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101> - 『眼花篇』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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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101> - 『眼花篇』②
  • 승인 2024.04.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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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얼굴 마당에 그려진 明堂자리

  며칠 동안 볕이 따가울 정도로 성큼 더위가 다가서더니, 이젠 봄비가 내려 촉촉하게 대지를 적시고 있다. 사실 우리가 한 해를 춘하추동 4계절에 따라 나누고 한서온량으로 기후를 구분 짓고 있지만 같은 계절이라 할지라도 날씨 변화를 예측하기 어려우며, 심한 경우 하루에도 기온차가 20여도 가까이 오르내리기도 한다.

◇ 『안화편』
◇ 『안화편』

 그래서인지 이 책 전반의 사암침법 병증치법편 다음에는 오운주병과 육기주병, 그리고 五臟主藏神不可傷傷則死 같은 천지오운육기에 관한 항목이 이어지고 있다. 또 정영수경합 오수혈표도 도해로 작성되어 있다. 그리고 流注略抄에서는 각 12경락별 주요 경혈의 혈성과 오행속성, 개혈시진 등이 상세하게 정리되어 있다.

  이어진 12경허실론에서는 오장육부별 허증과 실증 증상이 조목별로 열거되어 있으며, 대표처방도 적어 놓았다. 또한 곧바로 이어서 각 처방의 방제구성까지 일일이 기재해 둠으로써 즉시 활용이 가능하다. 뒤이은 맥결에는 강목과 맥결, 입문, 내경에서 뽑아놓은 문구들이 조합되어 있는데, 이들 의서에서 인용한 몇몇 문구만으로도 훌륭하게 한편의 맥론을 펼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맥결에는 먼저 六部脈圖가 그려져 있다. 좌수맥인영과 우수맥기구로 나누어 좌우측 손목의 執脈처를 간단하게 표시하였는데, 촌관척 부위별로 소속장부와 오행속성을 기재해 놓았다. 특별히 손바닥을 手掌이라 표기하지 않고 勞宮이라고 적은 것이 눈에 띄는데, 앙증맞은 손바닥 그림은 단순하고 개략적으로 그린 개념도에 가깝지만 필요한 내용을 빠트리지 않고 꼼꼼하게 모두 담아냈다.

  맥결의 해당 부분을 읽다보니 어딘가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어 찾아보니 『동의보감』외형편 맥문의 내용 가운데서 脉者血氣之先, 寸口者脉之大要會, 六脈陰陽錯綜, 人迎氣口脉, 寸關尺合一寸九分 등 항목을 발췌 인용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묘하게도 제목이 脉者氣血之先, 寸口者肺之大要會라고 자구가 바뀌어있다.

  이것이 단순히 전사할 때의 오류인지 편집자가 자신의 의견을 담아 의도적으로 바꿔 넣은, 의미가 있는 변형인지 뜯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육부맥도에서도 진맥부위의 소속장부에 문자가 다른 곳이 있음을 찾아냈다. 우수척부의 명문이 심포로 바뀌어 있다. 또 좌우맥의 장부배속에 소장과 대장이 구분 없이 ‘䏚’로 대체되어 있는데, 어떤 의도를 담은 것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맥결 본문 가운데 1장이 뜯겨져 나간 흔적이 보인다. 『동의보감』맥문의 해당 부분과 비교해 볼 때, 결손된 낙장에는 대략 脉字有義조로부터, 診脉有法, 下指法, 脉動有準조에 해당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또 27맥 이하 맥상과 상반맥, 오장맥, 육부맥, 사시맥, 촌관척소주, 인심구후맥까지 동일하게 이어진다. 다만 상반맥 앞에 相類脉조가 빠져 있기에 어찌된 일인가 했더니, 다행이 뒷장 여백에 추록한 것이 보인다.

  수족12경맥의 공혈과 유주를 표시한 경맥도 역시 흥미롭다. 수장과 수배부를 俯手, 仰手로 명명하였고 족배와 족장 역시 仰足, 俯足으로 표기했다. 양수의 주관절 이하, 양족의 슬관절 이하만 잘라서 요혈과 주행경락을 간략하게 기재한 것이다. 이어 面明堂部位도가 그려져 있는데, 『동의보감』면문 수록 명당부위도에 두면부 경락경혈과 審病門의 명당찰색을 창의적으로 결합한 것이다.

  이어진 膺部左右七行圖는 흉부 경락경혈의 위치와 순행을 나타낸 모식도인데, 가로로 兩乳間을 8촌으로 비정하고 경혈간 혈위를 표시하였다. 마찬가지 방식으로 복부도는 폐골부터 회음까지, 배부도는 대추부터 미골까지를 대상으로 혈위를 표기한 것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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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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