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진 특파원 캐나다 현지 취재기(5·끝) - 종합
상태바
김승진 특파원 캐나다 현지 취재기(5·끝) - 종합
  • 승인 2004.03.29 15: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수입은 많지 않아도 사회환경엔 만족”
한의원 경영의 핵심요소는 치료기술·언어·태도
도피성 이민은 금물 … 일단 이민하면 후회 말아야

사진설명-한의원에 비치된 명함꽂이. 교민간 상호 유대의식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이민의 역사를 더듬어보면 이민은 이런저런 이유로 새로운 삶을 개척하려고 떠나는 게 일반적이다. 캐나다의 이민도 1970년대까지는 경제적 곤궁상태를 탈피하기 위한 경우가 많았다. 1990년대 이후부터는 우리 사회에 불어닥친 정치 사회적 혼란을 벗어나기 위해 캐나다를 선택한 경우가 많았다.

한의사들도 처지는 마찬가지였다. 한국에서보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캐나다로 간 경우는 거의 없을 정도로 한의사의 캐나다 이민은 경제적, 정치적 동기가 전혀 없었다. 이른바 환경형 이민이 주류를 이룬다. 여기에 더해 자녀의 교육이라는 한국인의 지상명제가 이민을 가속화시켰다.

△ 이민 권유 찬반 엇갈려

캐나다 정부의 이민정책은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데 있다. 자원은 많아도 인구가 적어 큰 땅덩어리를 경영하기 어렵자 이민정책을 편 것이다. 경제난을 해결하는 또하나의 타개책은 교육정책이다. 인접한 미국경제에 휩쓸리지 않고 사회복지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수준높은 교육정책이 자리잡고 있다.

캐나다사회가 이민자와 유학생을 환영한다고 해서 그들에게 살아갈 터전을 마련해 주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이민자를 자본과 business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제한했다. 기술이 있으며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만을 선택했다.

이렇게 해서 이민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막상 살아가자면 많은 어려움에 부딪친다. 96년에 이민 왔다는 M 원장은 “외국에 나와 살아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자신은 다른 사람들이 이민 오는 것을 권유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한국에 비해 캐나다에서는 수입이 그리 많지 않아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할 뿐더러 주류사회에의 편입도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이 원장은 150여년의 이민역사를 거쳐 이제 겨우 주류사회에 편입되기 시작한 이태리계를 예로 들어 적어도 이민 1세대는 희생을 감수하며 2세, 3세를 기약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도피적 이민은 100% 실패한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이에 비해 이민을 적극 권장하는 한의사는 “(해외로) 나오지 않으면 고립된다”고 말한다. H 원장은 “세계적 개방추세에 발맞추어 나올 수 있는 사람은 나와야 힘이 모아진다”면서 “고생스럽더라도 나오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수입은 많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돈 가치가 있어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캐나다에서의 생활이 그리 나쁘진 않다는 것이다.

△ 침에 자신 있는 사람이 유리

아무리 돈에 욕심을 내지 않아도 돈 없으면 살아가기가 어려운 게 캐나다이다. 적어도 먹고 살 정도는 돼야 쾌적한 환경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의원 운영에 대한 정보는 필수적이다.

캐나다의 한의원은 이민자의 경제력이 떨어져 고급 서비스를 소화하지 못하는 탓에 한국만큼 치료분야가 전문화되지 않았으며 백인환자비율도 10~20% 정도에 불과하다. 또한 한방은 의료보험이 되지 않는다. 다만 직장단체보험, 교통상해보험, 직장산재보험, 여행자보험 등 사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한방치료시 혜택이 있을 뿐이다. 1차질환은 가정의가 거르고, 교민들은 힘든 직업에 종사하다 보니 만성질환으로 한의원을 찾는 환자가 많다. O 원장은 이렇게 말한다.

“한의원을 잘 운영하려면 두루두루 알아야 하지만 특히 침에 자신 있는 사람이 와야 할 것입니다.”

한의원은 시설·장비를 배편을 이용해 운반해오고 건물의 구입 혹은임대는 컨설턴트나 부동산중개업소를 통하는 방법이 있으며, 세금은 회계사와 협의하는 식으로 해결한다. 그밖에 면허시험이 있는 주는 면허시험을 봐야 하고, 자격증으로 대체하는 주는 시청에 가서 주정부가 발급하는 자격증을 취득하면 된다. 필요하면 경험을 가진 한인한의사의 도움을 받으면 수월하다. 그러나 이곳 한의사들은 신규 이민자들을 도와줄 여유가 없는 형편이어서 최종적으로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 성공하는 이민생활을 위하여

자신의 삶의 터전을 버리고 전혀 환경이 다른 나라에 가서 산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것도 성공하는 삶이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적으로는 기술이 중요하다. 환자를 잘 치료하는 일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그러나 치료는 한의사라면 누구나 기본적으로 잘 해야 하므로 논외로 친다면 그 다음으로 중요한 요소는 언어능력과 환자를 대하는 태도다. 언어는 알아듣고 말할 수 있으면 되지만 정서적 교감을 나눌 수 있으면 더욱 좋다. 의료인이라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태도는 한국적 분위기에 젖은 한의사들이 간과하기 쉬운 대목이다. 캐나다라는 나라는 의사가 존경받는 나라이므로 의사가 의사다운 자질과 덕성을 가질 것을 기대한다. 환자입장에서도 성실한 자세가 절대적이다. 그래야만 한인한의사의 절체절명의 과제인 백인주류사회로 진출할 수 있다.

아울러 한의사끼리 돕고 협조하는 가운데서 개인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 특히 이민사회에서는 그렇다.

그러나 어떤 유형의 사람이 성공하고 실패한다고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다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캐나다사회를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스스로 그 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된다면 성공의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고 하겠다. 한 한의사의 충고는 캐나다 이민자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를 시사해준다.

“이민 여부는 개인이 판단할 문제이지만 일단 오면 열심히 살고 후회하지 말아야 한다.” <끝>

필자 = 본지 취재부장


▷ 고침 ◁
403호(연재 1회)에 게재된 이재권씨 신분은 외래교수가 아닌 외래의사입니다. 또한 캐나다의 수입한약재검사는 묵인하기보다 세관에서 랜덤검사를 통한 엄격한 검사가 원칙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