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계획의 중요성
대개 개원이나 증개축을 위해 인테리어를 할 때 여유 있게 비용을 책정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예산 가운데 줄일 수 있는 부분을 찾게 되고, 결국 무언가를 희생해서 인테리어를 진행합니다. 아직도 환경계획은 그 희생의 영역이 되고 있습니다. 이미지와 건강에 가장 직결되는 부분인데도 예산계획에서 후순위로 밀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 기사를 쓰면서 지금까지 한의원 인테리어를 해 온 견적비용을 다시 한번 검토 해보았습니다. 전체 견적에서 설비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일반 상가건물에 입주하는 한의원 인테리어의 경우 설비공사는 5~10%에 불과했습니다. 냉·난방 설비를 합해도 20% 내외에 불과했습니다.
이 비율은 기존건물이 갖는 건물구조상의 문제로 환경계획을 하고 싶어도 못해서 나온 결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비용상의 문제로 그만큼 환경문제를 생략하고 넘어간 경우가 많다는 것을 말해주기도 합니다.
환경계획을 무시한 인테리어공사는 대개 두 가지 비용을 다시 부담하게 됩니다. 시설보수비용과 환경개선비용입니다. 이제는 그만한 시행착오가 아니더라도 치료환경 자체가 주는 플라시보 효과를 생각한다면 디자인프로세스에 치료환경과 함께 환경계획을 검토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 오·배수설비의 문제점
한의원에 은은한 한약 냄새가 아닌 이상한 냄새가 난다! 정말 곤혹스러운 일입니다. 오·배수설비 공사에 해당하는 악취문제는 기술적인 것과 구조적인 것이 있습니다.
먼저 악취가 역류하는 경우입니다. 세면기의 하단을 보면 S자형으로 배관재가 돼있는데, 이를 ‘트랩’이라고 합니다. 트랩의 목적은 악취제거입니다.
하지만 이 트랩의 봉수가 깨지면 악취가 거슬러 올라옵니다. 악취제거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트랩기능이 온전해야 하고, 통기관(通氣管)을 설치하여 악취를 제거함과 동시에 트랩의 봉수가 깨지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대개 악취냄새의 주원인은 건물자체 구조에 있습니다. 오래된 건물의 경우 건물자체 정화조에 맨홀이나 통기관이 없는 경우 악취를 근본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는 건물주에게 시정을 요구하는 것이 우선이고, 약식으로나마 화장실에서 실내로 들어오는 부위에 트랩을 설치하고 통기관을 설치해서 악취를 차단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냄새를 빼내고 환기를 위해서는 자연 배기가 제일인데, 이를 위해서는 설계단계에서 공간의 배치방향과 문과 창문의 설치계획을 고려해야합니다. 요컨대 환경계획은 공간계획에서부터 검토하고 설계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 냉·난방의 선택
난방방식을 선택할 때는 비용과 공기(工期) 등을 따지는데, 이보다는 쾌적한 환경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러 난방방식 가운데 환경과 내구성 등을 고려해볼 때 가장 좋은 것은 바닥난방 방식입니다.
현대 건축에 바닥난방이 응용된 계기를 보면 우리 경우에 남다른 의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미국 근대건축의 아버지로 불리고, ‘낙수장’을 지어 더 유명한 F. L. 라이트는 온돌을 보고 과학적 난방방식이라 감탄을 했고, 거기에서 힌트를 얻어 파이프와 뜨거운 물을 이용한 현대적인 난방방식을 개발 보급했습니다.
서구의 웰빙문화나 우리의 황토방이나 온돌방의 효과를 생각한다면 바닥난방 방식이 가장 좋습니다. 바닥난방 공사과정이 번거롭고 하자가 발생하기 쉬워서 인테리어 업자들은 꺼려하지만,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된 방식이고 상청하온(上淸下溫)하여 쾌적한 환경조건에 제일 잘 어울리는 방식입니다. 바닥미장을 할 경우 바닥상태가 고르지 못하다면 ‘셀프레벨링’을 하면 해결할 수 있습니다.
냉방 방식으로는 먼저 자연송풍을 고려하고, 냉방기로는 에어컨이 무난합니다. 지금의 에어컨은 더위만이 아니라 습기 때문에도 설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에어컨의 경우 냉·난방기 겸용은 기능 전환 시 고장발생의 가능성이 있기에 겸용보다는 분리형이 좋습니다.
그리고 요즘 많이 설치하는 인버터 매입덕트형 냉난방 겸용기의 경우, 천장 속에 완전 매입하는 것이기에 하자보수나 공기청정 및 필터교체가 어려워 곤란을 겪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용기간을 생각한다면 하자보수가 가능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 탕제실 환경계획
탕제실은 배기와 설비 등의 문제가 제일 집약된 곳입니다. 정상적인 건물일 경우 배기덕트 라인은 화장실 배기덕트로 연결해야 합니다. 화장실라인은 건물 내 배기덕트 라인과 별개로 돼 있기 때문입니다.
탈취기능을 겸한 배기시설을 간단히 만드는 방법은 기존의 음이온 촉매 공기정화기를 필터로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이 경우 덕트재료는 FRT를 사용하여 음이온이 금속의 양이온과 결합하여 쉽게 중화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약탕기 스팀의 경우는 공랭식 배기관을 설치하거나 수랭식 저장조에 스팀을 집어넣어 용해시키는 방법이 있습니다. 탕제실에 공업용 환풍기를 설치하여 배기가 잘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공기가 유입되도록 도어나 벽체에 그릴형 흡입구를 내주어야 합니다.
이러한 방식을 갖춘다면 탈취율을 95%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간혹 후드설치가 되어야 하지 않는가 하고 묻는 경우가 있는데, 흡입모터를 천장에 매입 설치하면 후드를 설치할 필요가 없습니다. 왕뜸이나 항아리 뜸의 경우 쑥뜸 연기가 공기보다 무거우므로 상하 이동이 가능한 전동식 디퓨저를 설치해야 합니다.
탕제실 난방은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만일 난방을 하고 싶을 경우 라디에이터가 실용적입니다. 바닥에 난방배관을 할 경우 방수층이 깨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탕제실에 쓰는 배관재는 금속(동관)관이나 상수용 배관재를 사용하여 변형이나 누수를 막아 주어야합니다. 노출배관으로 하면 비용도 저렴하지만, 한약재 성분 중 PVC배관의 접착재를 녹이는 성분으로 인한 하자보수도 쉽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공조설비의 경우 대개 함석(아연도금관)을 사용하는데 이때 평당 12만원의 비용이 듭니다. 그래서 비용 문제로 자바라 주름관 덕트를 약식으로 사용하는데, 이 방식은 덕트 청소가 어렵고 자연 환기를 병행시켜줘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쾌적함과 환경치료를 생각한다면, 환경계획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습니다. <계속>
김 도 환
아반디자인 대표, 02)323-5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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