.

이 교수는 직파냐 모종이냐 또는 경기도 강화産이냐 경북 풍기産이냐 정도의 차이가 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일부에서는 서양삼과 우리나라 인삼과의 차이만 부각시켜 상한론 시대부터 활용해 온 중국의 인삼을 모두 저질로 치부하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서양삼은 한의학에서의 말하는 인삼과는 다르므로 효능도 다른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게 학계의 공통된 견해다. 따라서 서양삼을 막연히 저질 삼으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약의 성질을 검증해 새로운 한약재로 활용할 수 있게 하고, 서양삼이 인삼으로 시중에 유통되는 것은 철저히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동안 소비되는 인삼의 양에 비해 생산되는 양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인삼은 1,270톤이고, 정식으로 수입된 양은 의약품용 18톤, 식품용이 35톤이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전체 소비량을 추정할 때 약 500톤가량이 밀수입돼 가공되거나 시중에 유통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중 서양삼이 상당수 섞여있을 가능성도 있다.

이제민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