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변해야산다① - 왜 변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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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변해야산다① - 왜 변해야 하는가
  • 승인 2004.07.09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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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에 밀려 50년간 내적 준비 소홀
한의학 신뢰도 하락, 경기는 곤두박질 … 바닥정서 악화
위기의 실체를 모르고 있다


■ 연재순서 ■
① 프롤로그 - 왜 변해야 하는가?
②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갖자
③ 회무를 전문화하자
④ 다양성 있는 한의계를 만들자
⑤ 한의사의 길을 가자


약대 6년제 합의 파동을 겪으면서 한의계가 흔들리고 있다. 한의계의 여론이 분열되고, 정책라인은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약분쟁 이후 향상된 한의계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한의계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정체성을 상실하는 것은 아닌지 회의적인 분위기도 깊어만 가고 있다. 이러다가는 한의학의 기반이 완전히 붕괴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
내부도 분열하고 있다. 전문의 개선대책이 시원스럽게 풀리지 않으면서 회원 사이의 골만 깊어지고 한의계 내부의 역량이 집중되기는커녕 한의계의 힘을 소진시키는 주범이란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을 뿐이다.
본지는 창간 15주년 기념특집의 하나로 ‘변해야 산다’는 주제로 5회간의 연재를 통해 최근 한의계에 만연된 위기의 실체를 진단하고, 변화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 <편집자 주>


◇ 위기는 남의 탓인가?

큰 일이 발생할 때마다 한의계는 “왜 우리 편이 없는가?” 절감한다. 사실 그렇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한의사가 기대고 의지할 언덕이 없다.
인접단체도 하나같이 한의계와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단체일 뿐 협력과 상생을 기약할 수 있는 단체는 없다. 우선 입법부의 경우를 보자.

기대고 호소할 국회의원도 하나 없다 보니 법안 하나 통과시키려면 발이 부르트도록 국회를 드나들어야 한다.
선거 때만 되면 침구사법 막기도 벅차다. 표를 앞세운 침구사의 목소리가 1만명에 불과한 한의사단체보다 더 호소력있게 들리기 때문이다.
모순으로 가득찬 약사법 한 조항 개정하려해도 약사회와 의사회의 반대로 한의계 단독의 노력으로는 개정이 불가능했다.

94년 이전에는 더욱 어려웠다. 오로지 약사법 시행규칙 제11조 제1항 제7호 한 줄로 약사의 한약조제를 막아왔다.
그 후에는 여건이 다소 나아졌지만 여전히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대통령 공약인 한의약육성법조차 국회 통과과정에서 구멍이 숭숭 난 누더기로 변질되었으니 다른 법률의 개정은 더 말할 나위 없다.

행정부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정부는 한의약 육성을 천명했으면서도 의약분업으로 고사직전에 있는 국내제약산업을 살리는 수단으로 한의약을 이용할 뿐 기초 한의학의 육성을 통한 한의약의 발전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듯하다.

한방의료는 또 어떤가? 양방 의대와 약대는 국립대가 수십여개가 되는데도 한방은 11개 한의대 모두 사립대인 것만 봐도 정부의 양방 편향적인 정책기조를 읽을 수 있다.
정부는 한의계가 반발하면 단서조항을 삽입해 법률 한두 조항을 고쳐 한의계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방향으로 법을 변질시키거나 약간의 명분을 주는 선에서 반발을 무마해왔다.

한의계는 대외적인 갈등의 한 복판에 서있으면서 대내적으로도 수많은 갈등요소를 안고 있다.
전문의제도로 한의계 내부가 갈려 내부적 단합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되고 있으나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약재의 생산·유통·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주기적으로 언론에 폭로돼 한의계 전체가 융단폭격을 받고 있다.

현대적 진단장비 하나 활용 못해 한의학의 신뢰도가 하락하는 것은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경제적 측면의 어려움은 보다 직접적이다. 한방의료기관의 불황은 점차 장기화되고 있다.
국내경기가 호전돼도 한방의료기관의 경기가 곧바로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이 없다.
경기가 어렵자 한의단체의 회비징수실적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한의사의 바닥정서가 극히 악화되고 있다는 지표다.

한 마디로 한의학은 대내외적으로 위기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한의계는 위기라고는 생각하고 있으나 위기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위기의 원인을 외부적 요인으로 돌리는 데 익숙해온 탓에 원인분석이 안 되어 있기 때문이다.

◇ 내부역량강화 시스템 부재

사실 한의계는 위기해결책으로 늘 외부지향적인 대책에 몰두해왔다. 무슨 일만 터지면 국회로, 보건복지부로 달려가기 바빴다.
회장의 회무는 대부분 이들 기관과의 접촉과 관련이 있다. 사무국의 편재도 이런 목적에 치중돼 있다.

반면 한의사 사회 내부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방향을 수립하며, 한의사 내부의 여론을 수렴해서 정책에 반영하는 일련의 시스템 구축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관심을 가질 겨를이 없었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척박한 한의계 주변 사정은 근본적인 대책을 한가한 생각으로 치부했다.

전시에는 비상대책으로 대응하고, 평시에는 형평성을 내세워 요구하는 회무방식에 익숙한 나머지 한의단체는 한의학제도를 수호해왔을지언정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결국 한의계는 눈앞에 닥친 현안을 풀기 위해 인적, 재정적 여력을 총동원한 나머지 내적 개혁이나 내부의 에너지를 모으는 구체적인 대책을 수립하지 못한 채 지난 50년을 낭비했다는 뒤늦은 탄식을 자아내고 있다.
이런 관성으로 가다가는 다가오는 50년도 지난 세월의 전철을 밟지 않겠느냐는 위기의식이 한의계를 휘감고 있다. <계속>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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