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수 교수의 본초이야기21] 여지와 양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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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수 교수의 본초이야기21] 여지와 양귀비
  • 승인 2005.06.10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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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수 (동국대 한의대 명예교수)

중국의 廣東, 廣西, 福建, 雲南, 四川등 남방지역의 재래시장이나 식물원에 다니다 보면 망고, 바나나, 파인애플 등 다양한 열대과일이 많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밤알정도의 적갈색을 띤 여지(여枝)여라는 과일이 맛이 달고 향기가 있으면서 과즙이 많아 여름과일 중에 으뜸으로 친다.

이 식물은 무환자나무과(sapindaceae)의 여지(litchi chinensis sonn)라는 과실이다.
2~3월에 담황색의 작은 꽃이 피고 6~7월에 과실이 익으면 7월에 시중에 많이 출하된다.
그런데 이 과일을 판매할 때는 겉껍질이 두꺼워 가지와 과실을 분리할 수 있지만 분리하지 않고 나뭇가지가 붙어있는 과실을 그대로 판매하고 있다.

여지가 열매를 맺을 때 나뭇가지가 유약(柔弱)하고 꼭지가 단단하게 붙어있어 익은 과실을 가지에서 떼어내기가 힘들어 예리한 칼로 나뭇가지째로 잘라내어 놓게 되므로 옛사람들이 草 밑에 刀자를 세 개를 붙여 여지(여枝)라고 하였다고 한다.
이 과일은 중국 당(唐)나라 때 현종(玄宗)의 비(妃)였던 양귀비가 특히 좋아하여 그가 탄생한 생일날에 연주한 노래이름도 여지향(여枝香)이라고 하였다고 한다.

양귀비에게 여지를 바치기 위해 주산지인 남령(南寧)에서 여지를 말에 싣고 무더운 7월달에 수천리길을 달려 신선한 여지를 장안까지 공급하기 위해서 지역마다 역마(驛馬)를 두고 릴레이 식으로 달려 궁궐에 도착하여 신고하면 검사관이 나와 여지의 품질과 맛을 보아 더위에 상하지 않고 신선한 여지라면 통과되지만 만약 상했다고 판정되면 말과 배달꾼은 사형에 처하여 죽음을 당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과일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품질과 맛이 달라지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옛사람들이 ‘떨어지다’ ‘차이가 난다’는 뜻의 리(離)자를 붙여 이지(離枝)라고도 불렀다고 한다.
그 이유는 본래 여지가 달려있던 가지를 떠나 하루가 지나면 과일의 빛깔이 변하고 이틀이 지나면 향기가 떨어지고, 삼일이 지나면 맛이 변한다는 뜻에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여지는 국내에서도 고급 중국음식점이나 뷔페에서 후식으로 내놓는 것을 볼 수있는데 먹어보면 제 맛이 나는 곳은 한 곳도 없다.
그 맛은 역시 중국남방의 재래과일시장에 가서 사 먹어본 사람만이 그 단맛과 향기와 과즙이 흐르는 참맛을 즐기면서 양귀비가 왜 좋아 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남방지역 산지에서는 자두나무와 비슷하게 생긴 여지나무를 과수원이나 산간지에 많이 재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여지와 비슷한 무환자나무과에 용안육(龍眼肉)이라는 과실이 있는데 용안육은 여지에 비하여 육(肉)이 적고 향기와 과즙이 부족하여 여지 맛을 따라갈 수가 없다.
용안육과 여지는 과실나무이기 때문에 해거리를 하여 한해는 과실이 잘 열리고, 다음해에는 잘 열리지 않는 경우가 있다.

기후와 우량(雨量)에 따라 생산량이 달라지고 가격에 변동이 생긴다. 여지의 가격이 싸고 용안육의 가격이 비쌀 때에는 여지를 용안육과 같이 넣고 쪄서 용안육 대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품질을 알아보기 위해서 물에 풀어서 육의 두께가 두텁고 형태가 큰 것이 있으면 여지이고 작고 엷은 것은 용안육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여지육을 말려 약으로 이용한다. 맛이 달면서 신맛이 있고, 성이 따뜻하여 지갈생진(止渴生津)하고 이기지통(理氣止痛)하는 효능이 있다. 그러므로 번갈증(煩渴症)이나 위통(胃痛) 또는 대변출혈(大便出血)에도 쓴다.
특히 여지속씨를 여지핵(核)이라고 한다. 맛이 달면서 향기가 있고 떫은 맛이 있다. 성은 따뜻하고 온중이기(溫中理氣)하고 지통(止痛)시키는 효능이 있다.

방약합편(方藥合編)의 회향안신탕(茴香安腎湯)이라는 처방 속에 여지핵이 들어있다. 이 처방은 남자의 고환 양쪽 중 한쪽이 계란 알 정도로 커지면서 통증이 심하게 나타날 때 며칠간 이 처방을 복용하게 되면 고환의 통증과 염증이 치료되어 부종이 가라앉게 된다.
여지육과 여지핵은 과일과 치료약으로서 유명한 과실이지만 많이 먹으면 발열이 나타나고, 여드름과 같은 종기가 발생한다고 하여 중국의 처녀들은 잘 먹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이 약이 맛이 달고 무독한 과일이지만 음양속성(陰陽屬性) 중에 양(陽)에 속하는 약이라고 하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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