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와 DDA 따라잡기(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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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와 DDA 따라잡기(4·끝)
  • 승인 2004.03.29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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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인프라 구축할 절호이 기회

대학 · 면허 기준 강화, 법 정비에 눈돌려야

'한방의료기관 경영모델 짜기' 당면과제 부상

개방은 대세, 이익도 많아

6월 30일이 지나면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의 개방요구분야가 확실히 드러날 것이다. 그렇다고 당장 개방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내년 3월 31일까지 각 나라에서 어느 분야를 개방하겠다고 밝힌 다음 차이 나는 부분은 협상을 거쳐 타결해야 비로소 개방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때까지 그냥 기다려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일단 협상이
시작되면 155개 서비스분야가 일괄 타결되기 때문에 싫어도 개방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각국은 mode 3(상업적 주재)의 개방요구가 많아 1순위로 개방될 것이 확실한 상황이다. 의료계도 개방찬성이 50%를 넘고 있어 개방은 필연적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mode 4(자연인의 이동)의 개방도 필연적인 수순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계는 개방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아래 개방으로 인한 국내 의료인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모색 중이다. 또한 우리만 개방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국도 개방하므로 우리나라 의료인에게 해외진출 기회도 제공되므로 반드시 불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인식도 점차 확산추세에 있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

이런 점에서 DDA 대책은 막연히 장벽을 설치하는 것만이 능사가 될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외국의 진입을 막기 이전에 국내의 법률 제도를 돌아보는 일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서비스협상기준으로 제시된 내국인대우 원칙에 따라 우리의 낮은 의료수준을 놓아두고 외국의 진입만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최선의 방어대책은 국내의 제도적 기준을 업그레이드시켜야 외국인과 외국병원이 무분별하게 유입하지 않게 된다. 또한 국내 기준을 높이면 국내의 의료인과 의료기관의 질이 향상돼 국내 의료기관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고 그만큼 국민에게 이익을 가져다 준다.

따라서 개방국면을 피하기보다 국내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계기로 삼아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개방은 언젠가 되는 바에야 차라리 일찍 준비해서 경쟁력을 키워 외국의 환자를 공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도 좋다는 판단이다.

경쟁자인가 협력자인가

보이는 장벽에 비해 보이지 않는 장벽을 치는 게 보다 합리적이고 현실적이다. 그러나 보이는 장벽이든 보이지 않는 장벽이든 장벽을 친다는 것은 상대와 경쟁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DDA는 경쟁만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론 협력한다. 국가간 연합전선을 펴는 경우도 발생한다. 중국과도 협력할 부분이 생기게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중국을 막연히 경쟁자로만 보는 우리의 사고를 한번쯤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보다 훨씬 인프라가 잘 갖춰진 중국과 협력할 것은 협력해 세계시장을 균점하면 상호이익을 준다.

고병희 한의학연구원장도 이 점에 대해서 긍정적인 시각을 나타낸 바 있다. 고 원장은 “한국 전통의약과 중국 전통의약은 동질성을 갖고 있어 중국의 세계화전략은 곧 한국의 전략과 동일하다”고 전제하고 중국과는 “경쟁상대가 아니라 공동보조와 역할분담을 위한 협조체제 구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복합한약제제, 한약성분 추출법, 진단기기, 치료기기 등의 공동 연구개발과 공동의 판로 개척에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한의계 관계자들도 협상의 진행과정에서 한국한의계는 중국중의계의 선행 연구성과를 충분히 수렴해서 대안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 기준 업그레이드를

고대 의대 안덕선 교수는 미국과 캐나다의 면허취득방법을 연구한 결과 상당수의 진입장벽이 설치되어 있음을 확인하고 우리나라도 면허요건을 강화하고, 면허 관리체제를 개선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면허 관리기관으로서 민간기관의 설립을 촉구하고, 자국민과 사회보호를 위한 안전장치로 면허 상호 인정을 거부한다거나, 외국인 의사를 위한 면허 전 시험의 도입과 해당 의과대학의 심사 강화 등을 들었다. 그는 미국과 캐나다의 사례를 바탕으로 의료계 자체의 윤리기준과 제재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견해도 제시했다.

한의계도 외국의 선례를 참고하여 개선분야로서 한의대 시설기준, 실습기준, 이수학점, 임상실습기간 등의 기준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한 바는 없다. 그러나 이런 기준이 제정된다면 자국민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하므로 한방의료기관과 한의사, 한의과대학, 도매업소, 제약업소 등의 고통이 수반될 것으로 전망된다. 거꾸로 말하면 고통의 분담없는 장벽쌓기는 국내에서부터 저항을 받게 됨을 의미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는 한의학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라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 국내의 한의학의 진료능력이 뛰어나면 개방은 큰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최고의 개방대책은 한의학 기초분야를 비롯해서, 한의과대학과 한의학연구원의 기능 강화, 한의학임상센터의 설립, 한의학산업 발전, 한의학인력 육성방안 등을 마련해서 국내한의학의 질을 향상시키는 일이다.아울러 미래 한방의료기관 경영모델도 새로 짜야 할 것이다.이렇게 WTO 대책은 국내의 법적·제도적 정비와 한의학 자체의 발전을 도모하는 계기로 활용한다면 결코 걱정할 일만은 아니라는 게 다수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끝>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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