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 금새 지나갔습니다. 공휴일 덕분입니다. 월초의 ‘근로자의 날’과 ‘어린이날’, 월말 ‘석가탄신일’도 모자라 중순에는 ‘개교기념일’까지 들어 있어서 그야말로 훌쩍 지나간 것입니다.
월급쟁이 입장에서야 휴일 많은 것이 절대 기분 나쁠 리 없지만, 가뜩이나 경기도 좋지 않은 마당에 놀고 먹으려니 이 또한 개운치가 않았습니다. 그런데 공휴일 많은 5월을 보내며 이런 생각을 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이 역시 인간으로서의 ‘본성(本性)’ 때문일까요.
우리 한의학은 동양의 유교·불교·도교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또 그 반대급부로 이들 유(儒)·불(佛)·선(仙)의 세 종교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따라서 이 종교들에 대한 식견이 풍부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한의학 이해가 훨씬 수월할 것입니다. 헌데 나처럼 불교신자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한의학도는 역시 불교에 가장 어두울 것 같습니다. 유교는 공·맹(孔·孟)으로 대표되는 사서(四書)를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워낙 유교적 전통이 흐르는 나라에서 사는 지라 어느 정도 체득하고 있지 않습니까. 또 도교도 노·장(老·莊)을 따로 섭렵하지 않았더라도, 『동의보감』에 실린 『황정경(黃庭經)』의 몇몇 구절은 이미 접하지 않았겠습니까.
이런 점에서 ‘하룻밤에 읽는 불교’는 불교에 문외한인 나와 같은 한의학도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책이라 여겨집니다. 지은이 ‘소운’ 스님이 2,500년의 불교 역사와 여러 가지 불가(佛家) 사상들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잘 정리해 놓은 덕택입니다. ‘박이정(博而精)’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초보자 입장에서는 ‘정이불박’보다는 ‘박이부정’쪽이 더욱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책은 크게 2부로 나뉘어집니다. 1장부터 5장까지 1부에서는 인도·중국·우리나라·일본·티벳 등 동양 5개국의 불교를 역사적 관점에서 정리한 내용을 담고 있고, 6장부터 12장까지 2부에서는 초기불교·중관(中觀)·유식(唯識)·화엄(華嚴)·천태(天台)·선(禪)·정토(淨土) 사상 등 불교의 주요 사상들을 정리해 놓았습니다.
아울러 100여장에 가까운 그림·도표·사진 등이 들어있어 어렵게 느껴지는 개념들이 쉽게 이해될 수 있도록 하였는데, 이 과정 또한 ‘학인(學人)’으로서의 자기 주장을 담지 않음으로써 불교의 역사와 사상을 객관적으로 습득할 수 있도록 배려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한마디로 불교사와 불교사상의 모든 것을 총 망라한 대중 개론서로 손색이 없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인간인 까닭에 생로병사(生老病死)의 네 가지 고통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겠지만, 이 고통에서 해탈할 수 있는 여덟 가지 방법(올바른 견해·마음가짐·언어·행위·생활·노력·기억·선정)은 스스로에게 달려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를 다 인식한 뒤 실천하는 것은 혹 또 다른 집착이 아닐런지요.
안 세 영
경희대 한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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