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치-병 협회장 “비급여신고 의무화, 논의 조차 되지 않은 졸속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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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치-병 협회장 “비급여신고 의무화, 논의 조차 되지 않은 졸속 행정”
  • 승인 2021.05.04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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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what@mjmedi.com


“지금도 진료 전 환자에 내용 인지 시켜…국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정책”
”시행 시 행정 부담 과중…의료인 이용해 비급여 의료 데이터 활용하려는 의도 아닌가”
◇(왼쪽부터)홍주의 대한한의사협회장, 정영호 대한병원협회장,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 이상훈 대한치과의사협회장이 기자회견 후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홍주의 대한한의사협회장, 정영호 대한병원협회장,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 이상훈 대한치과의사협회장이 기자회견 후 손을 맞잡고 있다.

[민족의학신문=김춘호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비급여 진료비용 신고 의무화와 관련해 한의협-의협-치협-병협 등 4개 단체 협회장들이 “의료단체와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졸속 추진이며 즉시 중단해야 한다”며 한소리를 냈다. 

대한한의사협회와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는 4일 용산 전자랜드홀에서 ‘비급여 진료비용 신고 의무화 정책추진 재고 촉구를 위한 의료 4개 단체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이 같은 목소리를 냈다. 

홍주의 대한한의사협회장은 “정부 정책대로라면 오는 6월까지는 비급여진료비 자료 제출 기간이다. 이는 심평원에 행위별로 등록을 하는 것이고 6월 이후에는 환자에게 진료한 행위를 공개하라는 것이다. 이는 심각한 문제다. 우리는 이미 환자들에게 진료 전 관련 내용을 인지시키고 있다”며 “모든 비급여 행위를 보고하라는 것은 단순히 행정 편의적인 발상이며 이는 의료인을 단순 행정 요원으로 활용해 비급여 의료 데이터를 취합하려는 정부의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비급여 진료비 현황조사는 졸속으로 되고 있다. 어떤 항목을 공개하기 위해서는 행위 및 정의가 구체화 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도 공개하라고 한다. 분류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보고하라는 것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상훈 대한치과의사협회장은 “치협은 10여 년 전부터 사무장 의료기관과 전쟁을 치르고 현재도 유지하고 있다. 의료는 상품화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라며 “가격만 좇다 보면 결국 과잉진료 및 부실진료로 이어진다. 국민들이 가격을 비교해가면서 의료 쇼핑을 하는 것은 의료가 무너지고 의료 영리화가 되는 전초전이다. 의료인의 편의만을 위해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을 위해서도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지금은 코로나19 방역에 전념을 다해야 할 시점이다. 정부의 신고의무와 관련해 전문가 단체와 소통과 논의가 필요하다”며 “일선 진료현장에서 엄청난 혼란이 일어 날 것이고 국민 개인정보 유출도 심각하다. 의원급은 직원이 1~2명이다. 비급여 신고를 했을 때 행정부담이 굉장히 과중된다. 정부는 4개 단체와 심도싶은 논의 이후 정책이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영호 대한병원협회회장은 “비급여의 밝은면조차 사라지는게 아닐까 우려된다. 어두운면 만을 강조한다면 국민들이 의료기관에 갖는 불신이 커진다”며 “의료기관이 비급여로 돌리는 것은 경제적인 이유와 재정적인 이유가 많다. 재정적인 문제가 뒷받침 되지 않은 상태서 정책을 시행하면 오히려 결국 국민들이나 의료기관이나 보건의료 전반적인 수준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만큼 의료 접근성이 뛰어난 곳은 없다. 정부는 더 실질적이고 실무적인 협의를 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비급여 진료비용 신고 의무화 정책추진의 재고를 요구하기도 했다. 

4개 단체는 공동성명서를 통해 “정부의 방침에 따르면 공개대상기관이 지난해 병원급 3925곳에서 올해에는 의원급을 포함한 6만 5464곳으로 늘어나고 공개항목도 지난해 564개서 올해 616개로 늘어난다”며 “그러나 비급여 진료는 공과(功過)가 있다. 즉, 현재에는 비급여 진료에 대해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라는 측면이 유난히 부각되고 있지만, 비급여 진료가 과거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 도입 당시부터 이어져 온 고질적인 저수가 정책하에서도 우리나라 의료를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데 상당한 동기를 부여해온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제대로 된 평가없이 도덕적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 특히 비급여에 의존하지 않고는 의료기관 운영이 불가능한 고질적인 저수가 구조는 그대로 둔 채 성급하게 비급여 진료비용 신고 의무화만을 추진한다면 이는 의료 붕괴라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밖에 없다”며 “정부가 비급여에 대해 과(過)만을 부각하여 통제 일변도의 정책만을 취한다면 이는 현행 건강보험 제도의 근간이 되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의 유지 근거를 정부 스스로 훼손하는 모순을 발생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더 큰 문제는 관련 법령 개정 과정 당시 비급여 의무 신고 제도 강행으로 국민이 가지게 될 불안과 의료기관의 과도한 행정부담 등 심각한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었다는 점”이라며 “산부인과, 비뇨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등 환자의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예민한 개인정보의 노출을 스스로 보호하기 위하여 비급여 진료를 받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의원급 의료기관의 인력 상황 등을 감안하여 의료계 4개 단체와 정부 간의 협의를 통해 일정 규모 이하의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비급여 보고 및 공개 사항을 강제조항이 아닌 임의조항으로 규율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이뤄지도록 하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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