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진 특파원 캐나다 현지 취재기(4) -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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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진 특파원 캐나다 현지 취재기(4) - 교육
  • 승인 2004.03.2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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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생은 봤어도 졸업생은 보지 못했다”
많은 과제물 요구 … 체력·독서력 없으면 못따라가

사진설명-캐나다에서는 어릴 때부터 책읽기를 중시한다. 독서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학업을 따라가지 못한다. 사진은 밴쿠버 공립 도서관 내부모습.

흔히들 우리나라를 ‘즐거운 지옥’이라 부르는 반면에 캐나다는 ‘지루한 천국’이라 부른다. 이 말은 짧은 기간 취재하는 동안 실감할 수 있었다.

기자가 토론토로 가려고 밴쿠버공항 대합실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광경을 목격했다. 노인이고 아이고, 남자고 여자고 가릴 것 없이 책을 보고 있었다. 자세를 꼿꼿이 유지하면서 조용히 책읽기에 몰두했다. 이 모습은 우리나라의 대합실 모습과 오버랩되면서 나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그후 캐나다 어디를 가나 독서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실 그랬다. 이 나라 사람들은 책읽기가 마치 습관화된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나는 그 원인을 찾고 싶었다. 어떤 사람들은 캐나다의 심심한 사회 분위기에서 찾는 사람도 있었다. 어떤 면에서는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던 차에 캐나다의 학교교육에 대해 들을 기회가 자주 있었다. 사실 이곳 한의사들이나 교민들치고 교육에 관심을 갖지 않은 사람이 한 사람도 없을 정도로 교육의 전문가들이었다. 캐나다에 이민온 동기 자체가 교육이고, 이민을 와서도 주류사회의 진입을 지상과제로 생각하는 교민들이기에 교육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교민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캐나다의 교육시스템은 이렇다.

캐나다는 학교에 가면 복잡한 것을 시키지 않는다. 그냥 놀게 한다고 한다. 쉬는 시간에도 교실에 있으면 운동장으로 내보내는 게 캐나다라는 나라다. 이는 체력을 중시함을 의미한다. 수학과 관련해서는 단순한 것을 세밀하게 시킨다. 이를 테면 구구단을 달달 외우게 하기 보다 그 원리를 터득하게 만든다. 단순한 수식도 답을 원치 않는 것이다. 한 줄이면 될 것을 이 나라에서는 노트 한 바닥에 꽉 채워서 식을 쓰라고 가르친다. 이렇게 보면 같은 학년의 한국인보다 수준이 떨어진다. 그러나 사회나 역사, 자연 등을 가르칠 때는 다르다. 매우 논리적이다. 홈스테이 주인은 초등교육의 목표를 Planning이라고 단언한다. 스스로 인생을 설계하도록 돕는 것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삼는다. 그래서 그런지 초등학교 알림장은 빈공간에 줄만 그어놓은 노트가 아니었다. 그야말로 Planner였다.

본 기자가 밴쿠버의 한 홈스테이에 머물 때 그 집 초등학교 6학년 된 자녀가 쓴 과제물을 우연히 보고 깜짝 놀랐다. Fraser Basin의 환경조사 결과를 3명 정도가 한 팀을 이뤄 작성한 보고서였는데 오자탈자 없는 타이핑과 고급스런 문장력, 조리있는 글의 구성이 초등학교 6학년의 작품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수준이 높았다.

그래도 이 정도면 애교로 봐 줄 수 있다. 저학년 때 체력과 기본적인 공부법을 익힌 학생들은 고등학교(여기서는 고1이 10학년이다) 때부터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된다. 이 나라 고등학교의 학점은 대학교에서도 인정해 줄 정도로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

과제물도 적지 않아 밤을 새우는 일이 흔하다고 한다. 여기서부터 영어실력이 학업을 좌우하게 된다. TV야 1,2년이면 알아들을 수 있지만 과제물을 쓰려면 짧은 시간내에 책을 읽고 영어로 생각해서 써야 하므로 책을 많이 읽은 사람, 체력이 튼튼한 사람, 논리적 사고력과 창의적 두뇌를 가진 사람이 앞서가게 된다. 시험도 수시로 본다. 그래서 아무나 졸업하는 게 아니다. 한인유학생들은 제때 졸업하는 사람이 드물다고 한다. 적어도 1,2년은 더해야 고등학교를 졸업한다. 이런 교육시스템으로 인해 졸업하지 못하는 학생,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학교 가기 싫어하는 유학생도 많다.

캐나다는 제때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힘들지만 대학교 입학도 쉽지 않다. 이 경우 대학도 대학 나름이다. 직업학교인 college가 있는 반면 종합대학인 university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college가 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아무튼 상호 이동이 가능하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대학에도 우열반이 있다는 것이다. A, B, C반으로 나뉘어 상위자들만 졸업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 교민들은 한결같이 “들어갔다는 사람은 많이 봤는데 졸업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고 말한다.

대학에서 중심되는 과는 의대, 법대, 경영대, 컴퓨터공학과 등인데 이들 과는 입학도 어렵지만 졸업이 굉장히 어렵다고 한다. 반대로 졸업하면 사회적 대우가 높은 게 캐나다이다. 이들 과는 교민들의 선호도가 높은 과들인데 그 이유는 간단했다.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사’ 字 돌림 직업은 이 사회가 선호하는 직업이자 캐나다 사회의 이데올로기와 사회적 가치를 결정하는 피라미드의 최상층 집단이기 때문이다.

캐나다는 기본적으로 직업이 다양하지 못해 칼리지나 유니버시티 졸업자중 10%만 원하는 직장을 갖는다. 그런데 취업했다 하더라도 진급이 어렵다고 한다. 주류사회에서 동등한 능력이라면 한인교포보다 백인을 진급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한인은 시간이 갈수록 직장에서 벼텨나가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런저런 이유로 한국에 일자리를 알아보려 하지만 그것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학을 졸업했을 정도 되면 사고방식이 캐나다식으로 굳어져 한국적 정서에 맞지 않게 된다.

화려하기만 보이는 캐나다 사회. 밝은 면이 있는 반면 어두운 구석이 있기 마련이다. 이민자들은 이런 양면을 보지 못하고 밝은 면을 우선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캐나다 사회와 캐나다식 교육의 겉과 속을 냉정하게 살펴볼 일이다.

필자 = 본지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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