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한의사회장직을 떠나며 - 정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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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한의사회장직을 떠나며 - 정경진
  • 승인 2005.03.0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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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의료실현 청년한의사회는 1986 민주화 투쟁속에서 선배님들의 결의와 각오로 만들어진 자주적인 단체입니다. 그간 청한은 한의학이 서민들과 함께 하는 제도의 정비, 남·북의 화해와 용서를 위한 지원사업 그리고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활동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해왔습니다.
청한은 회원분들의 애정어린 비판 속에서 한층 도약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경주할 것입니다. 청한 회장으로서 2년간의 임기를 무사히 마치면서 한의학이 처한 현실과 방향에 대해서 생각해봅니다.

첫째 의료이원화에 대한 확고한 생각이 있어야 합니다. ‘일’과 ‘이’는 한의사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수리적 개념입니다. 일은 태극이요. 이는 음양이죠. 만물의 근본은 태극으로 자연에 존재하는 객관적 합법칙성을, 음양은 합법칙성을 만들어 나가는 주관적 실체입니다. 그래서 이는 만물의 부모요 변화의 요소라 하였지요. 의료이원화는 본디 성질이 다른 것을 기본으로 삼습니다. 21세기로서의 진보는 다양성과 개별성이 보장되는 사회를 지향합니다. 마찬가지로 한·양방이 지향하는 태극은 같으나 생명을 고양시키는 방법과 질병을 퇴출시키는 방법으로 태극에 접근하며 방법은 포지티브냐 네가티브냐의 차이에 기인 할 뿐입니다.

둘째 자기 학문에는 긍지를, 타학문에는 배타적이지 말아야 합니다. 면허의 종별만 다를 뿐 (한)의사는 목적이 뚜렷합니다. 면허는 형식적 구별일 뿐 중요한 것은 겸손과 과학적인 학문자세 그리고 사회적인 논리습득을 위한 학문교류입니다. 학회활동에 대한 무관심과 질 저하, 개원의들의 사설강습 난립 등 한의계의 학술풍토는 그리 바람직하지 않는 모습이지요. 국가의 의료체계에 편입하는 과정은 주체들의 노력과 국민들의 선택이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셋째 의료가 의술로서 자리잡기 위해서는 국민들과 소통하는 도구가 제한적이지 않아야 합니다. 한국의 강제적 건강보험제도 체제에서 한의의료의 경우 침·뜸·부항은 전면적으로 보험체계에 편입돼있고 약재는 단미엑기제 이외에는 빠져있습니다. 한의의료는 엑기스산제 이용률 저조의 극복과 한약제제의 다양화 및 첩약의 보험화가 되지 않는다면 접근성의 차단으로 고사되는 지경에 빠집니다. 국민들과 호흡하는 의학이 될 것인지는 정책적 입장에 따라 결정됩니다. 건강권 확보가 중요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이 시점에서 한의학의 방향에 대한 정책적 결정은 시급하고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양의의 발전모델인 전문성과 배타성을 따를 것인지, 대중성을 따를 것인지에 대한 논의와 함께 급여 방식에 대한 논의도 필요한 시점입니다.

넷째 한의사가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하고 기부하는 문화적 조성이 필요합니다. 민주화 될수록 권력조직이 아닌 언론이나 시민단체가 강화되는 것은 세계의 공통된 현상입니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완성되고 내용적인 민주주의 시대로 접어드는 과도기상태에서 시민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지는 것은 그 사회의 민주화 수준을 판별하는 척도가 됩니다. 다른 여러 세력을 인정하면서 사회적 의제를 누가 전취해내느냐에 따라 권력을 갖는 민주주의의 훈련인 셈이죠.

다섯째 어려울수록 기본과 원칙을 생각하는 한의사가 되었으면 합니다. 1994년 한약분쟁을 통해서 한의사는 이미 기득권층에 진입했습니다. 기득권층과 기층 민중들 간의 정서가 멀어질수록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들어갑니다. 그러한 차원에서 YMCA파동이나 불량 한약재문제를 접근해 볼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의사에게도 먹고 사는 문제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먹고사는 문제와 단지 돈이 많았으면 하는 생각과 선을 분명히 그어야 합니다. 돈이 목표는 될 수 없지요. 한의학은 유불선을 근본으로 삼는 의학체계이지 돈을 숭배하는 의학체계는 아니니까요.

회원여러분들의 번창과 건강을 기원하면서 아울러 민족의학신문의 무궁한 발전이 있기를 바라며 청한과 저를 아는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정 경 진
경기 정경진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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