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신의 인도기행문1] 간디아쉬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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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신의 인도기행문1] 간디아쉬람에서
  • 승인 2005.03.18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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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의 양생과 흡사한 요양병원 시스템
의사 식이요법 처방따라 관장, 머드팩, 스팀배스 등 진행

누구나 기회가 되면 인도 가기를 원한다. 인도는 미지의 그 무엇이 있다. 하던 한의원을 정리하고 빈둥거리며 지내던 날 우여곡절 끝에 인도 여행이 현실화되었다. 떠나고자 마음 먹기는 쉽지만 실제 실행에 옮기기는 어렵다.
어찌됐든 아이들과 관계하고 있는 일과 사람을 한순간에 잘라버리고 아내와 둘이 인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여행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사람과 일을 만나는 일이다. 나를 둘러싼 것을 잊어버리고 나를 되돌아볼 기회를 갖는 것, 이것이 내가 정한 이번 여행의 목적이었다.

여행 준비를 하면서 인연이 될려니 뿌네(뭄바이에서 차로 3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도시. 고원지대이면서 분지형태로 되어 있어 인도에서 가장 살기좋은 도시 가운데 하나이다.)에 있는 한국인(두 선생님)을 알게 됐고 그 분을 통해 자연치료의학(naturopathy 우리나라에서 기존에 자연의학으로 소개되었던 니시의학과 다르다.)과 아우르베다를 중심으로 하는 간디아쉬람을 첫 번째 여행지로 삼게 되었다.

아쉬람은 우리식으로 말하면 ‘사원’이다. 이 아쉬람은 간디가 생전에 미국인 쉘튼의 자연치료의학에 감명받고 인도 민중들이 인도 고유의 의학으로 저렴하게 치료받아야 한다는 취지아래 만든 일종의 요양병원이다. 그리고 인도에서도 자연치료의학을 가장 시스템화한 곳이기도 하다.

인도에 가기 전에 인도의 의학 체계와 아우르베다에 대해 나름대로 공부하였다. 우선 뿌네에 있는 두 선생님의 배려로 아우르베다 의원에 가보게 되었다. 환자로 가정하고 진찰을 받는데 문진이 아주 자세하다.
잠은 몇시에 자고 일어나는지, 식사 시간은 몇 시인지 구체적으로 무엇을 먹는지, 하루 생활은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결혼생활은 어떠한지 등등 그 사람의 구체적인 일상을 꼼꼼이 챙겨 물었다.
그리고 누워서 복진을 하고 피부를 만져보고 맥을 짚는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소화기와 간이 약하다고 진단을 내리고 가루로 되어 있는 생약재를 몇 가지 조합해서 조그마한 첩지에 싸주면서 1주일 후에 다시 내원하라고 하였다.

아우르베다는 와타, 삐타, 카파로 체질을 나누고 특히 그 체질에 따른 음식섭취 방법을 중요시하며 진단과정은 체질에 따른 특징적인 병증을 찾는 데 중점을 둔다. 또 아그니라고 해서 소화기의 火가 충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도에서 아우르베다가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지 물어보니 서양의학이 당연히 주류를 이루고 있고 아우르베다는 만성병에 대한 4차 의료 또는 고급진료의 형태이거나 아니면 아주 저렴한 치료도 하지만 인도 국민들 자체가 의료혜택을 거의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이용율은 아주 낮다고 한다.
인도는 의약분업이 일반화되어서 진료와 투약을 따로따로 하지만 일반적으로 주로 약국에서 아우르베다 약이나 서양약의 일부를 사먹는 것이 의료이용의 관행인 것 같다.

간디아쉬람은 뿌네 시내에서 차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우룰리깐천이라는 외곽지역에 있다. 릭샤(택시와 같은 대중교통수단)를 타면 시외라 왕복요금을 주어야 하는데 300루피 정도한다.
이 아쉬람은 약 80명 정도 입원하여 요양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었고 원장선생님인 닥터 나살과 이야기해 보았더니 비만 환자가 주류를 이루고 있고 그 외 당뇨, 고혈압, 백반증과 비슷한 인도 특유의 피부병을 치료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이 아쉬람은 요양병원 시스템이다. 외국인과 내국인은 가격 차이가 있는데 보통 하루 묵으면서 아쉬람에서 제공하는 여러 서비스(요가, 마사지, 머드팩, 스팀 배스, 식이요법, 물리치료 등)를 받는 데 숙소에 따라 가격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400~500루피(만원에서 만5천원) 정도 한다. 물론 내국인은 이보다 훨씬 싸다. 이 아쉬람은 세계적으로 유명해서 우리가 묵을 때도 서양인들이 많이 보였다.

이곳을 방문하면 우선 등록을 한 후에 키와 몸무게를 재고 문진을 하는 설문지를 작성한 후에 의사에게 진찰을 받고 식이요법 처방을 받는다.
이 처방대로 하루 일과를 진행하는데 나의 경우에는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서 herbal tea를 마시고 요가 수련을 하고 전신 마사지를 받고 관장(enema)을 한 다음 과일 주스를 마시고 머드팩(mud pack 진흙을 배에 올려놓고 풍욕을 하는 것)을 하고 스팀 배스(steam bath 사우나에서 땀 내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됨)를 한다.
그리고 처방에 의한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한 다음 낮잠을 자거나 자유시간을 보내고 저녁을 먹고 산책 후 신에 대한 기도를 한 뒤 9시에 잠자리에 든다. 일체의 고기는 금하고 순수하게 생식에 가까운 채소만을 먹는다.

이런 프로그램을 보면서 한의학의 양생방법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이 프로그램은 간단하고 단순하고 유치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의미를 파고 들면 나름대로 아우르베다와 자연치료의학에 기반한 이론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그런 생각의 실마리를 한의학적인 방법으로 변형시켜서 얼마든지 진료에 활용할 수 있고 특히 앞으로 노인인구가 늘어나면서 한방요양병원 시스템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계속>

[편집자 주] 여행기간은 지난 1월 한달간이었으나 지면사정으로 게재가 늦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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