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원 경기동향 지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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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원 경기동향 지수’가 없다
  • 승인 2005.05.0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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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인 한의원 운영과 회무 위한 필수요소
기준연도 설정, 점검항목 개발에 성패 달려

한의원 불황은 끝났는가? 아니면 아직도 불황이 계속되고 있는가? 양의사의 한약부작용 홍보로 한약소비량이 과연 줄었는가?
아무도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정답에 가깝다. 한의원 경기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지표가 없고, 통계를 산출하는 기관도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의사마다 자신의 입장에서 느낌으로 경기의 흐름을 짐작할 뿐이다.

심지어 한방관련통계는 정부의 공식통계에서 배제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방관련통계는 한의사 수와 한방의료기관통계를 빼고는 하나도 지정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다행히 보건복지부는 한방의료와 한약분야의 정책수립에 필요하다고 보아 올 2월에 ‘한의약분야의 통계지표 생산방안에 관한 연구’를 끝마쳐 통계지표 마련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 연구는 정부 내부의 참고용이어서 일선한의원의 경기측정지표로 활용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한의계 연구자들도 어려움을 호소하기는 마찬가지다. 보건복지부 통계지표 연구를 수행했던 이승연 교수(동의대 한방소아과학)는 “한의원 통계가 어려운 이유로 한의원 매출의 절대값을 알 수 없으며, 표준화가 안 돼 있어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들었다. 이와 함께 “법적 문제가 걸려 있어 한의사들이 의료기기의 사용실태나 자체 조제한 환산제의 통계를 밝히지 않는 것도 한의학통계의 부재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의학 통계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한의협을 중심으로 초보적이나마 한의원 경영분석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의협은 90년대 말 3년에 걸쳐 용역사업을 수행했으며, 2003년에도 실시한 적이 있으나 그 후로는 경영분석을 못하고 있다.

한의협의 한 관계자는 “경영수지분석을 매년 하면 좋긴 하지만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면서 회원의 경영에 대해서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만 파악하고 있을 뿐 회원의 경영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공식지표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 그 원인 중의 하나는 회원한의사에게도 책임의 일단이 있다고 지적했다. 불이익을 우려해서 한의사 스스로가 통계의 생산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사정이 이러함에 따라 한의계에서는 장·단기 통계 산출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개원한의사 C씨는 “공식적인 지표의 산출은 정부의 몫으로 하더라도 중·단기적으로 한의원 경기동향을 점검하는 체크리스트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한의원 경기동향을 모르고서는 한의원 운영을 합리적으로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한의계의 회무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인식에서다.
한의계에서 단기적 경기지표로 사용할 수 있는 통계로는 건강보험통계, 한약재 생산·수입물량, 한방관련기기의 생산·판매실적, 한약재 및 첩약의 택배물량 변동추이 등이 꼽혔다.

체크리스트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한편으로 부정적인 견해도 즉각 제기됐다. 단순히 늘었다 줄었다는 정도의 통계를 확보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비교의 기준이 되는 기준년도를 잡는 문제는 생각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약재의 생산, 수입, 소비량 추이분석도 현재로서는 산출이 불가능하다는 견해도 나왔다.

결국 현재 파악이 가능한 데이터는 분기별로 생산되는 건강보험통계와 택배물량 정도가 고작이라는 게 한의계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한의계의 관심은 체크리스트 마련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차원을 넘어 구체적인 점검항목을 누가,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 여부에 모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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