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한약조제기록부 판결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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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 한약조제기록부 판결 파문
  • 승인 2005.05.13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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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화사고 사각지대 만들자는 것인가”

한약조제약사가 한약조제기록부를 보관하지 않아도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와 한약과 관련한 우리나라 보건의료제도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다시 한 번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은 4일 한약조제기록부를 보관하지 않아 검찰로부터 벌금형을 받은 이 모 약사가 청구한 정식재판에서 “약사법의 정확한 근거 없이 유추해석만으로 처벌할 수 없다”며 무죄판결을 내렸다.

약사법에 조제기록부를 5년간 보존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으나 “한약은 조제기록부 보관대상이 아니다”라는 주장과 “이 규정은 의약분업으로 인해 신설된 조항으로 한방분업이 시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처벌할 수 없다”는 의견이 이 같은 판결이 나도록 한 것이다.

한의협 김동채 총무(재무)이사는 “이번 판결은 조제기록부를 보관하지 않은 게 문제가 없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법이 미비하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며 “정서적으로나 법 제정의 취지를 보더라도 잘못된 것이 분명한 이상 빠른 시일 내 법 정비를 이루어 국민보건을 위해할 불법의료행위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제기록부의 5년 보관을 의무화한 것은 약화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를 대응하고,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의료인인 한의사가 조제한 것은 기록을 보관해야 되는 데 비전문가인 약사가 조제해 판매한 기록을 보관하지 않아도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한의학을 전공하지 않은 양약사가 기형적으로 한약을 취급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조제기록부를 보관하지 않아도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는 약국을 약화사고의 사각지대로 만들자는 주장과 동일하다는 게 한의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서울 강서구의 모 한의사는 “약사가 한약의 조제기록을 보관하지 않겠다는 것은 환자를 진단을 하고 100방 처방을 무시해 의료인의 권리를 침탈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으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 건강”이라며 “의료인이나 약사의 입장이 아닌 소비자의 권리 차원에서 이번 사건을 바라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사고가 났을 때 의료인이 과실이 아님을 입증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시대적 상황을 무시하고 약사만이 기록을 남기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것은 특정 이익집단을 봐주기 위한 것이라는 여론이다.

이 모 약사는 지난해 말 보건당국의 약사감시를 받으면서 한약조제기록부를 보관하지 않아 보건소로부터 영업정지 3일의 행정처분을 받았다. 이후 형사고발이 이어져 검찰로부터 벌금형을 받자 법원에 정식 재판을 청구했었다.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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