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을 살리자(下)
상태바
한약을 살리자(下)
  • 승인 2004.03.15 16: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품질향상만이 살길이다.

소비자 불신과 무관심으로 품질 하향화

한약재 관능표준 마련해야 개선가능

한방의료시장에서의 한약 소비자 중 상당수가 양방이나 대체 수단 즉, 건강보조식품이나 제약회사에서 나온 한방제제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는 것은 한방의료기관 이용자의 증가에 반해 한약재 공급이 제자리라는 점에 잘 나타난다.
한약처방을 그대로 모방한 건강보조식품류와 제약회사에서 만들어낸 약 쪽으로 소비자의 선호가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한약에 대한 신뢰 저하와 홍보 부족이 가장 큰 요인일 것이다.

깊어지는 불신에 떠나는 민심

많은 한방의료기관이 마두령·방기 사건이나 잔류농약·중금속 파동이 터질 때마다 매출이 급격히 떨어졌던 것을 체험했었다.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한의사는 일반인의 뇌리 속에 이 사건이 잊혀지길 기대할 뿐이었다. 대안이라야 협회차원에서 한의계에서는 이런 한약재는 별로 사용하지 않는 다고 발표하거나 한의원 안에 우리 한의원은 국산한약재만을 쓴다는 사실과 다른 표어를 붙여 놓는 수준에 불과했다.

매년 행사처럼 터져 나오는 한약재 오염이나 부정문제는 일반인에게 한약에 대한 불신을 깊게 했다. 그러나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 방책은 마련되지 않았고, 있는 법마저도 제대로 관리된 적이 없었다.

한의협을 비롯한 관련 업계의 이같은 수수방관은 일반 대중의 잠재 의식 속에 “딴 약을 먹어도 되고, 식품으로 나온 한약도 효능이 마찬가지 일 것”이라는 관념을 심어줬다.

꼬리 무는 하향 경쟁

한의계 일부에서는 자체적으로 조직을 만들어 우수한 한약재를 한의사가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한약재 자체에도 문제가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공정서 기준에 부합될 수는 있으나 한의학 원전에서 말하는 효과를 그대로 지닌 한약재를 찾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유통되는 한약재에 기대할 수 없는 한의사는 원가절감에 치우치게되고 따라서 수입업자나 도·소매상 등도 더 싼 가격의 한약재만 찾게 된다. 소비자인 한의사의 불신과 무관심이 제조·유통업자의 경영과 맞물려 한약재의 질을 계속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수년전 A 제약회사에서 한약의 처방을 드링크로 만들어 출시했던 적이 있다.
가벼운 감기는 이 약 한 병만 먹어도 차도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호응은 상당했다. 그러나 경쟁사들이 너 나할 것 없이 이와 유사한 드링크류 한약을 출시했다. A사는 원가절감이란 짧은 생각으로 질이 낮은 원료한약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A사의 가장 큰 효자노릇을 했던 이 드링크제의 지위는 땅으로 곤두박질했고 다른 약 먹기 편하도록 끼워 파는 약으로 전락했다.

살아남기 위한 길

공급자인 제조업체나 수입업자 그리고 1차 소비자인 한의사 모두가 한약재를 중요한 경영 수단으로 삼고 있다.

한약재의 질이 떨어지고 의혹이 계속될 때 최종소비자인 국민은 한약에서 멀어질 것이고, 한약재만을 취급하는 수입업자나 약업사 등은 다른 활로를 찾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또 한의계는 중요한 치료수단인 한약의 비중을 낮추고 다른 치료방법을 찾는데 주력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업계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한약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바꾸어야한다. 그 방법은 한약재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시발점이다. 또 이것은 함께 이루어 나가야 한다.

한약재 질의 향상은 한의계가 주도는 할 수 있어도 모든 것을 수행해 낼 수는 없다. 또 감시자나 우월적 입장에서 일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동반자 입장에서 함께 개선을 추진할 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관능기준 정리가 우선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한약재를 취급하는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품질기준, 관능 기준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한약재와 관련한 업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한약재가 어떠한 수준인지를 판별하지 못한다는 것이 솔직한 말이다.

한의사는 각자 나름대로 기준을 가지고 한약재를 주문하고, 도·소매업자는 여기에 한약재를 맞춘다. 수입업자도 여기에 맞춰 한약재를 수입한다. 진료 때문에 간호조무사에게 약재를 맡기고 있는 한의원이 많으나 간호조무사는 약재에 대해 판단 기준이 부족하다. 또 도·소매 업자는 나름대로 이것이 좋다고는 말은 하나 이는 업자의 주관적 판단일 뿐이다.

이것이 한약재와 관련된 시장의 모습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지부는 제조업소에서만 제조할 수 있는 한약재 수를 계속 늘려 나중에는 공정서에 수록된 모든 한약재를 제조업소에서만 취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지만 소비자나 유통업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품질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렵다. 제조업소에서 제조된 한약재는 위해 요소가 발생했을 때 책임자를 가려내거나 한약재의 진위를 책임지는 수준은 되지만 한약의 소비와 관련된 품질문제는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활용도가 높은 한약재 50종 정도를 선정해 11개 한의대에 4~5종씩 나누어 연구토록 해 유통 중인 한약재를 분석하고 관능적 모형을 만드는 연구가 필요하다. 이 정보는 한약재를 취급하는 모든 관계자들에게 공급돼 한약재의 관능표준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얼마 전까지 용안육은 검은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검은 용안육이 상품으로 취급되다가 본지에서 검은 용안육은 인위적으로 검게 했거나 급격한 열건조에 의한 것이라는 보도가 나간 후 용안육의 판단 기준이 바뀐 선례에서 보여지듯이 관능적 기준이 소비자와 유통업자에게 공동으로 인식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우수한 품질의 한약재 정착은 한의사 따로 수입·제조업체 따로 도매상 따로 각자들의 이윤추구에만 전념해 있을 때는 불가능하다. 우수한 품질의 기준을 서로 공유하고 이를 최종소비자인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할 때만 원료의약품으로 한약재를 취급하는 모두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민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